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의 모친, 여동생을 무참히 살해한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이 첫 재판을 앞두고 연이어 반성문을 제출했다.

진지한 반성은 양형 시 감경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재판부는 향후 김태현이 제출한 반성문을 참작해 양형을 정하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김태현이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참회의 기록이어야 할 반성문이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이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 1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달 11일 첫 반성문을 제출한 이후 두 번째다. 

통상적으로 재판을 앞둔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성문 내용에는 범행과 관련한 심경 등이 담긴다. 다만, 김태현의 1, 2차 반성문 모두 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태현은 변호인에게 반성문의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 피해자 A씨를 스토킹하다가 A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3월23일 노원구에 위치한 A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여동생과 어머니, A씨 등 세 모녀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3일간 A씨의 집안에 머물면서 휴대전화에 남이있는 모바일 메신저 메시지를 삭제하고, 초기화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 또 자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27일 김태현을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침해,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태현은 현재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첫 공판은 내달 1일 열린다. 

특히 김태현이 첫 재판을 앞두고 연이어 반성문을 제출하자, 이 반성문이 향후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표에는 일반양형인자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이 포함돼 있다. 재판에 임하는 태도, 반성문 제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반성문 자체가 재판부 양형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6개월된 입양아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모 장모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양부 역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례만 봐도 그렇다. 

정인이 양부모는 1심 선고를 앞두고 총 14건(양모 11건·양부 3건)의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6)도 첫 재판 전 22번의 반성문 등 1심 선고 전까지 총 100장 이상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조주빈은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충격을 안긴 사건 가해자들의 반성문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냉랭하다.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거나, 용서받지 못할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본인은 죗값을 덜기 위해 말 뿐인 ‘사과’를 하고 있어 여론의 공분은 들끓고 있다.    

실제로 김태현의 두 번째 반성문 제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누구를 위한 반성문인가. 그 반성문은 제출할 곳이 없다는 걸 더 잘 알텐데” “의미도 없는 반성문 쓸 시간에 진심으로 죄받게 해달라고 편지를 써라”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인간사냥꾼이 살고는 싶은가보다. 가장 좋은 사죄는 법대로 처벌받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한편, 김태현은 지난달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도봉경찰서 포토라인에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당시 김태현은 “이렇게 뻔뻔하게 눈뜨고 있는것도 숨을 쉬고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유가족들과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말씀드린다”고 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흉악범이 진정으로 사죄할 수 있는 방법은 ‘죄송하다’는 말과 글이 아니다.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고 그 죗값을 치르는 것만이,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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