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상명 기자]

【경로(敬老) : (명사) 노인을 공경함】
하지만.. 경로의 의미가 퇴색 되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한숨 짓는 요즈음이다.

최근 지인의 아파트에서 나이든 경비원과 30대 청년이 택배와 관련해 말다툼을 벌였다. 급기야 욕설을 하며 큰 싸움으로 번지자 이를 목격한 주민이 겨우 뜯어 말려 몸싸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를 바라보며 자칫 인명사고로 번질까 노심초사했다고.

70대 중반의 경비원과 30대 초반의 아파트 주민과의 싸움. 지인은 이를 내게 전하며 혀를 클클 찼다. 제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위아래는 있지 않느냐며 말이다.

본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 사진=뉴시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뉴시스>

최근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노인을 향해 급식충, 노인충, 연금충, 틀딱충 등의 용어를 써가며 노인혐오를 표출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젊은이들의 등골을 빼먹는 것이 노인이라는 증거없는 의식들이 혹여 젊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것이 아닌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에 노인이란 만60세가 돼 회갑을 맞은 사람을 노인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는 65세가 도래한 사람을 노인이라고 명시해 놓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인생은 60세 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60대 어르신들은 노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젊고 활기차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 경로당을 가 봐도 60대 어르신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70대 어르신조차 어린 축에 들 정도니 말이다.

그나마 기력이 있으신 분들은 노인일자리에 나가 없고 80,90대의 어르신들이 며느리 눈치보인다며 경로당에서 주는 식사하고 동료 어르신들과 화투나 담소 등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또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모습일 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 모두 숨 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잊은 채, 언제부터인가 노인 경시풍조가 만연해지고 경로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노인비하로까지 번지고 있다.

세금 잡아먹는 노인충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니 가슴 아프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가족 사회에서 어르신은 한 집안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하고 핵가족화로 변하면서 어르신들은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며 쓸모없는 존재로까지 비쳐지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버스나 지하철의 경로우대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일각을 향해 그 분들도 한 시대 젊음을 이 사회에 바쳤거늘 이제 늙고 병들어가니 사회는 이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모자라 외면하고 등한시 하는거냐.

내 목소리 꼭 전하고 싶지만, 길거리 가다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도리어 돌맞는 세상이니 이 또한 마음으로 삼키는 게 어쩌면 현명한 일.

우후죽순 늘어나는 노인요양원의 실태가 바로 부양을 거부하는 자녀들의 사회현상이라는 말이 애처롭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기력이 없을 뿐 건강하게 잘 지내시던 어르신이 요양원 입소 후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사회는 급변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자식은 많지 않은데 사회시스템은 아직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르신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없어져 가는 듯하다. 나이든 분들은 투표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유명정치인의 막말까지 더해지는 세상이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어르신복지관이나 종합복지관에 가면 이른 아침부터 실버식당 앞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다. 며느리 눈치보며 밥 먹느니 얻어 먹더라도 마음 편하게 따뜻한 밥 한 술 하시겠다는 그 분들의 말이 아련하게 들린다.

수영가방 메고 짧은 치마 찰랑거리며 종합복지관 입구를 들어서다 좁은 입구에 나란히 앉아 계신 어르신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던 젊은 여성이 나지막히 내 뱉은 한마디.

“할 일도 더럽게 없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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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아가씨도 곧 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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