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헤어지는 과정서 협박·폭행 ‘비극’ 반복→일방적 통보 아닌 소통으로 관계의 마침표 찍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대학 시절 선후배 사이로 만난 뒤 최근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황모씨 커플. 황씨는 단발머리가 이상형이라는 남자친구 최씨의 말에 그동안 고수해왔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던 최씨는 그러나 자신의 동의 없이 머리 스타일을 바꿨다며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했다. 황당한 이별 사유에 황씨는 설득해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최씨는 “내 동의 없이 마음대로 머리 스타일을 바꿔서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사과 없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남자친구의 행동에 화가 난 황씨가 이별을 수긍하자 최씨는 돌연 태도를 바꿔 매달리기 시작했다. 변덕스런 최씨의 모습에 황씨는 전화 및 메시지를 차단했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만나자’, ‘보고 싶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찾아가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점점 더 심해지는 최씨의 집착에 황씨는 화보다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뉴시스><br>
<사진=뉴시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연애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랑이 넘치던 연인들에게도 이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음이 식어서, 성격이 안 맞아서, 다른 사람이 생겨서, 상대방보다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져서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연애하는 만큼 헤어지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 또한 사랑의 과정이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실제로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이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러나 “헤어지자”는 한 마디에 연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A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B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서울시 강서구 한 빌라에서 전 여자친구인 C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C씨를 살해한 후 4일 동안 집안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달 16일 B씨에게 연락해 C씨의 시신을 마대자루에 넣어 인천 서구 경인아라뱃길 인근 공터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에 화가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최근에 새로 교제한 사이라고 파악했고 B씨는 A씨를 좋아해서 범행을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5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인근에서 C씨의 발견되자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당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강서구 원룸에서 A씨와 B씨를 함께 체포했다.

C씨는 발견 당시 옷을 입은 상태로 가마니 안에 숨진 채 들어있었으며 부패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별 통보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만취한 상태에서 남자친구의 차를 운전해 주차된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은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박무영 부장판사)는 특수재물손괴,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D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D씨는 그해 4월26일 0시께 울산시 동구에서 남자친구 E씨가 리스한 외제차를 약 100m 구간에서 몰다가 주차된 포터 화물차를 수차례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D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0%였다. 

D씨는 E씨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D씨 범행으로 외제차는 5000만원, 화물차는 700만원 상당 수리비가 발생했다. 

아울러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교제 당시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20대 남성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김상연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F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F씨는 2018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음란사이트에 G씨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동영상 등을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F씨는 2014년 9월부터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G씨와 교제하다 2018년 2월 헤어졌다. G씨가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화가 난 F씨는 교제할 당시 촬영한 G씨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장면이 담긴 영상을 2018년 3월 온라인에 유포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F씨는 수차례 G씨에게 메시지를 통해 ‘너네 학과 애들한테 뿌리면 되지?’, ‘대답 안하면 유포하겠다’라는 식으로 협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br>
<사진=뉴시스>

#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 사랑이 끝나는 원인

이처럼 연인이 이별을 통보하면 보복을 하는 이른바 ‘이별 범죄’ 피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에 젖어 이 사랑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보면 어느덧 초심은 사라지고 사소하고 별일 아닌 일들로 잦은 다툼이 발생해 이별을 결심하기도 한다.

이별 통보가 비극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 무서워 이미 애정이 식은 사람을 곁에 두기엔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물질적 손해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열렬히 사랑하던 연인들이 한순간에 마음이 돌아서 헤어지는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애인과 헤어지는 이유와 관련해 남녀의 생각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소셜데이팅 업체인 ‘정오의 데이트’가 지난 2012년 남녀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전 애인과 이별한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은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아서’(38%)를 1위로 꼽았고 남성은 ‘성격차이’(36%)를 가장 큰 이유로 선택해 남녀의 생각이 다름을 나타냈다.

또한 ‘상대방의 잘못’(여성 15%, 남성 18%), ‘함께할 미래가 불투명해서’(여성 17%, 남성 13%)가 헤어짐의 이유로 꼽혔다.

