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매달 비용 각출 강요 주장 제기..회사 측 “일부 관행처럼 진행” 인정
유학수 사장의 100년 기업 목표..혁신·정도경영 ‘제2의 전성기’ 시작부터 ‘삐끗’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일하기 좋은 기업’을 표방하는 코리아나화장품(이하 코리아나)에서 이른바 직원 돈 ‘강탈 갑질’ 논란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직원들로부터 상사 명절 선물, 팀비 등 명목으로 매달 비용 각출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코리아나 내부에서 제기된 것.

코리아나 측은 당초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가 <공공뉴스>의 취재가 시작되자 곧바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고, “일부 부서에서 관행처럼 진행됐던 일”이라며 전사적으로 이 같은 관행 근절을 공지한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의 100년’을 위해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코리아나에서 불편한 관행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기업문화는 오히려 퇴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코리아나화장품의 비용 각출 강요 주장글. 사진=블라인드 앱 캡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코리아나화장품의 비용 각출 강요 주장글. <사진=블라인드 앱 캡쳐>

◆때 아닌 ‘직원 돈 강탈’ 논란..뒤늦게 관행 근절 나선 코리아나

자신을 코리아나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돈을 걷는 게 맞는 걸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매달 팀비 명목으로 돈을 걷는다”라며 “대체 이게 정당한 게 맞는 건지(모르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팀비 명목으로 걷은 돈은)대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겠다”라면서 “의무적으로 이렇게 걷는 게 당연한 것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A씨는 설날과 추석 등 매년 명절에는 상사를 위한 선물비용 각출 강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명절이 오면 윗사람 선물하나 사준다며 돈을 걷는다”면서 “회의도 없이 그냥 걷자고 통보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A씨는 “그렇게 해주고 싶으면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안주고 안 받으면 되는데 굳이 하기 싫은 사람들한테까지 의무적으로 돈을 걷어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코리아나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파악 결과)일부 부서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용처는 대개 팀 이름으로 나가는 경조사비 형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내역도 투명하게 관리 되고 있었고, 원하는 직원 누구나 (사용 내역을) 볼 수 있도록 오픈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출 강요에 대해서는 “강제성은 전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어 사용처 등에 대한 정기적 공지도 1년에 한 번 정도 하거나 직원 개인이 원하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실제로 1년 동안 단 한 번도 비용을 내지 않은 직원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관행 근절을 위해 전사적으로 공지를 하고 있다”면서 “(비용 각출 관행을)진행한 일부 팀에 대해서는 남은 비용은 (직원들에게)분배하고 앞으로 일절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사진제공=코리아나화장품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사장 <사진=코리아나화장품>

◆‘100년 기업’ 목표 위한 혁신 강조..시작부터 ‘난감’

한편, ‘국내 1세대’ 화장품 업체 중 하나인 코리아나는 1988년 창립 이래 ‘고객만족’, ‘정도경영’, ‘명품주의’라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기업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평하던 코리아나는 차별화된 신기술과 신소재로 글로벌 시장도 적극 공략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 매출 148억원을 달성,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은 42%를 기록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타격을 받았고, 2002년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이후 10여 년간 부침을 겪다가 ‘K뷰티’ 열풍이 불면서 2015년부터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코리아나는 중국 법인 ‘코리아나 천진 유한공사’를 통해 현지에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이 회사 재기의 발판이 됐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의 장남인 유학수 사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2018년은 코리아나의 온라인 마케팅 활성화 및 중국 현지 법인인 코리아나 천진 유한공사의 흑자경영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끌어 내는 등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매우 희망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해에는 진취적인 팀 혁신경영과 함께 견고한 R&D와 정도경영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코리아나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 때 아닌 잡음이 번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노리는 2세 경영인 유 사장의 100년 기업 목표가 시작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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