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지난해 기관장 ‘연봉킹’에 오른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한국 국부펀드인 KIC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까닭.

특히 KIC는 지난해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순손실을 낸 상황으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전범기업에 투자한 것도 모자라 부진한 성적표까지 받아들면서 최 사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분위기다.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사진=한국투자공사 홈페이지 캡쳐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사진=KIC 홈페이지 캡쳐>

◆日 전범기업 46개사에 4634억원 투자..‘공염불’ 된 사회적 책임투자

9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일 KIC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KIC는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지난해 말 기준 4억1200만달러(약 4634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IC의 일본기업 주식 투자 총액은 34억3000만달러(3조8600억원)로, 이는 전체 해외주식 투자액 464억달러의 7.4%에 해당한다.

일본 채권투자 총액은 69억6000만달러(7조8300억원)이며 전체 해외채권 투자액 483억달러의 14.4%를 차지했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 1026억달러(115조원)을 위탁받아 해외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우리 대표 국부펀드다. 현재 투자운용액은 1445억달러(173조원)다.

김 의원은 “KIC가 일본 전범기업 투자한 것이 확인된 만큼, 이것이 과연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KIC는 과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영국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한국 옥시의 본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과 같은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국부를 투자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KIC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투자(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수립·공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내역이 확인되면서 그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형국.

말로만 사회적 책임투자를 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일례로 해외 국부펀드 중 노르웨이 GPFG(정부연금펀드), 네덜란드 ABP(공무원연금)는 무기제조·담배생산 기업,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및 토착원주민 권리 침해 기업을 투자 배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한국의 풍산, 한화, KT&G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KIC는 자체 수립한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을 통해 ‘투자대상 기업에서 중대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확인되면 의결권 행사, 주주 관여 등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IC 홈페이지 갈무리
KIC 홈페이지 갈무리

◆연간 수익률 3년 만에 손실..국민 정서 역행하는 ‘연봉킹’ 기관장

실제로 KIC를 이끄는 최 사장은 지난해 3월 제7대 KI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그동안 국부펀드로서 책임투자를 강조해왔다.

또한 그는 취임사를 통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국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임직원들에게 “국부펀드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도 절대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는 ‘책임투자’, ‘국가와 국민 기대 부응’과는 엇박을 내고 있는 모습.

아울러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10%대에 육박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3.66%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손실을 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 사장은 이 같은 부진과 관련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자산 70개군 중 브라질 주식, 러시아 주식, 달러화, 위안화, 멕시코 통화, 옥수수·밀 자산 등 7개 자산을 빼고 마이너스였다”면서 “25년 만에 주식·채권이 동반하락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충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최 사장의 설명이지만 전범기업 투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분위기는 탐탁치 않은 상황. 

더욱이 최 사장은 지난해 4억1714만원을 수령하는 등 금융 공기업 수장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CEO로 꼽힌 점도 눈엣가시다.

결국 공기업 기관장으로서 최고 수준의 연봉은 챙겼음에도 불구, 국민의 반일 정서를 거스르는 행보는 최 사장을 향한 비판 목소리만 양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사진=뉴시스, 김경협 의원 블로그 캡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사진=뉴시스, 김경협 의원 블로그 캡쳐>

◆김경협 의원,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 대표 발의..전범기업 투자 제외

한편, 김 의원은 이날 KIC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이른바 ‘일본 전범기업 투자 제한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KIC가 자체적으로 공표한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일제 강점 시기 750만명의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기업들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범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국부펀드가 사회적 책임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김 의원을 포함해 김정우, 김정호, 김현권, 서형수, 설훈, 송옥주, 정춘숙, 조배숙, 추미애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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