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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같이의 가치
#장애인 의무고용:혈세로 면피하는 정부·공공기관→사회적 약자 자립 위한 선택 아닌 필수
2019. 10. 13 by 김소영 기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체장애인이 거리를 돌아다니기 쉽지 않은 환경인 반면 일본이나 미국 등 국가에서는 작은 식당에도 휠체어 높이에 맞춘 버튼을 가진 자동문이 있거나 면적이 좁아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를 하나의 ‘병’으로 본다면 복지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접근방식에서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인 것이다.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인 배려나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장애인 일자리 문제만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이는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거나 설령 채용을 하더라도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 특히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위반해도 내야 하는 부담금 액수가 크지 않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마저 고용률을 지키기보다는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A씨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철폐하기 위해 누구보다 힘써야 할 정부가 ‘나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이니 화가 난다”며 “장애인의 근로는 국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일침했다.

지난 4월1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6회 서울시 장애인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1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16회 서울시 장애인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10%에 육박한 청년실업률이 증명하듯,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와 ‘노동 문제’다.

특히 부정적인 선입견과 제약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고용에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로 면피하는 실정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하나의 의무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이 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장애인 고용 외면한 정부, 국민 혈세 70억 낭비

정부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면서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최근 5년간 약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비공무원(계약직, 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과태료인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금액이 5년간 약 7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장애인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에게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하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평가해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민간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에 미달하는 정부 부처와 민간기업에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정부 부처가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68억2600만원이다. 2014년 대비 2018년 납부액은 3.2배 증가한 24억270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문제는 ▲교육부 ▲국방부 ▲경찰청 ▲기상청 ▲통계청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등 8개 부처는 5년간 단 한 차례도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5년간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 상위 부처는 교육부(20억3500만원), 국방부(12억4700만원), 경찰청(9억9000만원), 기상청(3억9700만원) 순이다.

반면 2018년 기준 39개 정부 부처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사혁신처,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대통령비서실 등 16개 부처만 5년 연속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했다.

앞서 지난해 국내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 평균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 3.1%에 못 미치는 2.14%에 그쳤다. 이들 30대 대기업이 지난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무려 1326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장애인 고용이라는 ‘같이의 가치’를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불구, 현재의 장애인 고용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며 “장애인 고용은 물론 고용된 장애인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과 유리천장의 제거 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부처 장애인 고용부담금 현황. <자료제공=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부처 장애인 고용부담금 현황. <자료제공=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장애인 의무고용 ‘돈’으로 때우는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확대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100인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한 공공기관은 지난해 기준 상시 고용 인원의 3.2%를 장애인으로 의무고용 하도록 했으나 올해부터는 3.4%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고 매년 적게는 수천만에서 많게는 1억원대에 달하는 고용부담금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기재부 산하기관들이 장애인 채용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 산하기관들은 지난 5년간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으로 5억7000만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 등 기재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고용부담금 납부액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5년간 3억8489만원으로 가장 많은 고용부담금을 냈다. 이어 한국재정정보원 9371만원, 한국투자공사 830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4년에는 장애인고용부담금 303만원을 납부했으나 올해에는 1억원 넘게 납부해 2014년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 매년 장애인고용부담금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장애인 채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개선의지조차도 보이지 않은 셈.

반면 한국조폐공사는 올해 567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했으나 지난해까지는 장애인 의무고용 100%를 달성해 장애인고용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국제원산지정보원은 올해 현재까지 단 1명도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지만 상시근로자 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납부기관에서 제외됐다.

장애인 의무고용은 법률의 준수여부를 떠나 공공기관의 국민적 신뢰를 쌓는 중요한 척도인 만큼 공공기관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공익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하지만 기재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22억원에 달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 35개 중 23개 기관(65%)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3.2%를 지키지 못한 것.

최근 3년간(2016~2018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 총액은 64억2300만원으로, 이들 기관 중 강원랜드가 무려 13억8900만원을 납부했다.

이는 산업부 산하 전체 공공기관 납부액의 22% 수준으로 2016년 3억9900만원, 2017년 4억6500만원, 2018년 5억2500만원 등 부담금 납부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국광해관리공단이 12억2700만원을 납부했고 한국전력 8억7200만원, 한국석유공사 5억4600만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5억3000만원 등 5개 기관이 5억원 이상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특히 지난해 의무고용 비율이 가장 낮은 기관은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고용률이 1.6%에 그쳤다. 다음으로 강원랜드(2.0%), 한국원자력연료(2.4%), 한국산업단지공단(2.7%), 한국전기안전공사(2.7%)가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적극 지켜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매년 돈으로 때우고 말겠다는 공공기관의 반복되는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장애인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이들 공공기관들이 장애인 의무고용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100% 실천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고용의 문을 열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고용의 문을 열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의무비율 못 맞춘 장애인교원..예비교원 양성 ‘첩첩산중’

한편, 전국 공립학교 장애인교원이 정부가 부과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3.4%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교육청 장애인 공립교원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장애인교원은 전체 교원(91만5689명)의 1.33%인 1만2211명에 불과했다.

공립학교 전체교원 중 장애인교원의 비율은 시기별로 ▲2016년 1.28% ▲2017년 1.36% ▲2018년 1.36%로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급 별로는 3년간 초등학교가 0.67%로 가장 낮았고 중고등학교가 1.71%, 특수학교가 5.0%를 차지했다.

아울러 3년간 시·도교육청 별 공립학교 장애인교원 비율을 살펴보면 전북이 1위로 1.77% 고용률을 보였고 뒤이어 울산이 2위(1.75%), 대전이 3위(1.69%)였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전체 교원의 0.80%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서 의원은 “장애인이 실생활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장애인 고용의무 비율을 해마다 증가해 올해 3.4%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에 비하면 안타까운 수치”라며 “교원 역시 일정비율 이상 장애인으로 임용하도록 2006년 법이 개정됐지만 시·도교육청의 장애인교원 고용비율은 항상 1%대로 저조했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장애인교원 고용부진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장애인 예비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2019년 현재 전국의 교대에 다니고 있는 장애당사자 예비교원이 300명도 채 안 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서 의원은 “장애인 학생이 초·중등교육을 이수한 후 교대·사범대 등의 예비교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진로과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기존 장애인교원 지원 대책에 그치지 말고 전문성과 특수성을 지닌 인력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교원 고용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서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이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면서 각기 다른 환경에 대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인성교육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 장애인교원은 확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애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이로 인해 장애인 고용은 더 외면받고 있다.

장애인 고용 외면의 원인은 의무고용제의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이다. 의무고용제를 지키지 않아도 ‘벌금으로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

또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비장애인을 고용했을 때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도 문제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실질적인 평등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재활과 자립을 위한 제도는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서 지켜야 한다.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의지를 보일 때만이 장애인의 고용촉진은 물론 고용안정까지 도모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세상은 변해야 하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선을 긋지 않는 사회, 같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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