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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진단] 199건 필리버스터 폭탄에 멈춰선 국회
유채리 기자 (114@00news.co.kr)  2019. 12. 02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민생을 저버렸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을 막겠다며 200여개의 국회 본회의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해 본회의를 무산시켰기 때문.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처리를 당부했던 어린이 교통안전법인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비롯해 ‘하준이법’, ‘유치원 3법’이 처리되지 못하자 정치권에서는 어린이 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본회의 무산 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과속차량에 치여 사망한 고(故) 김민식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며 “선거법과 아이들의 법안을 바꾸는 것, 그게 과연 사람으로 할 짓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文대통령 “아이들 협상카드로 사용 말라” 국회 작심 비판

문 대통령은 2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마비 상태가 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 대해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 사태에 놓여 있다”며 “입법과 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며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소중한 법안들로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주자”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안했다. ‘민식이법’ 통과 합의에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는 단서를 단 것.

이에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기다린 유가족들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원내대표를 향해 “아이들을 왜 협상 카드로 쓰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오히려 민식이법 통과를 막은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식이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게 한 건 바로 여당”이라며 “정말 민식이법, 민생법안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왜 (한국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본회의를 거부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애당초 여당은 민식이법을 통과시킬 의지는 없고 민식이법을 정치탄압의 칼로 쓰려고 한 의도밖에 없었다”며 “여당의 정치적 계산과 그 우선순위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첫째도 야당 무력화, 둘째도 야당 무력화다. 민식이법, 민생법안은 안중에 없는 정당이 여당”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는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도 아니었다”며 “지난달 29일 본회의가 열렸다면 민식이법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민주당의 불참으로 문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그래서 민식이법은 통과가 안 됐다. 그러고는 ‘야당이 막았다’고 한다”며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 국민 여러분, 속으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필리버스터 역풍 맞는 한국당..與 “민생볼모” 비판

나 원내대표의 주장에도 각 정당에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정치 볼모로 삼았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나 원내대표가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며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뻔뻔한 변명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민식이법을 인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나 원내대표의 말대로라면 아이들을 ‘정치 협상’ 카드로 삼지 말라는 부모들의 절규가 거짓말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어떻게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지 마치 ‘두 명의 나경원’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아이들의 목숨과 안전을 한낱 정치흥정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국민에 모욕감을 준 나 원내대표는 구차한 변명과 말 바꾸기를 중단하고 국민께 당장 통렬히 사죄하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툭하면 동물국회, 걸핏하면 식물국회, 지독하게 이기적인 기득권 양당정치,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비쟁점법안과 민생법안까지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안 모두가 필리버스터의 인질로 잡혔다”며 “한국당은 국민들의 인내가 끝나기 전에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하고 조속히 법안 처리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당과 민주당은 국민들의 분노가 거대한 해일이 돼 휩쓸기 전에 이제라도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만을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도 “한국당의 반개혁·반민생 필리버스터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여론이 악화되자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는 둥, 국회의장과 여당이 국회를 봉쇄했다는 둥의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궤변으로 상황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애초에 ‘민식이법’을 볼모로 잡고 한국당이 불편해마지않는 ‘유치원 3법’과 ‘선거제 개혁’, ‘공수처 설치법’을 좌초시키려 한 것이 명백하지 않느냐”며 “누군가의 간절한 호소를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다니 생각할수록 사악하기 짝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궤변이나 늘어놓으며 교통사고 사망 아동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는 나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분노를 절제하기가 어렵다”며 “나 원내대표는 더 이상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죄를 짓지 말고 속히 국회로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으로 정기국회가 멈춰선 이후 여여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또다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필리버스터가 국회법상 주어진 권한이자 합법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국민들이 그간 인내하며 참고 기다려왔던 유치원 3법을, 민식이법을 비롯해 우리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들을 한국당이 멈춰 세웠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을 막겠다며 모든 민생, 경제입법을 올스톱시키고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자 폭거다.

국민들을 배신한 정치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민생입법을 막은 한국당은 국회의 미래를 막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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