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조롱·여성혐오 발언에도 ‘솜방망이’ 징계 논란..훈육관은 되레 피해자 질책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서울교대를 비롯해 경인교대·청주교대 등에서 불거진 여학생 대상 ‘남학생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도 발생했다.

간호사관학교 남성 생도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여성 생도들과 상관을 대상으로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과 모욕성 발언을 쏟아낸 것. 더욱이 문제는 가해 생도들 대부분이 경미한 징계에 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버 성희롱은 수년간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들며 우리 사회에 많은 혼란과 고통을 야기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가담하는 가해자들은 이러한 행동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이는 또 다른 사이버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방혜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2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에 가담한 생도 11명 중 1명은 퇴교, 10명은 근신처분을 받았다”며 “근신은 해당 학생의 장교 임관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몇 주 외박이 제한되는 정도의 낮은 징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터에 따르면, 2~4학년 남성 생도 중 일부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단톡방에서 여성 생도 뿐 아니라 여성 상관을 대상으로 수십 건에 달하는 성희롱,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센터가 공개한 단톡방 캡처본에는 가해 생도들이 특정 여성 생도를 겨냥해 “어떻게 화장으로 여드름자국이 안 지워지나” “머리가 비어서 때리면 텅 소리 크게 날 것 같다” “명치 세게 때리고 싶다” 등의 조롱을 퍼부었다. 또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비하 용어를 사용하는 발언도 담겼다.

이 같은 발언은 여성 상관인 훈육관에게도 적용됐다. 가해 생도들은 여성 훈육관에 대해서도 “멍청하다” “그 소령은 허수아비일 뿐” “훈육관 이X들이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은 우리가 다한다”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여성 생도들이 캡처와 고발문을 가지고 담당 여성 훈육관을 찾아가 신고했으나 훈육관은 되레 “동기를 고발해서 단합성을 저해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고 다그쳤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단체 채팅방에 실명이 언급된 피해 생도들이 학내 자치위원회 명예위원회에 이 사건을 정식 신고함에 따라 비로소 훈육위원회에 회부됐다”며 “그러나 훈육위원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생도 11명 중 1명은 퇴교, 10명은 근신 4주~7주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방혜린 센터 상담지원팀 간사는 “육군사관학교 등과 달리 간호사관학교는 성범죄에 대한 별도 징계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결혼 및 이성교제’ 관련 규정이나 ‘사관생도다운 언행을 할 의무’를 기준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방 간사는 “이것이야말로 간호사관학교가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11명의 생도가 받은 징계는 ▲상관과 지휘 근무하는 생도에 대한 모욕 ▲생도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 ▲생도답지 않은 언행 및 태도 등 세 가지 항목 차원에서 처리됐다.

방 간사는 “남성 생도가 10%, 여성 생도가 90%를 차지하는 간호사관학교조차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인 사회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확보된 단톡방과 캡처본, 피해자 진술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군 형법상 상관모욕죄, 영내폭행죄를 범한 가해 생도들에 대해 법리 검토 이후 고소, 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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