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간 만료 후 미갱신에도 품질유지 마크 홈페이지 노출
회사 측 “기관서 심사 보류” vs 평가원 측 “유예 안내한 적 없어”
정보 약자 보호에 관심 부족 및 기업 도덕성도 의문부호 지적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 주요 계열사인 SK케미칼이 엇박을 내는 모양새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웹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웹 접근성 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됐지만, 그러나 SK케미칼은 지난달 만료된 품질인증을 갱신하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까지 품질유지 인증 마크를 홈페이지에 노출한 것으로 드러난 것.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공공뉴스>에 “올해 홈페이지 리뉴얼을 앞두고 있어 인증기관에서 (재인증 기간)보류를 해줬다”고 해명했지만, 인증기관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이하 인증평가원) 측은 기간 유예를 안내한 적 없다는 전혀 상반된 대답을 내놔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SK케미칼이 측이)지난 8일 재인증 심사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인증평가원 측 설명은 SK케미칼이 확산될 비판 목소리를 우려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

SK케미칼의 정보 약자 보호에 대한 관심 부족은 물론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부호마저 달리는 실정이다.  

<사진=SK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11일 인증평가원의 인증현황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웹 접근성 인증기간은 지난해 4월24일부터 올해 4월23일까지로 만료된 상태다.

웹 접근성은 웹에 접근하는 누구나 불편 없이 웹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즉,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이 인터넷 상에서 차별 없이 다른 사용자와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웹 접근성은 2013년 4월11일부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공기관과 법인의 웹사이트에서 준수가 의무화 됐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아 고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웹 접근성 인증 마크 획득은 사회적 기업으로서 장애인과 소외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증 획득 후 재인증 절차를 밟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SK케미칼도 인증기간이 지난달 만료됐음에도 불구, 최근까지 인증 마크를 홈페이지에 사용해 왔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 같은 의혹은 일부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웹 접근성 인증 유효기간은 1년으로 매년 재심사를 받아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 과정 없이 인증 마크는 홈페이지상에서 노출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공공뉴스> 확인 결과 SK케미칼 홈페이지에는 이달 7일까지 인증 마크가 사용됐고, 이를 인지한 인증평가원에서는 SK케미칼 측에 인증 마크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웹 접근성 인증마크는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재인증 심사 보류에 대한 해석의 차이인 것 같다”라며 “인증 마크 노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담당자 간 해석이 엇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9월을 목표로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제작 기간동안 물리적으로 완성된 물건(홈페이지)가 없기 때문에 인증평가원에서 심사 보류를 해주기로 했다. 홈페이지 제작 완료 후 심사를 받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케미칼은)매년 재인증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인증기관 측에서도 보류를 해준 것이며 관련 내용을 이메일을 통해 전달 받았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재인증을) 굳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인증현황>

하지만 인증평가원 관계자는 이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웹 접근성 인증기간 만료 후 SK케미칼 측에 재인증 심사에 대한 보류 기간을 준 사실이 없다는 것.

인증평가원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후 소소하게 바뀌는 부분들이 있어서 유효기간을 1년으로 두고 갱신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법으로 정하고 있는 부분인데 기관 자체적으로 유예를 할 권한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인증기간 만료 2~3개월 전 쯤 이에 대한 안내를 하는 부분은 있지만, 그것(인증기간 만료 안내) 외에는 없다”며 “(SK케미칼 측)유지보수 업체에도 확인한 결과 그런 내용(재인증 심사 보류)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SK케미칼 관계자는 “7월 말께 리뉴얼 된 홈페이지에 대한 재인증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인증평가원 관계자는 “SK케미칼은 8일 오후 재인증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으로 10년째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기업.

SK케미칼 대표를 지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한걸음 나아간 모습을 보이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SK디스커버리 산하 SK케미칼에서 웹 접근성을 두고 때 아닌 잡음이 불거지면서 사회적 책임 선도기업은 공허한 다짐이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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