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홍보성 광고·자작 후기로 환자 유치→심의 강화로 국민 생명 지킨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평소 아기 엄마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육아를 비롯해 지역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지역 맘카페에 가입한 30대 주부 강모씨. 강씨는 최근 들어 음식을 씹을 때마다 심한 통증이 느껴지자 동네에 실력 좋은 치과가 있는지 맘카페에 검색했다. 마침 자신처럼 치아가 아픈 주부가 있었는지 강씨가 찾는 내용의 질문글이 올라와 있었고 댓글에 소개된 치과 후기를 보고 강씨는 해당 치과를 예약했다. 이후 강씨는 다른 치과 후기글을 찾아보던 중 후기위장 광고에 속지 말라는 게시물을 발견, 내용을 살펴보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씨가 찾았던 질문글과 답변글이 해당 치과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홍보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 맘카페 회원으로 가장한 뒤 실제 후기인 것처럼 올린 자작극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 실제 후기인지 홍보성 자작극인지 소비자들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꼼수’로, 강씨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했던 카페나 블로그 후기를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됐다.

앱과 소셜커머스 상 의료법 위반 의료광고 예시. <사진제공=보건복지부·한국인터넷광고재단>

최근 병의원 운영이 점점 상업적 색채를 띠기 시작하면서 의료법 위반 등을 문제 삼는 보건복지부의 단속 의지도 높아지고 있다. 병원 간 영업을 위해 경쟁하다 보니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각종 광고를 하거나 혜택을 약속하는 행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애플리케이션과 전자상거래(소셜커머스)를 통한 불법 의료광고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의료기관들의 행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 “후기 써주면 할인”..불법 의료광고 의료기관 278곳 적발

최근 고가와 저가 시술을 조합한 의료상품을 만들어 환자를 유인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부추기거나 부작용이 없다고 홍보하는 등 ‘불법 의료광고’를 한 의료기관이 대거 적발됐다.

5일 복지부 및 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 따르면, 앱·사회관계망을 통한 소셜커머스를 통해 의료법상 금지된 과도한 환자 유인 및 거짓·과장 의료광고를 한 의료기관 278개를 적발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앱 2곳과 소셜커머스 2곳에 게재된 성형·미용 진료 분야 의료광고 2402건을 대상으로 과도한 유인행위 등 이벤트성 의료광고를 집중적으로 점검, 의료법 위반 사례 1059건(44.1%)을 적발했다.

광고 매체별로는 의료광고 앱에 게재된 1800건 중 863건(47.9%), 소셜커머스에 게재된 602건 중 196건(32.6%)이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의료법 위반 의료광고 내용으로는 주요(메인) 화면에서는 할인금액만 제시하고 자세한 광고 내용에서 사진 제공, 후기작성 등 조건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광고가 많았다.

특히 고가나 저가의 시술을 조합한 의료상품을 만들어 환자를 유인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조장하기도 했으며 시술 및 수술의 부작용이 없다고 홍보하는 거짓광고, 전세계 최초 최저가라고 과장하는 광고 등도 있었다.

위반 광고물을 사례별로 보면 ▲고가나 저가의 시술을 조합한 ‘묶어팔기’ 517건(48.8%) ▲이벤트 당첨자 등 조건 제시를 통해 ‘특별할인’ 또는 ‘무료시술·금품제공’ 307건(29%) ▲거짓·과장 광고 232건(21.9%) ▲특정 시기, 특정 대상에게 ‘파격할인’ 제공 3건(0.3%) 등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앱과 소셜커머스를 통한 불법 의료광고는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과 건전한 의료시장 질서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시술 및 수술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가격할인 시 환자에게 불리한 조건이 부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의료법 위반 광고가 확인된 의료기관을 관할 보건소에 사실 확인 및 행정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다.

