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3년 넘은 화장품 판매..관리 부실 도마 위
회사 측 “중대한 사안..즉각 판매 중단 후 경위 조사”
소비자 신뢰도·위상 ↓, 세계 1위 면세점 꿈도 ‘삐끗’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의 유통망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한 소비자가 롯데면세점 부산점의 수입화장품 ‘비오템’ 매장에서 수분크림을 구입했는데, 제조된 지 3년이나 된 폐기 직전 화장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

롯데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비오템 제품은 중간 납품 업체가 미국 로레알 본사에서 유통받아 납품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유통 과정의 관리 부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조·유통기업 모두 책임론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공공뉴스>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한 것은 면세점 사업에 있어) 중대한 사안이 맞다”라며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발(發) 악재로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롯데를 향한 국민 원성이 이제는 조금 잠잠해진 모습이지만, 그러나 이번에는 때 아닌 유통망 논란이 터지면서 제2의 시련을 맞이하게 된 형국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롯데면세점 부산점, 폐기 직전 화장품 판매 논란

14일 롯데면세점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롯데면세점 부산점 내 스킨케어 브랜드 비오템 매장에서는 제조일자 넘버가 ‘40N800’인 ‘아쿠아수르스 에버플럼프 라인 수분방울크림’을 5+1 묶음 형태로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소비자 A씨는 여행을 가기 전 이 제품을 구매했고, 여행을 다녀온 후 화장품 코드를 확인한 결과 구매한 제품은 2016년 만들어진 것이었다.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화장품을 여유있게 구입 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좀 여유있게 구입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면세나 백화점에서 살때 (제조일자가)최근이라고 생각하고 3년이 보통 유통기한이니 믿고 쓰시는 분이 많다”며 “그런데 날짜를 확인하니 ‘N코드’는 2016년 10월 제조된 제품이라고 인터넷에 검색이 되더라”고 분노했다.

비오템 화장품의 경우 유통기한을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A씨는 해외 화장품 유통기한 검색 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를 통해 제조연월 등을 추측할 수 있었다. 

소비자 A씨의 주장과 관련해 <공공뉴스>가 확인한 결과 이 제품의 제조연월은 2016년 8월이었다.

화장품 유통기한이 대개 제조일로부터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폐기 대상인 제품이 롯데면세점 매장에서 팔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비오템의 모그룹인 로레알 본사의 공식 수입 에이전시인 삼경무역을 통해 직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채널이 직매입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상제품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면세점은 바잉파워(구매협상력)을 활용해 미리 판매량을 예측하고 재고를 쌓아둔다. 매입 비용을 낮추고 중간 물류·유통비용 등을 줄여 최종 수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 처음이라 당혹스럽다”면서 “회사(롯데면세점) 측에서 파악한 결과 해당 화장품은 제조 후 37개월이 지난 제품이었다. 민원 접수 직후 해당 제품 판매를 즉각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유통 채널이 우리(롯데면세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정확한 문제 발생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면세점 부산점의 비오템 매장에서 유통기한 3년이 지난 제품을 판매했다는 소비자 A씨의 글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일본發 악재 이어 제2의 시련..세계 1위 면세점 꿈도 물거품?

한편, 롯데면세점 부산점은 호텔롯데가 2014년 9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부산점에 오픈한 시내면세점이다.

기존 특허 기간은 당초 올해 9월까지였지만, 6월 특허갱신에 통과해 2024년 9월23일까지 5년 더 연장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특허갱신에 성공 이후 유통망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난 여론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롯데 측의 책임 통감에도 소비자들의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한 모습.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 꼬리표를 여전히 떼지 못하면서 최근 불매운동 타깃까지 되는 등 홍역을 치른 까닭이다.

게다가 롯데면세점이 국내 1위 면세점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커지는 실정.

회사는 문제 발생 후 곧바로 원인 파악에 나서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시아 최고’ ‘글로벌 2위’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만큼 이 같은 허술한 관리 문제는 상상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롯데면세점 내부적으로는 2021년까지 면세점 업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상황에서 향후 면세점 사업에 있어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면세 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가 올해 7월 발표한 ‘2018년 세계 면세점 순위 조사 결과’ 듀프리의 지난해 매출은 76억8700만유로(9조8175억원)였다. 롯데면세점은 60억9300만 유로(7조7817억원으로) 듀프리를 바싹 뒤쫓는 상황.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세계 1위 듀프리를 따라잡는다는 계획. 하지만 유통망 관리 부실 문제로 소비자 신뢰도와 회사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면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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