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상장폐지 번복 사태부터 결정 연기 두고 ‘뭇매’..주주들, 손배소 등 움직임 시동
회사 측 “다른 거래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11월 임기만료 정 이사장, 국감 무대 설까?
ATS 설립 놓고 독점 구조도 수면 위..박용진 “국회 감독 必..공공기관 지정 법률 발의할 것”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곳곳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최근 기업의 상장폐지와 관련해 사상 초유의 ‘상폐 번복’ 사태, 상폐 결정 연기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고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소송에 기관장 형사 고발 움직임이 포착된 까닭.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재지정 목소리도 흘러나온 상황. 타 거래소 설립을 전제로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지만, 독과점 구조는 여전해 국회의 감시와 감독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책임론이 급부상하며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

특히 제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종의 미’는커녕 국감 증언대에 올라 의원들의 질타를 받으며 우울하게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캡쳐>

◆사상 초유의 ‘상폐 번복’ 사태..제2의 감마누 우려도 ‘시끌’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된 통신장비 업체 감마누 주주들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의 상폐 결정으로 정리매매 등에 따른 주주 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취지다.

앞서 감마누는 2017회계연도에서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아 상폐 사유가 발생했다. 당시 이의신청을 거쳐 6개월의 개선기간을 받으며 한 차례 상폐 유예를 받았으나, 감마누는 이 기간 내 적정 의견이 담긴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2018년 9월 상폐가 확정됐다.

감마누 상폐가 확정된 이후 2018년 9월28일부터 5거래일 동안 정리매매가 진행됐다. 정리매매는 상폐 결정 후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당시 주가는 6170원에서 408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감마누의 시가총액도 1500억원에서 9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총 감소분 가운데 대주주 물량을 제외한 소액주주들의 몫은 약 700억원(2018년 말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 속 정리매매 5거래일째인 10월5일에 법원은 감마누가 제기한 상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인용 결정을 내려 상폐 직전 상태에서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본안소송에서 감마누는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에 각각 진행된 1, 2심에서 승소했고 이달 13일 대법원도 감마누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거래소의 상폐 결정이 번복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 이에 따라 감마누는 2018년 10월5일 매매 정지가 된 이후 약 2년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대법은 한국거래소에 대해 감마누에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할 이유가 충분했고, 재량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감마누가 승소하면서 정리매매 기간 중 주식을 매도한 주주들만 큰 피해를 본 셈이 됐다는 것.

또한 감마누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현재까지 보유한 주주들 사이에서도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주들은 한국거래소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감마누가 상폐에 이르렀고, 상폐 결정이 무효로 확인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은 당시 주식을 매도한 주주들과 현재까지 보유 중인 주주들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감마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보다 정리매매 기간 중 싼값으로 주식을 처분한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감마누 소송과 더불어 기업 상장폐지를 두고 나오는 잡음은 또 있다.

현재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상장 이전인 2014년 발생한 신라젠 경영진들의 횡령·배임 혐의로 한국거래소가 이 회사를 거래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부당하고 주장하며 거래 재개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6월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8월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거래재개 등을 심의의결할 예정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신라젠행동주주모임은 정 이사장을 직권남용으로 형사 고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018년 9월26일 상장폐지가 예고된 12개사 주주들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부당하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재점화된 독과점 논란..박용진 의원 “다시 국회 감독 받아야”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사업 구조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 한국거래소는 국내 유일의 거래소라는 점에서 그동안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독점 체제 보완을 위해 대체거래소(ATS)가 논의돼 왔지만, 2015년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금융투자협회와 7개 대형 증권사들이 테스크포스(TF)를 결성해 ATS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거래소가 위치한 부산의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보류됐다.

ATS 설립은 거래량이 증가로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

또한 정규 거래소와 달리 수수료 인하, 매매체결 기준 설정이 가능한 만큼 투자자가 유리한 쪽을 선택해 거래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혜택 강화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ATS 설립은 지지부진한 상황.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를 따져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분야 업무보고를 받은 후 “금융위원회가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새로운 거래소가 생기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고 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의원은 ATS가 설립되지 않으면서 한국거래소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법상 독점적 사업 구조가 해소됐다며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에서 해제, 이에 따라 국회 국정감사를 받지 않게 됐다.

하지만 경쟁 상대가 없어 수년째 독점 체제를 이어가는 상태. 복수 거래소 설립을 전제로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지만, 독점이 해소되지 않아 다시 국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독점 구조가 유지 중”이라며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한 법률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서울사무소. <사진=뉴시스>

◆잇단 잡음에 진땀..정지원, 11월 임기만료 앞두고 국감장 서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상 초유의 상폐 번복 사태 역시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사업 구조의 부작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사가 없는 구조 속 재량권을 남용하면서 주주들에게 피해를 안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국내에 거래소가 하나밖에 없는 독점의 폐해와 이번 사태(상폐 번복 사태)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라며 “거래소별로 상장과 퇴출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만약 국내에 여러 거래소가 있어 타 거래소에 상장됐더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는 당시 규정상 6개월의 개선기간을 줬는데, 이 규정에 맞게 감마누 상폐 결정을 내려 문제가 없다는 것. 현재는 규정이 변경돼 개선기간이 1년으로 연장됐다.

다만 감마누는 이 유예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법원에서도 해당 업체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해 상폐 결정이 번복됐다고 설명했다.

즉, 거래소 마다 정해진 규정 안에서 판단을 내린 것인데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이것을 독점적 구조의 폐해와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한국거래소 측의 입장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ATS 설립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라며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국내에서)다수의 거래소가 생겨 경쟁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의사 결정을 하시는 분들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이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국감을 앞두고 감마누 사태와 ‘제2의 감마누’ 우려를 낳고 있는 신라젠 거래정지 처분과 관련해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ATS 설립과 관련, 독점 구조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만큼 정 이사장의 국감행(行) 가능성도 점쳐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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