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본에 지분율까지..모호한 정체성 논란에 ‘시끌’
더딘 공실률 해소·영업적자에 ‘한국 랜드마크’ 위상 ↓
물산·자산개발 모두 맡은 이 대표, 리더십 문제 대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일본발(發) 경제 보복 사태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망령이 되살아나면서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롯데물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물산은 ‘신동빈 뉴 롯데’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로, 타워 완공을 위해 일본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자본을 빌려온 것은 물론 지분구조만 놓고 봐도 정체성이 모호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

더욱이 롯데월드타워는 2017년 정식 오픈 이후 공실률 해소에 난항을 겪었고, 롯데물산은 실적 적자도 면치 못하면서 ‘대한민국 랜드마크’라는 위상에 생채기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일각에서는 롯데물산과 롯데자산개발을 함께 이끌고 있는 이광영 대표가 ‘겸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

이 대표가 올해부터 두 계열사 경영을 함께 맡으면서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롯데자산개발은 그룹 내에서 힘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롯데물산의 존재감은 미미해 리더십 문제도 대두되는 분위기다.

이광영 롯데물산 대표 사진=뉴시스
이광영 롯데물산 대표 <사진=뉴시스>

◆‘한국 랜드마크’가 일본 건물?..롯데월드타워의 모호한 정체성 ‘시끌’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123층, 지하 6층, 높이 555m, 연면적 42만 310㎡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다.

2016년 말 완공하고 이듬해 4월3일 정식 오픈한 롯데월드타워는 세계 5번째 높이의 건축물이라는 의미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 롯데’ 상징이 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 이후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일본 자금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일본 건물’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월드타워 개발사업을 시행한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착공(2009년)부터 완공까지 매년 수천억원을 공사비로 사용했고, 이 가운데 일본 자금은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월드타워 착공 당시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금을 제공받았다. 이후에도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을 꾸준히 지원했고 그 규모도 늘었다.

또한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일본 시중은행에서도 돈을 빌렸다. 2013년 부터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서, 2015년부터는 미즈호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했고 롯데물산과 일본 자본과의 채무 관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롯데물산에 두 차례에 걸쳐 500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제공했다. 만기일은 각각 2020년 9월21일, 2021년 3월19일이며 연 이자율은 2.85%로 동일하다.

미즈호은행 역시 이 기간 연 이자율 2.90% 수준으로 각각 900억원과 1000억원을 제공했다. 최장 만기일은 2020년 5월15일과 2021년 1월29일이다.

이처럼 롯데물산이 일본 자본으로 롯데월드타워를 지으면서 만만치 않은 이자를 지불했고, 현재도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

특히 롯데가 일본기업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최근 국내에서 반일 감정까지 높아지면서 이 같은 논란은 기업에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또 있다. 롯데물산의 지분 구조가 그것. 롯데물산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56.99%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호텔롯데 31.13%, 기타 11.88% 등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주주 지분율이 99%에 달한다. 결국 롯데 지배구조 한 축인 호텔롯데가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셈으로, ‘한국의 랜드마크’라고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사실상 일본 건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월드타워 <사진제공=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사진제공=롯데물산>

◆적자 허덕이는 롯데물산, 그룹 계열사들이 채운 오피스 공실 

이런 와중에 롯데물산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오픈 2년이 지났지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뒷말도 나오는 모습이다.

롯데물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4448억원으로 전년(3192억원)보다는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영업손실은 2017년 468억원에서 2018년 149억원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 기간 순이익은 5450억원에서 마이너스 610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지난해 롯데케미칼 주식을 처분하면서 발생한 세금 때문”이라며 “일회성 요인 탓에 순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0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주식 796만5201주를 양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공실률 해소가 더딘 점도 롯데물산 실적에 암초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 오피스 계약률은 9월 현재 80% 수준이며 올해 2월 오픈한 공유오피스도 6개월 만에 70%가량 입주가 완료 됐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다른 초고층 빌딩의 해외 사례에서 오피스 구간이 완판 되는 기간은 평균 5~6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월드타워의 오피스 계약률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오피스 분양이 대부분 롯데그룹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 현재 롯데월드타워에는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케미칼, 롯데MCC,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롯데컬처웍스 등이 입주해 있다.

또한 롯데물산이 2월 프리미엄 서비스드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 롯데월드타워’를 오픈하고 본격 영업에 돌입한 것을 두고도 롯데월드타워 공실률이 떨어지지 않자 공유오피스로 1개층을 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롯데물산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물산 홈페이지 갈무리

◆대표 겸직에 체한(?) 이광영..업무 효율성은 ‘뚝’

한편, 이광영 대표는 지난해 말 단행된 2019년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자산개발에 이어 롯데물산까지 책임지게 됐다. 이 대표는 2017년부터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맡아 왔다.

인사 당시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국내외 부동산 개발 운영과 복합쇼핑몰 개발 등을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과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운영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물산의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롯데물산 CEO 인사말을 통해서도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를 짓는 과정을 통해 세계적 역량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면서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뒤떨어진다는 불만 목소리가 많다는 전언. 이 대표가 두 회사를 모두 돌봐야 하는 탓에 결재 등이 밀리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롯데그룹이 최근 부동산에 주목, 내달 롯데리츠를 상장할 예정이며 공유오피스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롯데자산개발도 자연스럽게 힘을 받는 분위기다.

반면 롯데물산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지고 사업도 지지부진한 모양새. ‘국내 초고층 빌딩’ ‘한국 랜드마크’를 운영하는 주체지만, 사실상 그룹 내 입지는 쪼그라든 형국으로 롯데물산은 물론 롯데월드타워까지 계륵으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한편, 롯데물산 관계자는 “일본 시중은행 대출건은 금액이 크지는 않다”며 “국내 은행과 비교했을 때 금리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어서 일부만 대출을 한 상태로 국내 대출 비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타워의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롯데월드타워)프로젝트 자체는 한국의 랜드마크 건설을 위해 한국 롯데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한 것”이라며 “(신격호)명예회장님의 숙원사업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물산의 그룹 내 입지 위축에 대해서는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몰의 운영 및 관리를 하는 곳이라면, 롯데자산개발은 신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회사”라며 “롯데물산은 기존과 같은 역할(운영·관리)을 하고 있고, 롯데자산개발은 신사업을 확장해서 하고 있어 그렇게(롯데물산은 뒷전으로 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