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갑질 : 고용 한파 속 청년 울리는 못된 기업→인재 확보 불가, 사회적 도태..자정노력이 살길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30대 중반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어느덧 사회생활 12년차가 됐다.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이씨는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는 기업의 갑질로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한 입사한 첫 회사에서 이씨는 자신의 연봉이 사규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연하게 말하는 회사 측 태도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 회사 퇴사 후에는 한 지역단위 협동조합 면접을 봤지만, 내정자를 뽑아놓고 형식상 치러지는 들러리 면접에 불과했다는 점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관행이었고, 비일비재해 누구하나 문제삼는 사람이 없었다. 이씨는 “10년 전 그때, 만약 제가 겪은 차별과 갑질을 알렸더라면 구제를 받을 수 있었을 지 문득 궁금해진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최근 국내 공기업·공공기관 사기업들이 잇따라 직원 채용에 나선 가운데, 그러나 일부에서 기존 공고와 다른 근로조건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코로나19 고용 한파로 힘든 청년들의 상황에 더욱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면접 차별, 채용 취소..입사 갑질 ‘천태만상’

2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2년간 신고된 ‘입사 갑질’ 건수는 총 559건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과 단속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371건(66.37%)은 별도 조치 없이 행정 종결됐고, 과태료가 부과된 건은 177건(31.66%)에 불과했다. 수사기관에 통보된 건도 단 1건 뿐이었다. 

입사 갑질 사례를 살펴보면 ▲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적 발언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 취소 ▲거짓·허위로 채용 공고 게재 ▲채용 공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 불이익하게 변경 등이 있었다. 

간호사 A씨는 지난해 병원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입사 첫날 인사과 직원이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설득해 A씨는 계약직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이후 A씨는 병원 동료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병가를 냈다. 병원 측은 병가 중인 A씨에게 근무성적평정을 진행한다며 정규직 전환 보류를 통보했다.

다른 구직자 B는 광고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출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갑자기 기존 직원과 퇴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입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현행법상 ‘채용절차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거짓 채용공고 또는 채용공고 내용을 입사자에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근로자 수 3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으로 적용된다. 

2014년 제정된 해당 법률은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2019년 이 법은 한 차례 개정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실효성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

현행 채용절차법은 거짓채용 광고 금지,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 금지, 채용 강요 금지, 채용 광고 내용의 불리한 변경 금지, 채용 서류 반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현재의 법 내용만으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입사갑질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를 시급히 개선해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고 채용공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갑질119는 “채용절차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더 많은 구직적들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또 모집·채용에 대한 포괄적인 차별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채용공고에 근로조건(고용형태 내지는 계약기간, 임금, 근로시간 등)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해 구직자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많은 구직자들이 워크넷 등과 같은 직업정보제공기관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직업정보제공기관에 대해서도 거짓 광고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 고용 한파 속 취준생 울리는 기업들

우리나라의 취업자 수는 코로나19발(發) 고용 한파가 시작된 지난 3월(-19만5000명)부터 올해 2월(-47만3000명)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 대비 31만명 이상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고용시장에 봄이온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청년층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3월 취업자 수는 2692만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3월 취업자가 감소했던 기저효과와 함께 정부의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 등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40만8000명 늘어 취업자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20대 13만명, 50대가 1만3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30대는 17만명, 40대는 8만5000명씩 줄었다. 

이 기간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43.3%를 기록, 전년동월(41.0%) 대비 2.3%포인트 증가해 전 연령층에서 개선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청년층 실업률이 여전히 두 자리수(10.0%)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고용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  

3월 취업준비자도 전월(85만3000명)보다는 줄어든 84만4000명으로 집계됐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청년층 가운데 3월 지표에서 고용이 개선된 연령대는 24세 이하다. 이들의 고용률은 다소 높아졌으나, 대졸 취업자 중심의 25~29세 고용률은 67.4%로 비슷했다. 단기 아르바이트 중심으로 고용률이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개 기업들의 채용은 3~4월에 집중됐다. 하지만 대내외 악화된 경제 상황 속 기업들이 채용문을 걸어 잠구면서 취업준비생들은 바늘구멍 취업문을 통과하기 더욱 어렵게 된 현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상당수 대기업이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월3일부터 23일까지 ‘2021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온라인으로 조사해 110개사가 응답한 결과다.

해당 설문에서 대기업 63.6%가 상반기 중 한 명도 채용하지 않거나, 아직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이 없는 기업들의 비중은 17.3%였고,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도 46.3%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가운데 신규 채용이 없는 기업(8.8%) 및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32.5%) 비중과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입사 갑질까지 당하면서 청년 구직자들의 고통은 배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취직보다 코로나 종식이 더 빠를 것 같다”는 씁쓸한 한탄마저 나오고 있다.    

<자료=직장갑질119>

# 자정 노력 없는 기업, 사회에서 도태

직장갑질119는 청년 구직자들을 울리는 입사 갑질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꿀팁으로 구직자들에게 우선 채용광고 내용을 캡처하고, 이력서 등에 출신지·혼인·신체적 조건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기업평가사이트 및 구인사이트에서 회사에 대한 정보(입·퇴사율, 평균 근속연수, 평균 연봉, 면접후기 등) 검색하고 확인하기, 면접에서 채용광고와 다른 근로조건을 제시하는지 확인하고 증거 남기기(녹음, 구체적인 기록 등), 면접관의 차별발언 등에 대해 증거를 남기기, 최종 합격통보 문자·이메일·홈페이지 공고문 캡처하기 등도 조언했다.

아울러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조건과 채용광고상의 근로조건이 다른지 확인하고, 근로계약서 서명 전 상담을 받아볼 것도 언급했다.

취업 대란 속 어이없는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유의하고 만약의 경우에 대한 대비와 슬기로운 대처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버리는 갑질은 취준생이 아닌 기업 자체적으로 고쳐야 할 행위다.    

기업이 지속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 확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갑질에 대한 비판과 공분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구시대적 조직문화를 고수하며 스스로 자정 노력 없는 기업은 인재 확보는커녕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 

법의 단속과 처벌이 없는 사각지대에서 구태를 반복하며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고 불신만 얻게 된다면 향후 발전 가능성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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