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이어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논란..조직적 일탈 행위로 도덕적 비난 불가피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잇단 잡음..사과에도 어깨 무거운 손 사장, 가시밭길 행보 예고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의 ‘나 혼자 경영’이 뭇매를 맞고 있다. 

취임 이래 줄곧 ‘국민신뢰’를 외치던 손 사장의 일성을 무시한 채 성과급에 눈이 먼 일부 코레일 직원들이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는 등 국민 기만 행태를 보인 까닭.  

지난해 4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부풀린 회계부정으로 성과급 반납 소동이 일면서 코레일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 또 다른 잡음까지 잇따르며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코레일 ‘손병석호(號)’가 좌초 위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속 일각에서는 코레일을 둘러싼 불편한 이슈는 리더십이 결여된 손 사장의 무능력함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는 분위기. 

이렇다 보니 손 사장의 책임론도 급부상하는 실정. 그간 ‘소통형 리더’로 평가받아왔던 수장의 리더십과 기관의 신뢰도가 모두 실추된 지금 상황에서 손 사장의 입지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4일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코레일 직원들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208명이 222건의 설문조사에 응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코레일에 고객만족도 조작에 가담한 9명에 대한 징계 등 관련자 30명을 문책하고 16명을 수사의뢰 조치 요구했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그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스템(알리오)에 공시돼 당해 공공기관에 대한 대국민 서비스 척도로 활용되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 반영돼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평가지표는 경영목표의 합리성 및 달성 정도, 주요사업의 공익성 및 효율성, 조직·인력 운영의 적정성,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등 7개 항목 등이다.

코레일에 대한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으로 전국 25개 기차역(12개 지역본부)에서 올해 1월13일부터 2월1일까지 실시된 바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월 일부 언론에서 코레일이 고객만족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해당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고, 국토부는 코레일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 결과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와 관련해 코레일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설문조사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국 12개 지역본부 중 8개 지역본부 소속 직원들이 자체 경영실적 평가(지역본부 또는 부서 단위)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타기 위한 목적 등으로 코레일 직원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조사는 총 1438건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15.4%에 해당하는 222건이 코레일 직원으로 드러난 것.

신분을 속이고 설문에 참여한 코레일 직원의 비율은 서울에서 71.2%(총 191명 중 136명)로 가장 높았다. 서울본부의 경우 담당 부서(영업처) 주도로 대응계획 수립, 현장 지원인력 투입, 단톡방 사진 업로딩 등 조사 전 과정에 체계적·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서울본부 총 11명의 직원은 2회 이상 중복 참여한 것으로 조사돼 참여 행태도 불량했다는 지적이다.

이어 수도권 서부 14.1%, 수도권 동부 12.8%, 부산경남 8.7%, 기타 2.3% 등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서부 등 3개 본부의 경우 서울본부 수준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설문에 참여(71건)하도록 하고 영업처 등 관련 부서에서 조직적으로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충남 등 기타 나머지 4개 본부는 출장 또는 근무 중에 개인적 의사에 의해 개별적인 참여가 15건 있었다.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 코레일 직원참여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는 “감사 결과 밝혀진 비위행위는 조사업체의 공정한 조사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실적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이는 중대한 사안으로 코레일에 기관경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책임 정도에 따라 중징계 2명을 포함한 징계 9명, 경고 21명 등 총 30명을 엄중 문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문 조작을 주도한 7명과 지시 또는 묵인 의혹이 있는 상급자 9명 등 총 1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 등 조치요구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토부는 향후에는 승차권 확인, 승객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방식 도입 등 조사방법을 개선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하는 한편, 감사 결과 이행실태에 대해 철저히 지도·감독할 방침이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감사 결과를 기획재정부에도 통보할 계획”이라며 “기재부에서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6월 공시) 과정에서 이번 감사 결과를 반영해 코레일 임직원들의 성과급에 대한 불이익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코레일은 “이번 국토부 감사로 드러난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작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이번 감사 결과와 향후 진행될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전원에 대해 엄중 문책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울러 전 직원 특별 윤리교육을 포함한 근본적인 특단의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연이은 행태에 코레일에는 냉랭한 시선만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2018년 재무제표에서 4000억원 가량을 부풀린 회계처리를 두고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코레일에 대해 정부는 기관장을 비롯한 상임이사·감사 등 임원들의 성과급을 문책성으로 50% 환수 조치했다.

당시 코레일 측은 “회계처리 과정에서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코레일의 방만경영에 따른 결과라는 비난이 쇄도하면서 신뢰도는 이미 하향곡선을 그린 상황.   

2019년 3월 코레일 수장에 오른 손 사장은 취임 직후 줄곧 신뢰를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계속되는 조직의 일탈 행위로 도덕적 비난은 면치 못하고 있다.

말로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뿐 제대로 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그의 행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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