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연수생인 것처럼 비자 발급받아 필리핀인 입국시킨 뒤 고용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 기소..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 선고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 전 사장의 죄책에 비해 낮은 형벌이라고 판단하며 이 같은 선고를 내렸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14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명령한 160시간 사회봉사는 취소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총수의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임직원으로 하여금 외국인 불법입국 범행에 가담하도록 했다”며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은 비자 발급 수수료 등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고 일반 연수생으로 가장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가 구형한 벌금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 재판 도중 남편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고 앞으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 처지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은 한진그룹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고용을 지시, 2013년부터 2018년 초까지 필리핀 국적의 여성 6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인 것처럼 입국시킨 뒤 불법 고용했다. 

외국인이 국내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비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한진그룹 임직원들은 이들을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직원으로 본사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가장해 일반 연수생(D-4)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시켰다. 

검찰은 1심에서 이 전 이사장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후 검찰은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고,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또한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2016년 7월과 이듬해 7월 각각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항공운수 종사자인 것처럼 허위로 신청해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고 담당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한편, 이 전 이사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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