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숙 칼럼] 신년기획칼럼 ② 젠더 갈등, ‘특별한 문제?’ 아니면 ‘중요한 문제?’
[박신숙 칼럼] 신년기획칼럼 ② 젠더 갈등, ‘특별한 문제?’ 아니면 ‘중요한 문제?’
- '계층·젠더·이념·세대갈등' 우리 사회 '新 4대 갈등'으로 급 부상
  • 박신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1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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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박신숙 칼럼니스트] #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양한 갈등을 토해 내고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갈등 수준이 ‘심하다’고 평가하는 의견은 80%에 달했다. 한국 성인 10명 중 8명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각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사회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갈등으로 보고된 2018년 한 여론조사에서는 계층갈등(32.2%)과 젠더갈등(19.1%)이 그동안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요소로 기능했던 이념갈등(18.9%)과 지역갈등(3.1%)을 제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된 세대갈등도 8.7%로 녹록지 않은 갈등 지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대, 이념, 젠더, 계층 간 다양한 갈등의 프리즘을 통해 갈등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새해 화두를 던져보고자 한다.

# 젠더갈등, 20대들의 중요한 삶의 문제로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시인 문정희의 시, <오빠>의 마지막 구절이다. 남성에 대한 대지적 사랑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남성 역시 같은 궤일 것인 바, 서로에게 꽃이 되어줄 수는 없을까?

최근의 한 리서치에 의하면 19~29세의 74.9%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젠더 갈등을 꼽았다. 젠더 이슈가 20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 젠더 이슈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9년 군 가산점제 위헌 결정 이후부터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남녀 간의 갈등은 이수역 사건과 미투 운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여혐 대 남혐’의 이분법적 구도가 고착화되는 사회적 병폐 현상을 초래했다. 우리 사회에 편재한 남녀 간의 관계를 함축해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젠더 갈등의 원인은 첫째,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 취업으로 인한 경쟁이다.

둘째, 기존의 가부장적 제도와 관행, 여성에 대한 차별이다.

셋째, 군 가산점 폐지와 여성할당제와 같은 사회제도에서 오는 불만이다.

넷째,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한 남성의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의식으로 인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온라인상의 여초 혹은 남초 사이트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익명성을 무기로 상대를 향한 무분별하고 반이성적인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생산, 유통, 재생산을 거듭하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여혐 혹은 남혐의 실제성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그들만의 이슈’로 치부하기도 하나, 문제는 단순 혐오 감정이 젠더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세대 및 계층갈등 등과 엉켜 새로운 갈등구조를 양산한다는 점이다.

갈등이 보편화되고 일상화되는 ‘남녀 분단국’, ‘갈등 공화국’의 오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상영된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두고도 페미니즘에 대한 남녀 간의 의견은 분분하다. 각자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응집된 경험치의 발로다.

한 여성의 성장과 경력단절, 육아 그리고 시댁과의 관계 등에서 오는 차별을 둘러싼 논쟁의 틀 속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학습의 기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을 문제의 시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갈등의 순기능이 작동하는 대목이다.

젠더 갈등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성관, 연애, 결혼관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갈등을 경험한 젊은이들은 이성과의 만남이나 결혼, 출산 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로 인해 비혼 인구의 증가와 급기야는 가족체계의 변형까지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청년들의 비혼 증가로 ‘재생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살아가는 것이 팍팍해지면 삶의 재생산 자체가 힘들다.

혈연가족 구성원인 자녀로 ‘돌봄’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과 함께 새 가족을 구성하고,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며, 앞세대 혈연가족을 ‘돌보는’ 개인의 생애과정이 당연시될 수 없는 상황이 현실로 와닿을 수 있다.

젠더 갈등을 단순히 젊은이들의 감정적 치기로 폄하할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젊은 층의 남녀갈등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고 언급했다가 야당과 청년세대로부터 호된 된서리를 맞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젠더 갈등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경제적 문제와 뿌리 깊게 결부되어 있어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고 분배의 균형을 찾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젠더 갈등, ‘특별한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박신숙 교수

 

정치사회연구소-갈등관리와 대안모색을 위한- 소장

전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박신숙 칼럼니스트 114@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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