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한국당, 패트 입장변화 없다면 국회법 따라 대응”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당들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당내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패스트트랙과 관련, “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비제)에 대해서 전혀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대응해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황 대표는 연비제는 절대로 안 된다, 공수처 신설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연비제 도입과 공수처의 신설을 열어놓고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황 대표가 단식 중인 것에 대해 “여야 간 집중적인 합의 노력이 있어야 할 시점에 굉장히 경직된 분위기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황 대표가 단식을 지속하는 한 한국당의 태도가 강경한 태도로 급격하게 선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원만한 합의처리를 위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중대한 난관이 조성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계속 단식하고 한국당과 협상이 안 될 경우 패스트트랙을 표결로 처리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한 분이 오랜 시간 단식을 하고 건강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는 상태에서 제가 야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든 황 대표가 단식을 풀고 한국당이 협상과 합의를 위한 장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여지를 반드시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패스트트랙의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불법의 사슬을 끊어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황 대표가 단식을 계속하는 이유는 패스트트랙 전 과정이 불법 무효이기 때문”이라며 “그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침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은 야합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기어이 한국당을 고립시켜버리고 불법 패스트트 폭거를 일으킬 궁리를 하고 있다”며 “현재 34개 정당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지난 총선 직전과 비교해보면 2배나 많다고 한다. 정당난립, 국회분열 등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가 벌써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의 국회는 온갖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혼란에 빠져있다. 사실상 정당다운 정당이 몇 개나 있는가. 오늘날 국회도 ‘떴다방 다당제’ 수준”이라며 “이런 국회가 과연 힘을 갖고 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 이제 그만 고집 피우라”고 일갈했다.

이어 “여당은 패스트트랙은 그대로 두고 협상을 하자고 하는데 한쪽에 칼을 들고 협박하면서 협상하자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철회한 뒤 협상하자. 그러면 협상다운 협상이 비로소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마치고 누워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단식 6일째에 접어든 황 대표는 건강 악화 증세를 보이면서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 저와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거적 너머 보이는 국민 여러분 한분 한분이 그래서 제게 소중한 스승”이라며 “이 길에서 대한민국의 길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라며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고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며 자신을 지지해주는 국민들을 향해 감사함을 표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지소미아 연장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개정안 및 공수처 철회를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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