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해는 무죄..“간접증거만으로는 범행 증명 어려워”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이 지난해 9월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5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 남편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치밀한 방법으로 숨기는 등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인에 대한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의 주요 쟁점이었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는 살해 동기 부족과 증거 불충분이다.

재판부는 “사망 전 피해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상태였고 체격도 왜소했으며 친아버지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평소 잠버릇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포압사’(눌려 숨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 남편(친부)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피고인 작성 휴대전화 메모,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등에 비춰 살인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범행 방법도 “범행을 위한 선결행위로서 피고인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 성분의약을 차에 타서 마시게 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발각될 위험이 높은 범행방법 선택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해 5월 제주시 조천읍의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3월에는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에 파묻히게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았다.

고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형에 처해졌다. 재판부는 전 남편 살해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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