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시절 권위 및 형식주의 탈피..SNS 등 다양한 채널 통해 대중에 한발짝 성큼

[공공뉴스=박수현 기자] 바야흐로 재계에도 소통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내 기업 오너들의 ‘소통 경영’이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면서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은 현장에 나가 임직원들과 소통을 하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의 매체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선대회장 시절에는 권위와 형식주의 경영을 하며 가급적 노출을 삼가고 베일에 싸인 생활을 했지만 뒤를 이은 3·4세들은 기존 노선을 과감히 탈피해 실용노선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매달 현장을 돌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돼 있는 현장 분위기를 북돋아줌과 동시에 미래 신성장 동력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것.

올해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와 브라질 마나우스 법인 현장을 방문을 시작으로, 2월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극자외선)파운드리 사업장에서 현장경영을 했다.

이후 구미사업장, 충남 아산사업장, 수원 종합기술원 등을 방문,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6월에는 수원 생활가전사업부, 세메스 천안사업장 등을 방문해 직원들을 만났다.

지난 16일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 세라믹 캐피시터’ 생산 부산 공장을 점검하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소통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로 꼽힌다.

“대표로 불러주십시오”

구 대표는 2018년 6월29일 LG그룹의 지주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직후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는 회장이라는 직위보다는 지주회사 대표라는 직책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고, 겸손하게 전문경영인들과 소통하며 수평적인 경영을 해 나간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임직원과 격 없이 소통 중이다. 이 때문에 LG그룹 내에는 구 대표의 문자를 받고 놀랐다는 임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외에도 조용히 LG전자제품 유통채널인 ‘LG전자 베스트샵’에 손님으로 찾아가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에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일방적 보고 체계를 토론 형식으로 바꾸는 등 임직원들과 소통해 나가는데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격의 없는 모습으로 대내외적으로 친근한 소통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기 TV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최태원 클라쓰’를 기획해 사내방송에 출연했다. 지난해엔 100회에 걸쳐 임직원들의 생각을 나누는 ‘행복 토크’를 진행하고 행사 후에는 직원들과 가볍게 진행하는 ‘번개 회식’을 갖기도 했다.

이렇듯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사원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최 회장은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그룹 핵심 가치가 공유되는 포럼에 임직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B급 개그’로 직접 홍보에 나서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통 외에도 코로나19 극복 활동, 미래 인재 챙기기,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행보 등 확대된 경영 보폭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사진=SNS 게시글 캡쳐, 유튜브 영상 캡쳐>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오너들도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대표적이다.

정 부회장은 SNS 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한 오너다. 이 때문인지 재계인사라는 호칭보다는 ‘인스타그래머’로 더 유명해지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은 인플루언서에 맞먹는 수준으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올리거나 일상에서 즐겨 찾는 맛집과 관심 있는 주제를 공유하고 여기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게시글도 자주 올린다. 대표적인 게시물로 ‘언더커버 보스’가 돼 이마트의 한 점포를 방문한 건, 현대백화점 판교점·롯데 시그니엘 부산호텔 등 경쟁사를 방문한 건, 스타벅스 사은품인 ‘서머레디백’ 등이다. 이런 볼거리 때문인지 35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갓뚜기’로 불리는 식품기업 오뚜기의 함 회장도 유튜브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으며 대중들과 소통 중이다. 함 회장의 유튜브 외출은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인 장녀 함연지씨가 활동을 하면서 시작됐다.

‘어버이날 특집, 요즘 핫한 오뚜기 레시피를 맛본 오뚜기 회장님의 반응은?’, ‘오뚜기 딸 함연지가 추천하는 오뚜기 제품 1위! 아빠가 들려주신 오뚜기 제품 개발 스토리까지’, ‘딸 VS 사위, 오뚜기 회장님의 선택은?’ 등 함 회장이 출연한 영상은 100만 뷰를 돌파했다.

특히 함 회장이 부엌에 홀로 서서 남은 치킨을 먹고 있는 모습은 네티즌들로부터 소탈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