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곽윤석 칼럼니스트] 정의가 또 다시 화두다. 왜 또 다시 정의인가? 이유는 자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헌법이 유린되고 인권이 파괴되었을 때 민주주의가 시대정신으로 등장했듯이 현실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가 시대정신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이기는 것이 곧 정의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일 때, 인간 세상은 양육강식의 정글이 될 수밖에 없다. 이기기 위한 투쟁이 생존의 텍스트가 되고 삶의 콘텍스트가 된다.

그리하여 <정의는 승리하는가?>하는 질문은 괴물이 되어 <승리하는 것이 정의다>라는 답으로 되돌아온다. 정의는 선악의 경계를 넘고, 진실과 거짓의 파도를 건너 오로지 강약과 승패의 칼날 위를 달린다.

강자의 정의와 약자의 정의는 동상이몽이다. 필연적으로 외나무다리 위에서 충돌 할 수밖에 없다. 강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강자가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힘 있는 자가 소수고 힘없는 자가 다수이며, 힘 있는 자가 정책을 결정하고 힘없는 자는 그 정책에 따라 살아가야  하기에 그 모순적 정의를 둘러싼 대결은 언제나 격렬하며, 역사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이다.

개인의 자유가 무한정 확장되거나 한 집단의 자유가 비대칭적으로 확대되면 사회적 정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평등도 기계적으로 접근하고 과도하게 적용되면 강자와 약자 모두를 숨 막히게 할 수 있다.

정의는 기회의 균등과 분배의 공정으로 살아 숨 쉰다. 정의를 위협하는 불의의 토양은 이기적 물질주의와 폭력이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최고선이라는 공리주의적 발상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소외를 동반함으로써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의는 공존과 상생을 거부하며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자본과 권력과 지식의 야만적 힘에 대한 안티테제다. 정의는 다섯 손가락에 화려한 장갑을 기워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픈 손가락에 붕대를 감아주는 것이다.

곽윤석 칼럼니스트.
곽윤석 칼럼니스트.
경영학 박사

정의가 사라진 민주주의는 독재 이상의 위기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정의가 머무르는 곳은 국가권력도 시장경제도 지식사회도 아니다.

한숨과 눈물, 비탄과 신음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얼굴에서 피어오르는 해맑은 미소 속에 정의가 살아 있다. 대선 시즌이 시작되면서 정의가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롭고 살맛나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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