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사건 올해만 5건..‘안전관리 불량 사업장’ 지정해 특별관리
올해 3월 단독 대표 체제로..고용부 대책 마련 요구, 노조는 구속 촉구
임단협 난항으로 1년째 노사 갈등..내부 악재에 위기관리 능력 도마 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지난 3월부터 현대중공업을 단독으로 이끌어 온 한영석 사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최근 현대중공업 내에서 발생한 연이은 사망사고로 정부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서 최고경영자(CEO)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까닭.

현대중공업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원청 사업주에 대한 구속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 속 정부에서도 압박을 가하면서 한 사장의 부담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난항으로 노조는 올해 두 번째 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사갈등이 끝 모를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로, 한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현대重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 지정..고용부 장관 “CEO 나서라”

고용부는 28일 현대중공업을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관리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최근 잇단 사망사고 발생으로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감독을 실시 했음에도 불구, 감독 종료 다음날 곧바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총 5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21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아르곤 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숨졌고,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 소속 근로자 2명이 조업 중 문에 끼이는 등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또한 3월에는 바지선에서 야간 당직 중이던 하청 근로자가 익사한 채 발견됐으며, 2월에도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바 있다. 

이에 고용부는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가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 특별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고용부는 현대중공업에 중대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전사적 차원의 근원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과 빠른 시일 내 대책 마련 계획을 대외적으로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대책 수립 후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고용부(울산지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안전보건개선특별위원회’ 운영도 지시했다.  

아울러 고용부는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때까지 고강도 밀착관리를 시행한다는 계획. 

부산고용노동청 주관으로 현대중공업을 전담하는 ‘상설감독팀’을 구성하고 오는 6~7월 강도 높게 밀착 관리해 ‘위험작업 전 안전수칙 이행은 필수’라는 인식을 심어줄 예정.

연이은 사망사고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 원청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된 만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있는 자를 엄중처벌해 ‘안전경영’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방침이다. 

7월부터 12월까지 하반기에는 조선업 안전지킴이를 신설·운영해 사업장을 순찰하며 안전조치 미흡 사항에 대해 개선 권고하고, 미이행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도 및 고용노동부 감독과 연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에 대해 자체 상시점검단을 구성해 상시 안전점검하고, 안전경영부문과 사업부문이 소통해 작업허가서 등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작업현장을 확인·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자체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세계 일류 기업답게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CEO가 나서서 실효성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특별관리가 현대중공업이 기업경영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3일 오후 2시 세종시 정부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사업주 구속수사와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촉구 집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월22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주의 엄중히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잇단 산재 사망사고에 노조·시민단체 “한영석 사장 즉각 구속하라”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크고작은 사고로 ‘최악의 살인기업’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25일 조선사업대표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꺼내들기도 했다. 주요 임원진을 임기 중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대표를 사장으로 격상시켜 생산 및 안전을 총괄 지휘하도록 하는 안전대책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이상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선임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하수 부사장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또한 안전을 생산 현장의 최우선 순위로 삼기 위해 기존 생산본부를 안전생산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향후 안전시설 및 안전 교육 시스템 등을 재점검 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인적·물적 재원 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일부 경영진 교체 카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가 안전불감증과 생산제일주의에 빠져 근로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사업부문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정작 현대중공업 수장인 한 사장은 커지는 책임론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리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시민단체에서는 회사 수장인 한 사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등 사용자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울산지역노동자건강대책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대표 교체 인사를 단행한 같은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산재사망 시 하급관리자에게 책임을 넘겨 책임을 면치하거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며 “현대중공업 한 사장을 즉각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다. 

이어 이들은 “중대재해를 근절하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법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절실하다”면서 “더 미루지 말고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보다 앞선 13일 세종시 정부청사 고용부에서 ‘중대재해 사업주 구속 수사와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또 지난달에도 고용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동부 장관이 CEO에 직접 대책 마련까지 주문하면서 한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 

특히 현대중공업은 가삼현·한영석 ‘투톱’ 대표이사 체제에서 올해 3월 한영석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  

중대재해 줄이기에 힘을 쏟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홀로서기에 돌입한 한 사장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지게 된 상황이다.

지난 3월20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도 임금협상 타결을 요구하며 울산 본사에서 올해 첫 부분파업에 나섰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지난 3월20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도 임금협상 타결을 요구하며 울산 본사에서 올해 첫 부분파업에 나섰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노조 또 파업, 임금협상 난항..‘투톱→원톱’ 체제 리더십 시험대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3월20일에 이어 이날 올해 들어 두 번째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울산 본사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노조 파업 이유는 2019년도 임금협상 난항 때문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염원을 우롱하며 1년 넘도록 끌어온 교섭을 끝장내고 빼앗긴 피와 땀의 성과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라며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물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쟁취하는 날까지 힘찬 투쟁으로 진격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양측은 지난해 5월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1년 넘게 6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보이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반대파업에 참가했다가 폭력 행사 이유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등 현안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과 성과급부터 합의하고 현안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노사 대립관계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한 사장의 몫이다. 한 사장은 그간 노조의 요구에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지만, 최근 안전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며 그 기세도 꺾이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을 단독으로 이끌게 되면서 그 책임감도 한층 막중해진 가운데 한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지속되는 내부 악재들을 털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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