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명품 집착하는 한국 조명..부동산값 폭등 지적
‘N포 세대’ 플렉스 현상, 현실의 벽 부딪힌 불투명한 미래 반영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보복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국내 백화점들이 미소 짓고 있다.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점포가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것. 

백화점의 실적을 견인한 1등 공신은 바로 해외 명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고가 제품 구매로 분출된 덕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영향도 명품은 비껴간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의 명품 사랑을 한 외신이 집중 조명하며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세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 출생)’가 명품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상황을 꼬집은 점은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명품 집착하는 韓, 씁쓸한 이면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한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생필품 사재기를 볼 수 없었지만, 프랑스 명품 샤넬을 사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선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샤넬백을 구매하기 백화점 앞에서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등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9500달러(1100만원) 정도의 샤넬 핸드백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오픈런(백화점 오픈 전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을 한다”면서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소개했다. 

샤넬코리아는 올해 4차례에 걸쳐 인기 품목 가격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샤넬 제품은 소위 없어서 못 팔 정도.

매체는 한국에서 사넬 제품이 인기 있는 이유로 희소성과 리셀 시장에서의 활발한 거래를 꼽았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샤넬 측이 제품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어 소비자의 구매욕을 더욱 끌어올리고, 또 재고가 없어 희소성이 강한 인기 제품을 되팔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한국의 주택가격 폭등도 한국인의 명품 집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 

내 집 마련을 위해 돈을 아끼며 모아오던 2030대 청년층이 엄두도 못 낼 집값에 좌절하고, 그 대신 명품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2030세대는 주택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집값을 지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대신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것에 저축했던 돈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KB금융그룹의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당시 6억7000만원이었던 서울 한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1월 12억4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월 평균 소득이 300만원을 밑도는 2030세대에게 이러한 집값 폭등 현상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집보다 샤넬’..좌절을 먼저 배운 청년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값이 두 배 넘게 올랐지만, 그러나 임금 상승률은 아파트 값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시간이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는 시민단체 분석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이 서울 시내 75개 아파트 단지 11만5000세대의 시세 변동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2061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당 가격은 올해 11월 4309만원으로, 2248만원(109%)이나 뛰었다. 

같은 기간 30평형 기준 약 6억2000만원이던 아파트 가격은 약 12억9000만원으로 6억7000만원 올랐다. 

반면, 노동자 평균 급여는 3096만원에서 3444만원으로 약 348만원(1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 기간은 늘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 노동자가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시 20년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올해 11월 38년으로 늘었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치솟자 2030세대의 ‘탈(脫)서울’ 현상도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의 탈서울이 가속화 된 분위기.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는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서울시민 341만4397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서울 집값이 급증했던 지난해에는 57만4864명이 서울을 떠났고, 올해 들어 9월까지는 43만4209명이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이 기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서울시민 중 46%가 2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30대가 2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20대가 22.0%였다.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라는 말이 익숙해지자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 언젠가부터 한국의 청년들은 ‘도전’보다 ‘포기’와 ‘좌절’을 먼저 배우고 있다. 

미래 준비를 위해 저축을 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청년들은 ‘희망고문’ 대신 ‘현재를 즐기자’ 쪽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최근 나타나는 청년들의 ‘명품 플렉스’ 현상은 자기과시 욕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포기하고 당장의 욕구 충족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보다 격려와 위로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     

물론 흥청망청한 삶을 살며 무작정 현재를 즐기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은 ‘집보다 샤넬’을 외치는 청년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일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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