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공개적으로 뭉쳤다.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는 문재인 정부가 집중 육성 의지를 밝힌 신성장 산업 중 하나인 만큼 이들의 만남 차제로 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계 1, 2위 그룹 수장인 두 사람이 단 둘이 공식회동을 갖고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를 계기로 삼성과 현대차 양대 그룹 간 새로운 배터리 동맹 가능성도 제기돼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원천기술에 대한 관심을 보이자 이 부회장이 화답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 측에서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 종합기술원장(사장) 등이 함께 참석했고, 현대차에서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자리했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시 400km 가량 주행이 가능하고, 500회 이상 충전할 경우 성능이 점차 떨어진다. 그러나 삼성의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하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전고체 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수명을 높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를 통해 이 같은 전고체 배터리 혁신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따라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필수적인 셈.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운영하고 이 중 23종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채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상황으로, 이 역시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LG화학의 배터리만을 고집하던 현대차가 삼성 측 배터리에 관심을 표출하면서 양대 그룹 수장의 단독 만남까지 이례적으로 이뤄진 만큼 일각에서는 새로운 협업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