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5·18 민주화운동 닮은 유혈 사태→청년들의 절규, 반드시 꽃피울 ‘민주주의’ 염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총과 탱크 그 어떤 폭력에도 인간 방패가 돼 서로 하나 돼 나아간다면 분명히 민주주의를 완성해 낼 것이다” - 미얀마 민주주의를 바라는 광주 시민들

서울 양천구에 거주 중인 50대 후반 주부 한모씨는 최근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미얀마 군경의 유혈 진압사태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한씨의 고향은 광주광역시로, 한씨는 10대 시절 광주와 전남 일대에서 발생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공포를 경험한 탓이다. 당시 집회와 시위에 참여한 또래 학생들과 시민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주변에서는 계엄군에 연행돼 고문 피해를 당한 이들의 소식이 수없이 들려왔다. 이런 상황을 겪어왔던 한씨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보며 그 시절이 떠올랐고, 2021년 현재에도 이런 끔찍하고 비인간적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무엇보다도 아직 젊은 청년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막막함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재한미얀마청연연대, 방글라데시이주노조, 재한베트남공동체, 인도네시아주한유학생회, 캄보디아CNRP청년위원회, 태국난민지위1세대, 필리핀 카톨릭광덕커뮤니티, 한국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소속 아시아 청년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미얀마 군부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세개를 펴고 집회를 진행했다. 세손가락 시위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민중이 쓰는 사인이다. <사진=뉴시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한 달 반. 미얀마 전국 곳곳에서는 군부의 위협을 무릅쓰고 쿠데타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국민들은 적극적인 폭력 행위를 행사하지 않으며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군부는 죄없는 사람들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켜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다. 

# 미얀마 쿠데타 유혈 사태..국제사회 ‘맹비난’

미얀마 반(反)쿠데타 시위대에 대한 군과 경찰의 유혈 진압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군경에 의해 살해된 시민 9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최소 92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이를 규탄하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총격과 폭행을 서슴지 않으며 유혈 강경 진압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날 제2 도시 만달레이 지역에서는 연좌시위를 벌이던 5명의 시민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다.

당시 불교 승려를 포함해 20여명이 총격을 받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부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다. 이에 따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또한 바고 지역에서는 19살의 미얀마 해양대 재학생이 총격으로 숨졌으며, 4명이 실탄에 맞았다. 수도 양곤에서도 적어도 2명이 살해됐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중부 마궤 지역에서는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졌고, 최소 13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얀마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양곤과 만달레이, 마궤 등 대도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태. 

뿐만 아니라 군경은 심야 시간 주택가를 돌면서 시위대와 상관없는 시민들을 살해하거나 임의로 체포하는 한편,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자동차와 점포를 부수는 등 사유재산에 피해를 주는 행위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폭력적인 시위 진압에 국제사회는 연일 규탄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으며, 각종 제재에도 나선 상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는 미얀마 군부 압박에 들어갔다. 

미국 상무부는 쿠데타와 평화시위 탄압에 책임을 물어 미얀마 국방부, 내무부,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곳을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영국도 미국, 캐나다와 협력해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을 상대로 인권 제재를 내렸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던 5개 계정을 모두 차단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도 지난달 군부와 연관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한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얀마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행사로 다수의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각종 교류 및 협력 중단 조치를 밝혔다. 

정부의 구체적으로 미얀마 측과의 국방 및 치안분야 신규 교류 및 협력 중단하기로 했다. 또 미얀마에 대한 군용물자 수출 불허 및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허가도 엄격 심사하고, 민간 개발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재검토 하는 등 아시아 최초로 독자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사단법인 오월어머니집이 지난 10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철회와 학살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 밟을수록 커지는 청년들의 민주화 열망

하지만 이 같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 미얀마 군부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자국민들을 해치는 무자비한 만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유혈로 진압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민주화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지난해 11월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한 불복 차원이다. 

당시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발표 결과, NLD는 당선자가 확정된 462개 연방의회 상·하원 선거구 가운데 395석을 차지했다.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은 322석으로 73석을 초과했다

반면,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단 25석만을 확보했다.

NLD는 2015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뒀으며, 이듬해 3월 ‘문민정부 1기’가 출범했다. 이로 인해 미얀마는 1962년 네원의 쿠데타 이후 53년간 지속됐던 군부 지배를 끝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민정부 2기 출범을 두고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 결국 2021년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치인 등 수십 명을 구금하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처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자 국민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그리고 미얀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군부에 맞서 민주 쟁취를 위한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미얀마 청년들이 군부의 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미얀마 국민들은 이른바 ‘Z세대’(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청년들의 주도 하에 연일 목숨을 걸고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다.

Z세대는 자신들의 미래를 군부 정권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 사건은 미얀마 국민들의 큰 분노를 자아냈다. 치알 신이 숨진 이달 3일에만 미얀마에서는 최소 38명이 숨졌다.

치알 신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며 그의 죽음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5·18 민주화운동 39주년인 2019년 5월1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5·18민중항쟁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 되살아난 광주의 기억, ‘미얀마의 봄’ 지지 

현재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를 우리나라 국민들은 더욱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며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  

5.18광주민주화운동도 전두환 신군부가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잡으면서 시작됐고, 무력을 사용하는 시위 진압 방식도 매우 유사하다.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우리의 아픈 역사가 41년 만에 미얀마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의 스님들은 미얀마에 평화가 찾아오길 발원하며 ‘미얀마 민주화 기원 오체투지’ 정진을 펼쳤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미얀마 군부의 폭력 사태를 규탄하며 미얀마 국민들을 위로했다. 

광주 시민단체들은 13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국민들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집회를 열고 “41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도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윤청자 오월 민주여성회 대표는 “우리는 같은 경험을 했기에 미얀마 국민들과 연대하며 국민들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미얀마 국민들을 지지했다. 

군사독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것은 결코 부당한 것이 아니다. 이미 과거 군부와 민주정권을 모두 경험해 본 미얀마 국민들의 간절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총과 칼로 무장한 군경에 나무와 플라스틱 방패로 맞서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청년들. 평화적 시위에 나선 이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군홧발로 짓밟힐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무자비한 유혈 사태와 고귀한 생명의 희생은 반드시 기억돼야 하며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유와 정의를 향한 청년들의 강한 열망을 시작으로 꽃피운 것처럼 미얀마에도 완연한 봄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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