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계모·계부=학대’ 사회가 만든 주홍글씨→편견 내려놓고 ‘제2의 행복’ 응원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사람 사는 세상 모든 곳에 헤어짐과 만남이 있다. 하지만 유달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게 있다. 바로 재혼가정이다. 과거 분위기에 비해 이혼과 재혼에 관대해진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재혼가정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편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재혼가정이란 다시 새롭게 다른 가족과 결합하면서 생겨난 가정을 말한다. 이는 당사자들에게는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는데,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결합되는 만큼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의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두 가족이 하나로 뭉쳐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 과정에서 계부·계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물론, 끔찍한 살인사건 소식도 종종 들려오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한 사건 사고들을 들여다보면 믿었던 친부모의 손에 희생된 아이들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사회 통념상 계부나 계모로 인한 사건이 많을 것이라는 치우친 인식 때문에 재혼가정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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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미안한 뉴스들, 어른들조차 보기 힘든 뉴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은 이들이 있다.

끔찍함과 분노를 넘어서 숨죽여 속앓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 바로 ‘계모’ ‘계부’라고 불리는 또 다른 엄마, 아빠들이다. 계모와 계부에 의한 학대로 아동이 숨지는 사건이 잊을만 하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는 친부모가 가장 많았고 계부와 계모, 양부와 양모가 학대를 저지른 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새엄마, 새아빠라는 극적인 스토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이에 따른 편견이 눈덩이만큼 불어나서 이 세상의 선량한 계부 또는 계모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씌워놓고 있는 셈이다.

# “다시 행복하자!”..증가하는 재혼가정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 자료를 보면 남편·아내 모두 처음 결혼한 초혼 부부의 비중은 전체의 79.6%(105만2000쌍), 부부 중 1명 이상이 재혼인 경우는 20.3%(26만9000쌍)였다. 재혼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앞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성혼회원 3만9000여명 중 최근 3년 사이(2016~2019년) 혼인한 재혼부부 1000명(500쌍)을 상대로 조사한 ‘2019 재혼통계 보고서’를 보면 재혼 남성 표준모델은 ▲45세 ▲연소득 80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74.7cm ▲일반 사무직이었다.

재혼 여성 표준모델은 ▲41세 ▲연소득 45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62.0cm ▲일반 사무직으로 파악됐다.

듀오 성혼회원의 평균 재혼 연령은 남성 45세, 여성 41세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 재혼 나이(2018년 남 48.9세, 여 44.6세)보다 남녀 각각 3.9세, 3.6세씩 낮다.

연령별 재혼 구성비는 남성은 40~44세(25.8%), 여성은 35~39세(36.4%)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남성은 35~39세(24.6%), 45~49세(19.8%), 50~54세(12.4%) 순이었고 여성은 40~44세(21.2%), 34세 이하(14.6%), 45~49세(13.8%) 순으로 높았다.

최저 재혼 연령은 남성 30세, 여성 27세였고 최고 재혼 연령은 남성 75세, 여성 63세로 나타났다.

재혼부부의 평균 나이차는 4세로, 전년에 비해 0.2세 증가했다. 남성 연상 부부가 88.0%, 동갑 부부는 8.0%, 여성 연상 부부는 4.0%였다. 남성의 나이가 더 많은 부부 중에서는 특히 ‘4살 연상’(14.6%)과 ‘3살 연상’(13.2%) 비율이 두드러졌다.

재혼 남성의 연소득은 ‘5000만~7000만원 미만’(25%)이, 재혼 여성의 연소득은 ‘3000만~5000만원 미만’(42.6%)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남성은 ‘7000만~9000만원 미만’(24.6%), ‘9000만~1억2000만원 미만’(22.1%) 순을 보였다. 여성은 ‘5000만~7000만원 미만’(25.4%), ‘1000만~3000만 미만’(12.2%)이 뒤따랐다. 1억 50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는 남녀 각각 69명(15.4%), 7명(2.2%)이었다.

중위소득은 남성 8000만원, 여성 4500만원으로, 남녀가 약 1.8배 차이가 났다. 남편의 연소득이 아내보다 많은 부부는 88.6%였다. 아내의 연소득이 더 높은 부부는 8.3%, 연소득이 같은 부부는 3.1%로 조사됐다.

재혼부부의 학력은 ‘4년제 대학 졸업자’(남 53.7%, 여 49.8%)가 가장 많았고 ‘대학원 졸업 이상’(남 29.9%, 여 21.9%), ‘전문대 졸업’(남 10.8%, 여 16.7%), ‘고등학교 졸업’(남 5.6%, 여 11.6%)이 뒤따랐다.

재혼부부 10쌍 중 4쌍(44.9%)은 동일한 학력 수준의 배우자와 결혼했다. ‘남편 학력이 더 높은 부부’는 36%, ‘아내의 학력이 더 높은 부부’는 19.1%였다.

