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89세..퇴임 후 희귀병 소뇌 위축증·폐렴 등 건강 악화에 장기 투병
대통령 직선제 전환 첫 대통령..재임 때 올림픽 개최·북방외교 업적 남겨
12·12, 5·18 단죄 비자금 조성 옥고 치러..추징금 미납 논란에 2013년 완납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랜 지병으로 연희동 자택과 병원 등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경북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보안사령관, 체육부·내무부 장관, 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를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인 하나회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5공화국 말기 전 전 대통령을 이을 정권 후계자로 떠올랐다.

이후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87년 6월10일 올림픽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후보 등을 누르고 헌법 개정 이후 실시된 첫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 노태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민주주의 정착과 외교 지위 향상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소련·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의 수교 추진 등의 성과를 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2·12주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과 함께 추징금 260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으며, 오랜 기간 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 2013년 9월에야 뒤늦게 완납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해 왔다. 2009년 10월에는 희귀병인 ‘소뇌 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2011년 4월에 기관지에서 침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15년 12월에는 천식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9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올해 4월 자신의 SNS를 통해 “소뇌 위축증이란 희귀병인데 대뇌는 지장이 없어서 의식과 사고는 있다”면서 “때로는 눈짓으로 의사 표현을 하시기도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온 얼굴이 무너지며 울상이 되신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 아들 재헌이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고인을 애도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SNS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시절 가장 잘한 정책은 북방 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이었다”라며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 노 전 대통령님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윤석열 후보도 “재직 중 북방정책, 냉전이 끝날 무렵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열어주신 것은 의미있는 성과였다”면서 “오랜 세월 병마에 시달려오신 것으로 안다. 영면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유승민 후보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면서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으며, 원희룡 후보는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며 큰 슬픔을 마주하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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