물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 외에도 이별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에는 가치관의 차이가 이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면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반복된 싸움에 서로 지치게 되지만 같은 문제로 또다시 싸우고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서서히 연인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고 어느 순간 ‘이 사람과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면서 즉흥적 또는 계획적으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이별의 원인은 연인 사이에서 상하 관계가 생기는 것이다. 서로 평등해야 할 연인 사이가 ‘갑’과 ‘을’로 나뉘면서 을이 무조건 갑에게 헌신하게 되는 연애를 하게 되는 것.

갑이 헤어지자고 하는 경우는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더는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서 등의 이유가 있으며 을이 헤어지자고 하는 경우는 갑의 횡포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집착 역시 이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아야 하고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는지 하나하나 보고해야 하는 등 숨 쉴 틈을 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착하는 쪽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집착이 계속되면 결국 헤어지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연인이 처한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별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례로 근거리 연애를 하다가 상대방이 취직이나 학교 등 피치 못할 사유로 장거리 연애를 해야 하는 상황, 부모님이 반대하는 상황 등이다.

이처럼 헤어짐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유가 있다. 연인마다 이별의 이유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일.

연인 간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게 되지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임과 동시에 함께 보내온 시간에 대한 성의 표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별 시 서로를 배려하기는커녕 더 독하고 모질게, 매너 없게 안녕을 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하고 전화번호를 바꿔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별 대행 서비스까지 생겼다. 이렇듯 가벼워진 관계에서 예의 없는 이별의 종류는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미혼남녀가 가장 받기 싫어하는 이별 통보 방식은 뭘까. 미혼남녀들은 최악의 이별통보 방식으로 ‘잠수’를 꼽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4월 미혼남녀 426명을 대상으로 이별하는 방식을 조사한 결과 가장 싫어하는 이별 통보 방식은 갑자기 연락을 끊는 ‘무작정 잠수’(42.7%)였다.

이어 ‘전화나 문자로 하는 이별 통보’(22.1%), ‘제 3자에게 듣는 통보’(17.4%) 순으로 나타났다. ‘취중진담’은 여성(10.3%)이 남성(4.9%)보다 더 꺼려하는 이별 통보로 나타났다.

미혼남녀가 이별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은 ‘직접 만나서 통보한다’라는 답이 43.4%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별 후 가장 힘든 점으로 남성은 ‘미련이 남아있는 자신’(28.1%)과 ‘옛 연인과의 추억’(25.1%)을 꼽은 반면 여성은 ‘옛 연인과의 추억’(30.5%)과 ‘옛 연인과 연결된 지인 관계’(19.3%)가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답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시간이 약’이라는 답변이 20.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과 학업에 집중한다’(17.4%), ‘다른 이성을 만난다’(15.3%),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14.3%), ‘연인을 잊기 위해 따로 노력하지 않는다’(9.9%) 등이 뒤를 이었다.

<사진=뉴시스><br>
<사진=뉴시스>

# 이별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는 많은 연인들이 탄생하거나 이별을 겪고 있다. 사랑할 때는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줄 것처럼 헌신하지만, 막상 헤어질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찬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붙이면 ‘남’이 되는 세상, 상대방과 함께 시작한 사랑의 매듭을 혼자 지어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간혹 뉴스에서 이별을 통보하는 애인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막무가내로 이별을 부정하거나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이별 범죄가 늘고 있는 것.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을 이용한 괴롭힘을 넘어서 납치나 감금, 폭행도 벌어지고 있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랑했던 사람을 괴롭힌다면 한때 좋았던 추억조차 악몽으로 변질될 뿐이다. 이별에 있어서도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 공포감만 확산되고 있는 실정.  

전문가들은 이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나 성폭력 상담소 등 지원시설에 도움을 청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때문에 개개인이 자신의 화를 다스리거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닌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으며,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대화를 통해 연인 관계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든 직업적 자리나 사회적 위치에서든 떠나야할 때를 아는 사람의 결단은 자기 자신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누군가에게서 물러나야 시기를 알고 그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이별하는 상대방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