#일본 불매:경제보복 따른 반일 감정 확산→경제·연예계 불똥에 신뢰 회복 절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회복하기 쉽지 않은 수준에 이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미래의 성장을 떠받칠 동력 중 하나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번 방학에 일본여행을 계획한 대학생 A씨는 눈물을 머금고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총 5번의 해외 여행 중 일본에만 3번 다녀올 정도로 일본을 좋아했지만, 당분간 일본여행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이 핵심부품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나선 상황에서 반일 감정은 더욱 격화되고 있고 주변 곳곳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확산되고 있는 터라 눈치가 보였기 때문. A씨는 평소 일본을 크게 싫어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 보복을 자행하는 일본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에 대한 가장 큰 대처는 우리 국민들이 불매운동 등을 통해 단합하고 의지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과거사 반성없는 무역보복 규탄, 일본산 제품 판매 전면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과거사 반성없는 무역보복 규탄, 일본산 제품 판매 전면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나 여행 자제는 물론 일본 국적의 그룹 멤버들을 퇴출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반면 일각에서는 감정싸움으로 번져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노 세일링! 노 바잉!”..중소상인들 ‘日제품 판매중지’ 나섰다

올해 일본을 찾은 우리나라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이 냉각되는 과정이어서 국민의 ‘일본여행 거부’ 운동이 겹친다면 올해 방일 한국인 수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한국관광공사의 우리 국민 해외 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32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어든 수치다.

일본여행 감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이 있었다. 지난해 방일 한국인 수는 5월까지 전년 대비 15~29% 수준으로 증가했으나 6월에 6.6%로 증가율이 한풀 꺾이더니 7월에 5.6% 감소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해 12월(0.4% 증가)과 올해 2월(1.1% 증가)을 제외하고는 매월 일본 관광객이 감소세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선 것은 상황에 기름은 부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와 여행 거부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일면서 일본여행 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와 함께 “일본여행을 가지 말자”는 요지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일본여행을 취소했다는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주요 여행사들은 일본 여행상품의 예약이나 취소와 관련해 예년과 다른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올해 방일 한국인 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을 규제하며 사실상 경제보복에 나선 데 대해 반일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상인단체가 일본 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침략행위에서 발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며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 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순히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판매중단을 시작한다”며 “이미 일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는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 기린 등 맥주, 조지아 등 커피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 중지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출 하락과 이익 축소의 두려움을 넘어 우리의 생업현장에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국민의 도리를 지키고 있다”며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소비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런 운동에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 중간 ‘노세일링! 노 바잉! 일본 제품 불매한다’,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일본 욱일기와 일본 기업의 로고가 적힌 종이박스를 밟는 퍼포먼스도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갈등을 부추기는 대결의 정치를 멈춰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최고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국제법 위반’이라는 근거 없는 변명만을 되풀이하며 판결 이행을 가로막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고 ‘혐한’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다”며 “아베 정권은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사 문제해결의 기본원칙은 강제동원 사실인정 및 진실 규명,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 배상을 포함한 피해 회복, 피해자에 대한 추모와 역사 교육”이라며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하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된 5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며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반발해왔다.

아베 총리는 4일 NHK 방송에 출연해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만큼 ‘그것을 지켜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국제사회의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시언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이시언 인스타그램 캡쳐>

# 거세진 반일감정, 연예계로 ‘불똥’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단행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경제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우리 국민들 먼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및 일본관광 불매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이번 경제 제재와 관련해 상대방 관세 보복 또는 관광 금지, 수출 규제 등 방법을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

온라인에선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이 정리된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불매 리스트에는 ▲전범기업 ▲전자 ▲카메라 ▲자동차 ▲의류‧잡화 ▲영화 배급사 ▲게임 ▲편의점 ▲주류 등 각종 업계의 일본 기업이 총망라됐다. 누리꾼들은 이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참여를 유도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자 이는 결국 연예계까지 번지고 말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본 국적 연예인들의 국내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한 것.

특히 일본인 멤버들이 다수 소속된 아이돌 그룹이 주 타깃이 됐다. 누리꾼들은 트와이스의 사나, 모모, 미나와 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배우 김의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베가 날뛰는데 왜 사나를 퇴출시키나. 토착왜구를 쫓아내야지”라며 일본 국적 연예인 퇴출 운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아무튼 사나는 건드리지 마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본 국적 아이돌 멤버에게 불똥 튀고 있는 것을 두고 “참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트와이스, 아이즈원 일본 국적 멤버 퇴출운동을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까지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이기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친한파 일본 연예인들까지 우리의 적으로 만들어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외교 문제의 책임을 연예인에게 돌리면 안 된다” “일본 연예인과 국민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등 일본 국적 멤버 퇴출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우 이시언은 일본여행 인증 사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시언은 3일 일본여행 인증 사진과 함께 배우 송진우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현 시국에 일본여행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여행은 개인의 자유”라는 반응을 보이며 설전을 펼쳤다.

누리꾼들의 설전이 오가자 이시언은 논란을 의식한 듯 관련 게시물을 결국 삭제했다.

확산되는 반일 분위기 속에서 연예계 관계자들은 추후 상황에 예의 주시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日기업 아닙니다”..불매운동에 ‘선긋기’ 나선 유통기업들

한편,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된 일부 기업들은 ‘우린 일본기업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되는 한국기업임에도 불매운동 대상 기업으로 올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이소는 과거 일본과의 과거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되곤 하지만 대주주는 엄연히 한국 기업인 아성HMP다. 일본 다이소는 2대 주주로 지분의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도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자사 제품은 일본 제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코카콜라 측은 “글로벌 기업으로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와 제품의 상품권은 본사에서 소유하고 있다”며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도 일본 코카콜라가 아닌 코카콜라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생산, 판매되는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과 기호에 맞춰 한국 코카콜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과는 완전히 구별되며 전량 국내에서 생산·판매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제품의 판매는 일본 코카콜라의 실적과는 무관하며 이로 인해 로열티 등 어떤 경제적 이익도 일본으로 지급되는 것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CU도 불똥이 튀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편의점 1위 업체지만 엄연히 미국에서 창립한 편의점 브랜드다. 특히 국내 세븐일레븐 지분의 70% 이상을 한국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롯데가 계약을 체결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으로 일본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CU는 기존에 일본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쓰다가 2012년 라이센스 계약 종료와 함께 한국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훼미리마트에서 CU로 이름을 변경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매 대상이 됐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당장 매출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면서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타격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한일 양국 간 감정을 더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일본과 거래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논리에 경제를 이용하는 일본의 행태에 반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신뢰관계 회복 조치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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