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남자’서 비주류로..음식점 사장·시사평론가 등 다양한 변신
경찰 “타살혐의점 없어 정 전 의원 부검 않기로..유족 뜻 존중”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정치인에서 방송인, 음식점 사장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하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사망한 가운데 경찰은 정 전 의원의 사망과 관련해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의 뜻도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전날 오후 4시25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북한산 자락길 인근에서 운전기사가 몰던 차에서 내린 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3시42분께 정 전 의원의 부인은 자택에서 그가 남긴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고 북한산 자락길 초입에서 정 전 의원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정 전 의원이 유서를 써 놓고 사라졌다가 숨진 점 등을 미뤄 그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파악했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타살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정치인, 시사평론가, 방송인, 음식점 사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20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서대문구 을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권유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았다.

정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서울 서대문을에서 내리 당선되며 3선 국회의원으로 입지를 다졌다.

2007년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전략기획 총괄팀장을 맡아 대선 밑그림을 그렸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던 ‘55인 파동’을 주도한 뒤 정권 주류 진영에서 밀려났다.

그는 2012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기도 했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고 정치적으로 재기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4선 도전에 실패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최근에는 요식업 사장으로 변신,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숨진 16일 오전에는 SBS 라디오 ‘이재익의 정치쇼’에 나와 정태근 전 의원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전 의원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고인을 ‘용감하고 소신 있는 정치인’, ‘합리적 보수 정치인’ 등으로 기억하며 명복을 빌었다.

고인과 가까웠던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우울증을 앓아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선택을 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며 “정치 해설로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하려던 고인의 뜻이 이렇게 아쉽게 사그러들어서 동료의원으로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17일 오전 9시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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