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돌’ 출연금지 靑청원..한부모연합·정치하는엄마들 등 기자회견
“이혼녀 방송 출연 반대했던 1980년대로 시대 역행” 비판 한 목소리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자은행에서 배우자가 아닌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는 ‘비혼 출산’을 통해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방송 출연 금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비혼 출산 혐오를 중단하라”며 규탄했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엄마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이날 “비혼모 가족은 비정상 가족이 아니다”라며 “사유리의 방송 출연을 지지하고, 이를 비상적으로 낙인찍는 혐오 세력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사진=뉴시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엄마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비혼출산 혐오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치하는엄마들>

이들은 사유리 방송 출연 금지 요청에 대해 “이혼녀 방송 출연을 반대했던 1980년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함아연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활동가는 “사유리씨의 자발적인 선택,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례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진방 한부모연합 사무국장도 “분명한 가족 차별”이라며 한부모가정에 대한 낙인을 없애야 한다고 동조했다.

또한 시민단체는 현 건강가정기본법이 비혼 출산 혐오를 조장한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 제정된 법으로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 ▲가족구성원은 부양·자녀양육·가사노동 등 가정생활의 운영에 함께 참여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혼인과 혈연만이 가족의 전부였던 시대가 지났는데도, 현행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은 가족의 형태를 혼인·혈연·입양으로만 정의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활동가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떤 공동체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길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역시 “가부장 중심의 정상성과 그에 따른 질서를 더욱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건강 개념이 정상 가족 중심의 가족 유지를 뜻하는 것으로 쓰여, 건강을 정상성으로 왜곡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며 법개정을 요구했다.

함 활동가는 “아빠, 엄마, 자녀로 이뤄진 가정이라고 모두 건강하지 않듯, 한부모·조부모 가정이라고 건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미혼모로 살아온 최형숙 인트리 대표도 “올해 열일곱 살이 된 아이는 눈 뜨고 학교 가는 시간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면서 “아이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비정상’이라 생각지 않고, 아이 또한 엄마와 사는 가정이 비정상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KBS 육아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사유리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한국은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이라도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결혼을 장려하며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유리를 가리켜 “오히려 ‘비혼모’를 등장시켜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에게 비혼 출산이란 비정상적인 방식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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