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당신들의 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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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논란:미투 확산에도 性 인식 여전히 답보→폐쇄적 문화 뿌리 뽑아 범죄 근절
  • 김승남 기자
  • 승인 2019.08.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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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최근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에서 성추문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30대 직장인 한모씨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이런 일은 공공연하게 벌어졌었기 때문. 당시 한씨의 학교에는 교육 혁신 강연으로 유명한 김모교수가 있었다. 그는 열정적이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김교수가 주최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학우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한 여학우가 술에 취한 틈을 타 김교수가 여학우를 모텔로 끌고 가려 했다는 것. 다행히 그 여학우는 정신을 차려 도망쳤고 이후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돌았던 소문은 잠시 주목을 받다 조용히 묻혔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사회에서는 성추문이 공론화되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씨는 과거에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그때 그 일이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치부되고 조용하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위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및 상대적 약자에게 행하는 성적인 추행과 희롱, 폭행 사건은 일상에서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특히 성추문 문제는 학계, 체육계 등 위계질서와 상하관계가 뚜렷한 곳이라면 어디에나 발생해 좀처럼 범죄 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충북 중학교 여교사, 제자와 ‘성관계’ 파문

최근 충북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연이어 터지는 교육계 성추문 사건에 입을 열었다.

김 교육감은 지난 8일 도 교육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국적인 입방아 오를 낯뜨겁고 민망한 사안이 촉발돼 안타깝다”며 “관심 자체가 한편으로는 막중하고 의미 있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얄팍한 호기심으로 봐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고심하는 것은 교육 당국이 교육적으로 해야 할 것인가 조심스럽다”며 “앞으로 처리 과정에서도 혹시 너무 미온적이라는 생각이 들지언정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육감은 “경찰에 따르면 피해와 가해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들었다”며 “형사상 사안이 아니더라도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 불미한 일은 도덕적으로 공직자의 품위 문제와 관련돼 공적인 문책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각자의 어떤 사회적 처신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사적인 관계에서 있는 불미한 사안으로 생각한다”며 “교내 학생 생활 규정 관련 사안이라 이성 교제나 이런 부분을 예전처럼 도덕적 잣대로 심각하게 학생 장래까지 영향을 주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개인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문화 운동 등으로 쇄신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한다”며 “사람과 사람 관계 속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 엄격한 자기관리를 강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도내 중학교 A교사가 올 6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남학생 B군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자체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A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도 교육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 측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해당 사안과 관련해 내사를 벌인 경찰은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억압이나 강압, 위력 등 강제력 없이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에 의해 관계가 이뤄졌을 경우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A교사와 B군이 억압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닌 합의에 의해 관계를 가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305조에 의하면 만 13세 미만 청소년을 간음·추행할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

합의로 성관계를 했더라도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범죄 행위로 보기 때문.

그러나 13세가 넘은 미성년자가 대상인 경우 성폭력 정황이 없는 합의된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현재 A교사는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 A교사의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충북 교단의 성추문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에는 한 초등학교 남교사가 동료 여교사 4명을 회식자리에서 성추행해 파면됐으며 모 중학교 교장은 비정규직 여성 교직원에게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왼쪽부터) 그룹 신화 멤버 이민우, 배우 강지환.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그룹 신화 멤버 이민우, 배우 강지환. <사진=뉴시스>

# 이민우→강지환→강성욱..끝없는 연예계 성추문

성추문 폭로는 정치계, 학계, 연예계, 체육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곪은 상처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지난해 사회 전체를 휩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최근 클럽 버닝썬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스타들의 잇따른 성추문은 대중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는 6월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던 중 알고 지내던 옆 테이블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이민우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우는 지난달 14일 경찰에 출석해 “친근감의 표현이며 장난이 좀 심했던 것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강제추행 정황이 담긴 술집 CCTV 영상을 확보, 이민우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더욱이 며칠이 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터진 강지환의 사건은 대중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지환에 대한 첫 공판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따르면, 강지환 사건의 첫 공판기일이 9월2일 오후 1시50분으로 잡혀 제1형사부 심리로 진행된다.

