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살인 회피 적극 태만 볼 수 없어..무기징역서 감형”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살인, 아동학대 등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결하면서 무기징역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인이 양모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깨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부 B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양모 A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보호관찰을 명령해달라고 요구했지만 1심과 같이 기각됐다.

2심 재판부는 양모가 정인양을 살해한 혐의와 학대, 유기한 혐의 등 공소사실 전반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학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이 바뀌었다.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피고인의 성장 과정과 교육, 가족관계, 범죄전력, 범죄의 잔인함·포악함의 정도, 반성 유무 등 양형조건을 모두 봐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준비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며 “피고인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 차례나 학대로 신고됐지만 피고인과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참혹한 결과에 이르렀다”며 “사회 공분은 범해 자체의 참혹함에 대한 것만 아니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데 따른 공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인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송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미필적 고의를 넘어 살인 회피에 적극적으로 태만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나이는 만 35세로서 장기간 수형생활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성격적 문제점을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라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양모 A씨가 부인했던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의 학대 행위로 매우 쇠약해진 피해자의 복구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장기 파열 등 치명적 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피고인으로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양모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4개월 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검 결과 정인 양은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복부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동일한 사형을, 양부 B씨에게는 징역 7년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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