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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스토리
[공공story] 혼자가 아닌 우리
#미혼모:사회적 편견·경제적 이유로 버려지는 아기들→생명 지키는 책임감에 따뜻한 박수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2019. 11. 19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20대 여성 최모씨는 많은 고민 끝에 아이를 낳은 후 최근 미혼모자 거주시설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축복 속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고, 가족과 연락도 끊긴지 오래다. 부모님이 ‘아빠 없는 아이를 낳아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출산을 반대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다니던 대학에는 휴학계를 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최씨.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먹은 후 최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게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요즘, 과연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임신·출산을 경험할 때 축하와 따뜻한 격려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스스로 아기를 낳아 키우기로 선택했음에도 각종 편견과 차별, 빈곤을 홀로 이겨내야만 하는 여성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혼외 임신, 특히 청소년들의 임신은 비난 받고 사회적 문제가 된다. 더욱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홀로 키우는 청소년 미혼모들은 ‘입양’과 ‘양육’이라는 중대한 선택에 직면하게 되면서 일부는 학업을 중단해야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이들이 양육을 선택했다 해도 우리 사회의 편견 앞에서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미혼모들은 고립되고 힘든 상황에서 아이를 양육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미혼모들은 입양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지난해 11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코베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코베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에는 결혼 안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이 하나로 통합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연애와 결혼이, 임신과 출산이, 출산과 양육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시대는 아니다.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을 수 있고 임신해도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기를 수 있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지만 아빠 없이 아이를 낳아 홀로 키우는 미혼모와 미혼모가 키우는 자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낙태나 입양 대신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결심하는 순간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에 부딪히는 것은 물론 가족, 학교, 직장과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홀로 생계 부담에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 미혼모들은 빈곤과 마주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냉혹한 현실은 미혼모로 하여금 양육 대신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도록 등을 떠밀고 있는 실정이다.

# ‘3살 여아 살해’ 미혼모 지인도 가담

최근 세살배기 딸을 빗자루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미혼모가 구속된 가운데 범행에 가담한 친모의 지인이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22)씨는 이날 오후 1시25분께 인천 남동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경찰 승합차를 타고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이동했다.

A씨는 법원에 출석하기 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한 A씨는 “왜 (친모 대신) 119에 신고했느냐” “피해 아이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잇따른 물음에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부터 이종환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진행하며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지인 B(24)씨와 함께 지난 14일 경기도 김포시 한 빌라에서 옷걸이용 행거봉과 손발 등으로 B씨의 딸 C(3)양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아이의 친모 B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14일 오후 10시59분께 B씨의 부탁을 받고 119에 이번 사건을 처음 신고한 인물이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0일가량 번갈아 가며 C양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양이 사망한 14일에는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앞서 경찰은 A씨와 같은 혐의로 B씨를 구속했으며 A씨의 범행 가담 사실을 확인한 뒤 16일 인천에서 그를 긴급체포,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C양이 밥을 잘 먹지 않고 꼭꼭 씹어 먹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1월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스포츠 토토 직원들이 미혼모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오감 쑥쑥 사랑의 맛사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09년 1월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스포츠 토토 직원들이 미혼모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오감 쑥쑥 사랑의 맛사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잇단 신생아 유기..국회 문턱 못 넘은 ‘비밀출산법’

10대 미혼모의 나홀로 출산, 그리고 이어지는 살해. 잊을 만하면 ‘영아유기 사건’이 뉴스에 흘러나오고 있다. 영아유기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미혼모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가여운 어린 넋들 생각에 함께 공분한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영아유기 및 살해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영아 살해·유기 범죄는 일반적인 살해·유기보다 형량이 적고, 이마저도 법원에서 여러 감형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출산한 지 1시간 만에 신생아를 버린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이서윤 판사는 지난달 7일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D(20)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D씨는 올해 3월28일 오후 11시25분께 인천시 연수구 한 건물 앞에 갓 태어난 아들을 유기한 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1시간 전 자택 화장실에서 혼자 아들을 낳은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조사에서 “친부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며 “경제적으로 아들을 양육할 능력이 되지 않아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홀로 출산해 판단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행히 아이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앞서 6월에는 아이를 몰래 출산한 뒤 상자에 넣어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미혼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6월6일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E(22)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수건으로 감싼 아기를 종이상자에 넣어 방 안에 방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출산 직후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유기로 인해 삶의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에 임신 사실을 알았으나 낙태를 선택할 수 없는 시기였고 가족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지내오다가 혼자서 출산을 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영아유기죄를 저지르면 현행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같은 영아유기 사건은 최근 10년 동안 1000건 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아유기 사건은 최근 10년(2007∼2016년)간 992건으로 발생했다. 이는 1년 평균 100건 가량 발생한 셈.

영아유기나 영아살해의 경우 가해자가 처한 현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일 경우가 많다. 처벌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에 앞서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 구축이 동반돼야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아유기 사건과 관련 예방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경제적·사회적 곤경에 처한 임산부를 지원하고 영아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으나 1년 넘게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산모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게 골자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6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세상모든가족, 함께’ 바다나들이 행사에 참석, 꿈꾸는 우리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6일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열린 ‘세상모든가족, 함께’ 바다나들이 행사에 참석, 꿈꾸는 우리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정숙 여사, 미혼모·다문화가족 격려..“편견·차별 넘어 포용국가로”

한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미혼모 가족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사회적 차별 해소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달 6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개최된 ‘세상모든가족함께’ 캠페인에 참석해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 이야기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 여사는 이날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다문화가족이면서 재혼가족인 ‘평화네 가족’ 엄마 한지혜씨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식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열 네 가족이 함께 사는 자발적 공동체 주택인 ‘일오집’에 거주하는 윤창환씨는 “아이들이 혈연이 아닌 언니, 오빠, 형,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어서 좋다”며 “어른들 또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가족이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한 김 여사는 “뭇생명들이 형형색색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품 넓은 바다처럼 다르지만 틀리지 않고 다르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며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다양한 가족이 따뜻하게 기댈 수 있는 포용국가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김 여사는 다문화, 한부모, 입양 가족 등과 ‘바다의 꿈 하모니’를 부르고 한부모 가족과 함께 대형 유리병 타임캡슐에 포용사회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고 ‘가족사진관’에서는 다문화가족과 사진촬영을 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앞서 5월26일 서울에서 가진 ‘세상모든가족함께’ 첫 번째 캠페인인 ‘서울숲 숲속나들이’에 이어 마련한 ‘부산 바다나들이’는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는 포용사회를 구현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산시와 사회공헌기업이 함께한 민·관 합동 캠페인이다.

김 여사는 그간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미혼모에 대한 차별 해소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다문화가족이나 미혼모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하거나 비혼모들이 출연한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다. 지방 일정 중에는 미혼모 시설을 찾아 미혼모들의 고충을 경청했으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는 메시지로 미혼모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양육과 입양의 기로에서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미혼모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일은 수많은 편견과 차별,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핵심 이유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다. ‘미혼모의 자녀니까’라는 손가락질과 따가운 시선을 마주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부모가 자식을 키우지 않겠다는 게 문제지, 자신의 아이를 자기가 키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혼모라는 글자의 ‘미혼’에 주목하지 말고 그저 똑같은 엄마로 바라봐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기를 낳아 기르기로 결정한 미혼모야 말로 아기를 지켜낸 책임감 있는 여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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