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나들이 인증샷 도마 위..‘일파만파’ 불법 촬영 논란에 게시물 수정
뿔난 누리꾼 “한심하다. 코로나 시국에 한가롭게 영화관 사진 올리고..”
레디백 등 잊을만 하면 SNS 논란..“기업인으로서 선한 영향력 행사해야”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사태 속 국내 대기업 오너 3세 기업인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엇나간 행보가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화관 방문 인증샷을 올린 게 문제가 된 것. 그동안 SNS 소통을 이어오던 정 부회장이었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가로이 ‘영화관 나들이’에 나선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 부회장이 공유한 사진에는 상영 중인 영화의 장면이 포착돼 ‘불법촬영’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정 부회장은 현재 게시물을 수정한 상태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SNS 소통경영 행보가 구설수에 휘말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기업 오너로서 신중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오는 형국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때 아닌 ‘영화관 나들이’로 구설..불법 촬영 논란도

정 부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백만년 만에 영화관 갔는데 관객이 두 명(나 포함). 편하게 보고 나오긴 했지만 걱정”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정 부회장의 글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영화업계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관람객이 두 명’이라는 표현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긴 업계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번 게시물로 인해 때 아닌 역풍을 맞게 됐다. 업계가 현재 처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경제활동 촉진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정작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 것.

일부 누리꾼들은 “철딱서니는 집에 두고 오셨나 봅니다” “SNS는 인생 낭비” “이 시국에 한가롭게 영화관이라니”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 중 장면을 촬영한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이날 글과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정 부회장이 최근 개봉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를 관람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해당 사진 속에 영화 장면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

영상저작물법 제104조에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해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스크린을 찍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경우에 따라 저작권 위반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상영 중 찍은 인증샷을 SNS에 게재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진을 수정했다. <사진=정용진 부회장 SNS 캡쳐>

◆SNS 소통 몰두 정용진 vs 비상경영 고삐 이재용·정의선

정 부회장은 그동안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온 인물. 굴지의 유통 대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활발한 소통 행보로 딱딱한 재벌 오너 이미지를 탈피하고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자사 밀키트 제품을 직접 요리해 선보이고 경쟁 유통업체 매장을 방문한 모습 등 일상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것은 물론 댓글 질문에 직접 답도 달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꾸준한 소통을 통해 유명 인플루언서 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 마케팅 차원에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6월 올 여름 큰 인기를 모았던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제품 사진을 SNS에 올린 후 정 부회장에게는 비판의 화살이 쏟아진 바 있다. 

한정된 수량으로 품귀 사태를 빚으며 많은 고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SNS 마케팅 전략이 도를 넘어섰다는 부정적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영화관 논란의 경우 코로나 시국이 겹치면서 정 부회장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된 모양새. 

비슷한 시기 부회장으로 승진한 오너3세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정 부회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코로나19 위기 속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와 어가 돕기에 앞장서며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이렇듯 정 부회장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호평에도 불구, 그는 SNS 상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켜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생채기를 내는 모습. 

경영 능력에 있어 이재용, 정의선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 휴점 안내문이 부착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에 직원 사망까지 그룹 ‘뒤숭숭’..총수 역할론 급부상

한편,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그룹 역시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룹 주요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거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며 조기 폐점과 잠정 영업 중단 등 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그룹 핵심 축인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매장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서울 이마트 양재점에서 계산대 업무를 보던 직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인 5일 결국 숨졌다. 

이 직원은 오전 매장에서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근무자가 출근한 오후에서야 발견됐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숨진 직원은 몰리스샵에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계산대 업무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업무를 본 후 원래 근무장소인 몰리스 매장으로 돌아가던 중 쓰러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평소 저혈압이 있었다는 점에서 기저질환이 있는 직원에게 계산 업무 지원은 버거운 것 아니었냐고 노조는 지적했다.

게다가 노조는 사측이 이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려 관련 소식을 대부분 노동자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또 노조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 그리고 유족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계열사 곳곳에서 직원들의 시름과 잡음이 들끓는 상황 속, 기업을 이끌어가는 총수로서 한가로운 영화관 나들이가 아닌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고 내부를 진정시키는 데 더욱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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