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대표 김형 재선임·관리대표 정항기 신규 선임..‘투톱’ 체제
지난 14일 부산 공사장서 노동자 사망..또 불거진 ‘안전 책임론’
매각업무로 입김 세진 CFO, 지난해 인사권 개입說 현실화 되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산업은행 체제 이후 ‘최초 연임 사장’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러나 그의 승승장구 행보에 뒷말이 나오는 분위기다.  

매년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최악의 살인기업’ 불명예까지 얻은 대우건설에서 이달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자 사망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책임은커녕 임기를 더 보장받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것. 

특히 정항기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김 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는 점에 한때 업계에서 돌았던 ‘실세=정항기’ 설(說)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재무라인이 강화됐고, CFO의 역할도 커진 상황 속 CEO(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위축됐다. CFO 본부에 힘이 실리면서 CEO 중심의 주요 전략기능을 세우기 어려워 졌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김 사장이 ‘바지사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김형 사업대표(왼쪽), 정항기 관리대표. <사진제공=대우건설>

◆대우건설, 김형 사장 연임..정항기와 각자대표 체제

대우건설은 23일 김 사장을 ‘사업대표’로 재선임하고, 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관리대표’로 신규 선임함으로써 각자대표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대우건설 각자대표 체계는 오는 6월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대표이사에 2018년 취임한 김 사장은 2년 연속 민간건설사 중 최대 주택공급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조1000억원 규모의 나이지리아 LNG Train 7 공사에서 국내 업체 최초로 원청지위 확보에 성공하고 이라크 알포 항만공사(2조9000억원) 수주하는 등 그 공로와 전문성을 재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2019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재무전문가다. 김 사장과 함께 조달시스템 개선 및 현금중심 경영을 정착, 재무구조개선을 가속화함으로써 대우건설의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고 부채비율을 전년 대비 40%포인트 이상 감축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사업대표 예정자인 김 사장은 향후 국내·해외 공사에 대한 양질의 수주와 안정적 사업운영을 통한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전문가인 정 사장은 관리대표로서 전략·재경 등을 담당해 지속적인 재무구조 및 체질개선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과 관리 부문의 각자대표 체제는 조직 간 견제와 균형 기능을 강화한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현 경제상황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우건설 관계자는 “매각이 본격화될 경우, 관련 기능을 재무통인 정 사장에 집중함으로써 매각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매각 관련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던 김형 사장은 안정적 사업 운영에 전념하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부산 주상복합아파트 사망사고..또 떠오른 ‘안전 책임론’

대우건설이 오는 6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김 사장은 앞으로도 대우건설을 이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김 사장의 연임 성공은 한편으로는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그동안 ‘대우건설 김형號’에서 잇따랐던 사망사고 때문.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2월 청도군 ‘운문댐 안전성 강화사업 건설공사’ 현장에서 1명이 사망했고, 두 달 만인 이달 또 현장 노동자가 사망했다. 

더욱이 김 사장의 연임 확정 발표는 지난 14일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9일에 이뤄졌다. 

‘최악의 살인기업’ 꼬리표가 붙으며 ‘안전 책임론’이 수차례 불거진 김 사장의 연임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이번 부산 공사현장에서 50대 노동자는 크레인과 H빔 철제 기둥 사이에 몸이 끼면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사고”라는 목소리를 내며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고 다음날인 15일 <공공뉴스>에 “우선 유족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정밀하게 조사 중이다. 회사(대우건설)는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보다 입김 세진 CFO..인사권 개입 소문 사실로?

한편, 대우건설이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께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진 갑질 등 잡음이 흘러나왔다. 

외부 출신인 당시 정 부사장이 마치 대우건설 CEO로 내정된 것처럼 행동하며 임직원들을 줄 세우기 하고 있다는 의혹 등이 불거진 것.

조직 개편을 통해 인사관리지원본부를 산하에 두고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우건설은 2018년 1월 호반건설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이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무리한 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대우건설 매각 관련 업무를 1호 자산으로 이관했다. 

일부에서는 이런한 조치가 김 사장을 ‘바지사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무구조는 회사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만큼 CFO의 역할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대우건설이 2019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재무라인 강화에 집중한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대우건설은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재무관리본부와 조달본부에 더해 인사관리지원본부를 이관, 관리조직을 통합했다. 

CFO 산하 본부 강화에 힘을 쓰면서 사실상 재무라인이 관리조직까지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결국 CFO가 대우건설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대우건설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공동 수장으로 정 사장이 올라서면서 입김은 더 확대, 소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농후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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