환자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의료인 자격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거짓·과장 광고를 금하고 있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의료기관 업무정지 1~2개월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25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국 180개 지역 맘카페에 허위 광고를 게시한 일당 2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들이 허위 광고를 올리기 전 모의한 내용들. <사진제공=성동경찰서>

# 맘카페 후기 글, 알고 보니 짜고 친 ‘허위 광고’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생성된 각종 앱과 SNS 등의 뉴미디어 플랫폼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비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병원, 미용·다이어트 약, 육아용품 등이 거짓 후기로 도배되며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온상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

특히 맘카페에 올라오는 정보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도가 높다 보니 불법광고 범죄의 장으로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에는 유명 맘카페를 돌며 ‘자문자답’ 방식으로 허위 광고 글을 올린 업체와 광고를 의뢰한 병원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불법 바이럴마케팅 업체 3곳 대표 등 임직원 9명과 이들에게 허위 광고를 의뢰한 의사 13명, 병원 직원 4명 등 총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180여개 맘카페에서 회원을 가장해 가짜 이용후기 등 광고 2만6000여개를 게시하고 68억8000여만원의 매출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 업체는 포털사이트 가입 시 실명 없이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생성한 계정 800여개를 이용해 맘카페에 자문자답 형식으로 광고를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하나의 아이디로 ‘신경치료 잘하는 치과 소개해달라’는 글을 올리고 또 다른 아이디로 ‘지인 추천으로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답글을 올리는 식이다.

이들은 광고주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가짜 후기’를 만들었다. 지어낸 질문과 댓글들은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광고주에게 보내 확인을 받고 최종 승인을 거쳐 광고를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광고성 글을 올리기에 앞서 ‘요즘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등 일상적인 글로 카페 회원들의 신뢰를 얻는 작업도 선행됐다. 이들은 치과, 유치원, 산후조리원 등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종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의 범행은 마케팅 회사인 줄 알고 입사했다 회사의 불법 실태를 보고 퇴사한 전 직원 A씨의 제보로 드러났다.

A씨에 따르면, 숙련된 직원들은 1인당 30~40개의 업체를 맡아 후기를 게재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들 업체에 허위 광고를 의뢰한 병원 13곳도 적발했다. 이들 중에는 치과의사 김모(56)씨 등 의사 13명과 병원 직원 4명이 포함됐다.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허위 광고를 올린 업체 관계자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거짓 의료광고를 의뢰한 병원 관계자들에겐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유치원이나 학원, 산후조리원 등도 같은 업체에 허위 광고를 의뢰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미해 입건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 대법, 인터넷 성형쇼핑몰서 시술쿠폰 판매는 ‘의료행위 알선’

한편, 인터넷 성형쇼핑몰에서 각종 성형시술 쿠폰을 판매한 뒤 병원으로부터 진료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행위는 ‘의료행위 알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5월5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인터넷 성형쇼핑몰 대표 B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B씨와 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C씨에게는 징역 6개월, 성형외과 의사 D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B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43개 병원에 총 5만여명의 환자를 알선해주고 6억여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D씨는 환자 5291명을 B씨의 업체로부터 소개받고 수수료로 1억2237만원을 지급한 혐의다.

B씨가 인터넷 성형쇼핑몰에 접속한 환자들에게 여러 병원에서 제공하는 시술상품 쿠폰을 구매하도록 하면 병원이 환자가 낸 치료비의 15~2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1심은 “인터넷 성형쇼핑몰에 의료상품에 관한 배너광고를 게시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의료상품을 구매하도록 알선하는 행위는 그 성질상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단순한 의료광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치료 위임계약이 체결되도록 중개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행위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환자 알선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서 진료계약을 중개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에게 알선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의료’는 생명과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과장이나 허위 광고를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문제는 빠르게 퍼지는 SNS 특성상 단속이 어렵고 가짜 후기를 구분하기 어려워 불법 의료광고 단절이 어려운 상황. 더욱이 의료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음에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의료서비스의 선택이 자신의 건강에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는 과도한 가격 할인, 각종 이벤트를 통해 현혹하고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광고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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