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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돋보기] 악마의 코드 ‘n번방’의 실체
김소영 기자 (114@00news.co.kr)  2020. 03. 25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아동 및 여성을 유인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박사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일자리 제공 등을 미끼로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받아낸 후 부모와 지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피해자들이 성착취물을 촬영하도록 강요했다. 심지어 이를 유포해 가해자들은 금전적 이득까지 취했다.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고 처벌할 법적 수단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얼굴 공개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얼굴이 25일 공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이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씨는 검찰로 향하기 전 서울 종로경찰서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피해자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조씨는 ‘성착취물 유포 혐의를 인정하는지’ ‘피해자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범으로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경찰은 신상 공개 이유에 대해 “조씨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 반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한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를 포함한 공범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내 위협하기도 했다.

또한 조씨는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자들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4명, 이 중 16명이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씨를 비롯한 박사방 운영자 등 124명을 검거, 이 중 18명을 구속한 상태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n번방’에 분노한 정치권..대책 마련 분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을 위해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을 발의했고 국민의당은 여야 가리지 말고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23일 ‘형법 개정안’,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을 대표발의 했다.

‘형법 개정안’은 성적 불법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와 강요죄로 처벌하고 협박 상습범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성적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한다. 또 본인의 신체 촬영물이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유포될 경우 처벌하도록 했으며 촬영·반포·영리적 이용 등에 관한 처벌도 강화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을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정의당은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범죄 가담자가 26만명이나 되는 전대미문의 디지털 성착취 범죄”라며 “날로 지능화되고 재범 우려가 큰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법 제정을 21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n번방’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강한 처벌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n번방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좌우,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과제로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n번방 범죄자들이 검거되면서 국민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관련법 발의나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도자 민생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생당은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까지 처벌하는 등 성착취 범죄의 처벌 강화 및 방지 대책을 이번 총선의 공약으로 추진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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