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곽윤석 칼럼니스트]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으로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직업이다” 

“정치가는 악마적 수단을 가지고 천사적 대의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과학의 개척자이자 정치사상가인 막스 베버가 1919년 1월 뮌헨대학에서 행한 강연 내용이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으로 출판되어 현재까지도 스테디셀러로 널리 읽히고 있고, 현대정치의 교본처럼 간주되고 있다. 고전의 힘이란 시대를 초월한다는데 있다. 100년도 더 지난 1919년에 행한 강연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야기 하는 듯한 설득력을 갖는다. 

옳고 그름보다 누구편이냐가 먼저인 사회, 진영논리가 정의를 압도하는 한국정치는 내로남불의 극치다. 

보수 진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기득권화되어 당리당략과 이익추구에 포로가 되어 있다. 성찰과 혁신은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낡은 구호가 된지 오래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남북 간 극한대립이 완화된 이후 한국정치는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지도자가 없는 민주주의>의 불안하고 혼탁한 강을 건너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고,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위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는 정치가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고, 정치가 바로서지 못한 것은 정치가가 바로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가의 열정은 그들이 가진 합법적 권력의 행사라는 수단 때문에 책임의식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조절되지 않으면 지극히 위험하고 파괴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국가의 자원을 질서 있게 배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보듬어야 할 책임이 정치가에겐 있다. 

따라서 정치가는 그 막중한 역할에 걸맞은 자질, 즉 윤리적으로 통제된 열정과 정치적 선택의 결과에 대한 무한한 책임의식 그리고 극단을 배격할 수 있는 균형적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정치는 현재 책임의식과 균형적 판단의 기준에서 낙제점을 면할 수 없다. 

정치를 하는 목적과 가치는 정치가의 신념윤리에 녹아 있다. 그러나 신념윤리만으로는 위험하다. 책임윤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치는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 있고 실험과 모험의 서커스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막스 베버는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함께 준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졌다고 강조한다. 

곽윤석 칼럼니스트
경영학 박사

성찰과 혁신, 자기희생이 동반되지 않는 욕망은 국가와 국민을 병들게 함과 동시에 정치인 스스로도 위태롭게 하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트린다. 낮과 밤이 시간을 영원히 나눠 갖고 음과 양의 조화로 세상이 움직여 가는데, 유독 보수와 진보, 여와 야는 죽자 살자 난투극을 벌린다.

저성장과 양극화의 함정에 빠진 한국사회를 구원하는데 정치가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한국정치에 하루 빨리 책임윤리와 균형각각이 회복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성찰과 혁신 그리고 자기희생에 기초한 정치적 리더십의 확립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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