강지환은 7월9일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스태프를 성추행한 혐의(준강간 및 준강제추행)로 구속돼 같은 달 25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체포된 강지환은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가 16일 구속 후 이뤄진 첫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강지환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강지환은 이번 사건으로 출연 중이던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 중도 하차했고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부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아울러 채널A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 출연해 ‘사랑꾼’ 면모를 보여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던 뮤지컬 배우 강성욱이 성폭력 혐의로 법정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앞서 7월30일 MBN ‘뉴스8’은 강성욱이 강간 등 치상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성욱은 2017년 8월 자신의 남자 대학동기와 함께 부산의 한 주점을 찾아 여종업원 2명과 술을 마셨고 밤이 깊어지자 “봉사료를 더 줄 테니 다른 곳으로 가자”며 동기의 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후 여성 1명이 먼저 자리를 뜨고 남은 여성도 집을 나서려 하자 강성욱 일행은 “어딜 가느냐”며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 여성은 “두 명이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반항했지만 강성욱의 일행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이 강성욱을 성폭력 혐의로 신고하자 강성욱은 ‘꽃뱀’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이에 여성은 충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가 사건 뒤 강성욱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정황도 없다”며 “사건이 불거진 뒤 강성욱이 ‘너 같은 여자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현재 강성욱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미투 운동을 통해 이윤택, 김기덕, 조재현 등 가려져 있던 연예계의 이면이 드러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올해도 연예계는 연이은 성추문으로 얼룩졌다.

연예인들이 성 문제에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연예계 성추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사진=뉴시스>

# 외교부 도넘은 기강해이..이번엔 일본 주재 총영사 ‘부하 성추행’

한편, 고위 외교관의 성추문 사건도 또 다시 발생해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처해야 하는 일본 주재 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 이후 성비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선언했지만 엄중한 시기에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외무고시 출신의 정통 외교관인 C총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됐다. C총영사는 일본에서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장관을 겨냥, “더 이상 대통령 등 뒤에 숨지 말고 구멍 난 리더십과 기강 실정에 책임지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향하는 시기에 일본 총영사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기강 해이가 아니고 기강 실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신 상태를 가진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국민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외교관이 일으킨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공식 행사에서 태극기를 거꾸로 달거나 태극기가 구겨진 것은 잊을만하면 터져서 놀랍지 않다”며 “성추문 사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 장관은 엄중 문책을 약속만 했지만 똑같은 사건은 되풀이된다”며 “리더십 붕괴, 리더십 실종 상태인 외교부에 경제 한일전을 맡길 수 없다. 강 장관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신용현 의원 역시 외교부 내 잇단 기강 해이 사태와 관련해 일침을 날렸다.

신 의원은 “국가외교 역량이 총동원돼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일본 총영사가 부하 직원 성추행 혐의로 국내 소환된 것이 확인됐다”며 “외교부 공직기강과 신뢰가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부의 공직기강 해이 문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며 “‘갑질’ ‘성추문’ 등으로 주베트남, 주몽골, 주에티오피아 대사 등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다”고 일갈했다.

신 의원은 “게다가 피해자는 외교부가 아닌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고 한다”며 “이는 외교부의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반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2017년 취임 초기 ‘원스트라이크아웃제’까지 도입하며 성 비위 사건에 대해 불관용 원칙을 천명했음에도 또다시 이런 일이 불거진 것”이라며 “강 장관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를 흔든 미투 운동은 연예인과 정치인 등을 포함한 사회적 인사들에 대한 피해를 폭로했다. 침묵을 지켜온 피해자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로 성장한 것이다.

성추문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로 피해를 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야 된다는 의식의 고취와 인터넷 등을 통한 다소 손 쉬운 신고 등 환경적인 변화가 꼽힌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끌어안고 있는 성에 대한 오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상처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성범죄·성추문이 꼬리를 무는 현실에 약자를 지키고 응원하기는커녕 사회나 집단이 이들을 외면하거나 방치했던 건 아닌지, 혹은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김승남 기자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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