재혼남녀의 직업은 ‘일반 사무직’(남 30.2%, 여 18.8%)과 ‘사업가·자영업자’(남 15.8%, 여 13.4%)가 각각 1, 2위에 자리했다.

재혼부부의 평균 교제 기간은 12.1개월이다.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초혼보다 0.3개월 가량 길게 소요됐다. 재혼 시 결혼 의사결정이 더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재혼부부 10쌍 중 6쌍(65.2%)은 7개월 이상의 연애 기간을 거쳤다.

교제 기간을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누면 ‘6개월 이하’ 34.8%, ‘6개월 초과 1년 이하’ 34.2%, ‘1년 초과’ 31%로 집계됐다.

재혼자 거주지는 ‘수도권’(남 60.6%, 여 63.2%), ‘영남권’(남 24.0%, 여 24.4%), ‘중부권’(남 8.4%, 여 6.6%)의 순으로 나타났고 재혼 남녀 대부분(87.4%)은 ‘동일 지역 거주자’와 혼인했다. 이 중 수도권 거주자 간의 결혼이 전체의 57.2%로 절반을 넘었다. 타 지역 거주자와의 결혼은 12.6%에 불과했다.

<사진=뉴시스>

# 계부·계모 학대에 우는 아이들

이처럼 재혼을 ‘낯부끄러운 일’로 바라봤던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최근들어 재혼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재혼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된 목표는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재혼을 선택한 이들은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행복한 새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고, 특히 자녀에게 아빠 혹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어 재혼을 결심한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재혼이 자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바로 인간의 탈을 썼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아동학대 및 사망사건이 그것이다. 

최근 계모가 의붓아들과 의붓딸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5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계모 A씨가 의붓아들(12)과 의붓딸(10)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친모가 아동들에게 이 같은 상황을 전해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진행, A씨를 소환해 신원을 확인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욕조에서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계모가 살인죄로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1월20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B(31)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B씨는 같은 달 10일 오후 6시께 여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붓아들 C(9)군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앉아있도록 하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여주 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6도였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등 저녁 식사 준비를 방해해 벌을 주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C군은 2016년 2월과 5월에도 B씨에게 학대를 당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격리 조처된 바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8년 2월 “학교에 보낼 나이가 됐으니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에게 인계됐다가 결국 또다시 학대를 당하고 사망한 것.

경찰은 당초 B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나 법리검토를 거쳐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 혐의를 바꿨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작위 살인죄는 일반 살인죄와 같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선 아들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한 경찰은 B씨에게서 “지난해 3∼4차례 아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손찌검을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여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했다.

아울러 10세 의붓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계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계부 D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아동·청소년기관 및 관련기관에 5년간의 취업 제한과 5년간의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D씨는 2016년 여름 당시 10세였던 의붓딸에게 TV를 통해 음란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2019년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통해 음란물을 보여주는 등 수법으로 성폭행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D씨는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해오다가 의붓딸에게 같은 성병이 발견되자 일부 범행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공소사실에 적시된 4번의 성폭행 범행 중 2번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허위 진술을 할 동기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D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계부나 계모가 저지른 사건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친부모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42.8%가 친부, 30.6%가 친모였다. 계부와 계모는 각각 1.8%, 1.5%에 불과했다.

계부·계모가 주요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에 언급된 사건들은 못된 계부, 계모라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부족한 사람들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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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재혼가정에 대한 편견과 오해

한 번의 이혼 실패로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가 또 다른 짝을 만났다는 생각으로 다시 선택한 결혼생활.

초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지만 재혼은 가족 간의 결합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혼보다는 재혼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이혼과 재혼이 죄는 아니지만, 세상의 편견 때문에 재혼가정을 이룬 부모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계모·계부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디어와 매체의 좋은 사냥감이 되고 있는 까닭. 

몇 년 전 전국민을 분노케 한 이른바 ‘칠곡계모 사건’ ‘울산계모 사건’ 등이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보니 사회적으로 계모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계모’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막연한 어두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 학습해온 무서운 편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장화홍련전’ ‘콩쥐팥쥐전’ ‘백설공주’ ‘신데렐라’를 비롯한 수많은 동서양의 고전에서 계모는 못된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등장, 언제부턴가 편견이란는 굴레에 갇혀 이들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비록 친부모, 친자식은 아닐지라도 세상에 많은 재혼가정이 한 가정의 아빠이자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낳은 자녀 못지않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쏟으며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 엄마가 알고보면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한쪽 눈을 가리고, 혹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면 분명 그 어떤 것도 왜곡되고 변질될 수밖에 없다. 그런 잘못된 생각과 시선이 ‘제2의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발걸음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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