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족:부양 부담에 커지는 경제·심리적 스트레스→치유와 대책, 일그러진 가족애 이제 그만!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50대 주부 A씨의 시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시어머니의 치매에 A씨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아버지가 수년 전 돌아가신 후 A씨는 집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장남인 A씨 남편이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형제들은 입을 모아 말했고, A씨 부부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약 3년 전부터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시작됐고, 그 후 주부인 A씨는 시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세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 초기에 발견한 것도 있지만, 시어머니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치매 판정 이후 A씨의 외부 활동에는 제약이 따랐고, 가까운 마트를 가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어머니와 동행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어릴적 옆집 할머니가 치매를 앓아 집안에 작은 화재가 발생한 것을 봤던 A씨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치매는 치료약이 없는 까닭에 언제까지 이런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끝 모를 장기전이 예고되면서 A씨도 한숨이 늘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가오는 설 명절에도 가족 간 만남이 제한되면서 평소 잊고 지냈던 집과 가족의 소중함이 절실해지고 있는 요즘.

그러나 저 멀리 타국에서 1960~70년대를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 윤정희씨가 가족에 방치된 채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보이지 않는 제2의 환자’라 불리는 가족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상태다. 

# 원로 여배우 윤정희, 치매로 프랑스 방치說 ‘충격’

한 청원인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윤정희를 구해달라”고 호소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 관리자의 조치로 실명이 가려진 상태다. 

청원인은 “지금 윤씨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에 있다”며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가 따로 떨어져 있는 집에는 생면부지의 한 프랑스인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데, 이 프랑스인은 본인의 풀타임 직업이 있어 아침에 출근한다”면서 “낮에 알츠하이머 환자인 윤씨가 스스로가 당뇨약 등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고는 있는지, 아니면 누가 도와주는지 딸에게 물어도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약을 제때에 복용하지 못할 경우, 특히 당뇨약의 경우 치명적인 사태가 올 수도 있어서 심히 염려가 된다”고 적었다. 

윤씨는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특히 윤씨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은 2019년 남편과 딸의 인터뷰를 통해 세간에 드러났다. 증상이 나타난 지 약 10년 정도가 지났을 때로, 윤정희는 같은해 5월부터 프랑스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직계 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윤씨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간병인도 따로 없고, 프랑스 정부 보조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3번 와서 청소를 해주고 간다”며 “형제들과의 소통은 아주 어렵고 외부와 단절된 채 거의 독방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딸에게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 차례 요청했으나 감옥의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며 “전화는 한 달에 한번 30분 동안 할 수 있고, 방문은 3개월에 한번씩 두 시간 할 수가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전화통화는 2주 전에 약속해야 하고, 방문 약속은 한달 전에 해야 한다. 

청원인은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가 없다. 자유로운 전화통화도 할 수가 없고 우편물을 보내도 반송된다”면서 “작년(2020년) 7월 말 프랑스에 있는 여동생이 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차로 6시간 이상 거리를 운전해서 갔지만 딸은 모친인 윤씨를 방치하고 본인 가족들끼리 3주 바캉스를 떠나서 만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윤씨의 남편 백씨에 대해서 “아내를 안본지가 2년이 됐다”며 “백씨는 자기는 더 이상 못하겠다면서 형제들에게 간병치료를 떠맡겼다. 그 후 2019년 4월 말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는 윤씨를 강제로 깨워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의 장모상 그리고 영유아기를 키워준 할머니 장례식에는 오지도 않던 백씨와 딸은 몇달 후 다시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를 했다”면서 “감춰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 불명 또는 노망상태인 것처럼 알렸다. 그러면서 윤씨가 간병을 잘 받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비난했다. 

청원인은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애착은 끊임이 없고,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윤씨는 노후를 한국땅에서 보내길 원한다고 항상 얘기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청원인은 “직계 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제대로 된 간병과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윤정희와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뉴시스><br>
배우 윤정희와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사진=뉴시스>

# “근거 없는 주장” 반박한 가족, 靑 청원 진실은?

그러나 백씨 측은 국민청원 속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7일 공식입장을 통해 “2019년 5월1일 윤씨가 파리로 돌아가며 시작된 분쟁은 2020년 11월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항소인의 패소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어 “백씨와 윤씨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씨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딸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씨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게  빈체로의 설명. 

또한 빈체로는 ”게시글의 내용과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빈체로는 “현재 윤씨는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인사가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악의적인 게시글의 무분별한 유포 및 루머 재생산, 추측성 보도 등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더 이상 삼가해달라”고 호소했다. 

백씨 측의 반박 입장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윤씨에 대한 안타까움과 백씨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윤씨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에 활동한 1세대 트로이카 여배우다. 그동안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라는 점도 그렇지만, 특히 윤씨는 전세계 각지에서 열린 백씨 연주에 항상 동행하는 등 잉꼬부부로 유명했던 까닭에 윤씨 부부를 둘러싼 이번 주장에 대한 파장이 더 큰 모습.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음에도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은 상당한 충격을 줬고, 또 청원글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있어 사실 여부에 대중의 큰 관심이 쏠렸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해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

더욱이 가족 중 알츠하이머 등 치매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 상황에서 의구심도 커졌다.

실제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는 종종 뉴스를 장식해왔다. 자식이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 노모를 학대 혹은 살해했다는 얘기, 아내나 남편이 수년째 치매로 투병 중인 배우자를 살해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 등 안타까운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치매는 환자나 이를 옆에서 케어하는 가족 등 보호자들에게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질병. 이에 따라 치매 가족의 부양 부담과 스트레스 완화 문제는 이미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돼 왔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도 다양한 방안 등을 내놨다. 

또한 전문가들은 치매는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환자는 적절한 약물 등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장기간 돌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보호자들에게는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 일그러진 가족애 그만..환자·가족 위한 치매 대책 필요

치매 가족은 경제적 심리적 부양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든 배우자든 자식이든 치매환자는 바로 옆에서 케어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사회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활동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재정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 여기에 심리적 부담까지 더하지며 치매 환자와의 갈등이 커지고 그 갈등은 가족 전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확산된다. 

특히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할 경우 우울증 등에도 쉽게 노출된다. 그러면 보호자는 치매환자를 방치할 수밖에 없고, 환자의 건강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극단적 선택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크게 감소하면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까지 많아졌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질환 환자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연령대별 정신질환 발생 추이와 시사점: 코로나19의 잠재위험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 내원일수와 진료비가 전년동기 대비 각각 9.9%와 17.9% 증가했다.

가장 많이 나타난 정신질환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치매 등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활동량이 감소한 노인들이 활동량을 유지한 노인들보다 치매 증상이 더욱 나빠졌다는 결과도 있었다 

카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신경과 심용수 교수팀이 코로나19로 인한 노인들의 활동량 감소와 치매 증상에 대한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103명 중 총 53명(51.5%)의 이상행동 증상이 코로나 사태 이후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활동량 변화 유무를 살펴보면, 활동량을 유지한 그룹은 전체 52명 중 치매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22명(42.3%)이었다. 반면 활동량이 감소한 그룹 전체 51명 중 치매 증상이 악화된 환자는 34명(66.7%)으로 활동량을 유지한 그룹보다 더 많았다.

치매는 질병의 진행 속도가 중요한 질환. 한 번 걸리면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고 병세 악화를 방지하거나 늦추는 게 유일책이다. 

치매를 앓는 환자은 자신의 사라지는 기억,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겠지만 이를 옆에서 바라보고 돌봐야 하는 가족들 역시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스트레스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손을 놓쳐버리는,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바라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일그러진 가족애를 마주하지 않기 위해 가족들의 마음자세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의 치매 대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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