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고양이 학대범 2명에 잇단 실형 선고..징역 2년6개월 ‘역대 최고’
“솜방망이 처벌이 동물학대 부른다” 악순환 고리끊기 유의미한 판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살해한 학대범들에게 법원이 잇달아 실형을 선고했다. 

그동안 동물학대 사건 피의자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처해졌던 것과 달리 실형, 특히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으로는 역대 최고형이 선고되기도 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동물권과 생명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유의미한 진전을 얻어낸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물을 소유물이나 물건으로 취급하는 생명경시 행위도 곳곳에서는 여전히 존재해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4월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길고양이 학대범 잇단 실형 선고

22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김배현 부장판사) 전날(21일) 경북 포항에서 길고양이 10마리를 포획해 학대하고 연달아 죽인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선고된 징역 2년6개월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역대 최고 형량이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7개로, 재판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동물보호법 위반을 비롯해 절도, 재물손괴, 공기호부정사용, 부정사용공기호행사, 자동차관리법 위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등이다.  

A씨는 지난 2019년 한동대학교에서 고양이 3마리를 학대하고, 이듬해 3월부터 올해6월까지 포항지역에서 길고양이 7마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자신이 죽인 고양이 사체를 나무 등에 매달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게 하도록 했고, 고양이 먹이를 주는 곳에 포항시를 사칭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행하고, 길에서 습득한 번호판을 자신의 오토바이에 무단으로 부착한 사실 등도 드러났다. 

이 사건 재판부는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우발적이 아닌 치밀한 계획과 뚜렷한 목적에 따라 반복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법의 잔혹성과 생명경시의 잠재적 위험성 등을 비롯해 여러차례 절도와 재물손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비춰볼 때 죄책에 상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일에도 길고양이 학대범이 실형을 선고받는 최후를 맞았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경북 포항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16마리를 잡아 학대하거나 죽이고, 심지어 신고자까지 협박한 20대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권순향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넘겨진 B씨에게 징역 1년4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고양이 학대 사진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고, 다른 사람 소유의 양어장 배수 파이프를 전기톱으로 잘라 피해를 준 혐의다. 

또한 자신을 동물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람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B씨와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방법과 수법, 행동 등을 살펴보면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박 당한 신고자가 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고,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등 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소정의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14일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산 채로 길고양이를 불태우는 등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강력처벌 촉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14일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산 채로 길고양이를 불태우는 등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강력처벌 촉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동물학대 악순환 원인 ‘솜방망이 처벌’

동물보호법 제2조에서는 동물학대 기준을 ‘정당한 이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46조에서는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동물학대는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현실.

지난해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80여 명에게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던 이른바 ‘동물학대 고어전문방’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고어전문방’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반발이 거셌다. 

이후 올해 3월에도 고양이 50마리 이상을 학대·살해한 ‘제2의 고어전문방’이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낮은 수준의 처벌 때문에 제2의 고어방까지 생긴 것”이라며 학대범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학대 범죄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미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이번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실형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지금까지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까닭.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며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구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범죄 처벌 수준은 미미하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법무부와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은 전체 4221명 중 단 4명으로 0.1%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건이 불기소(46.6%), 약식명령(32.5%) 처분을 받았으며 단 2.9%(122명)만이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다.

정식재판에서도 실형을 받은 수는 5년간 346명 중 19명(5.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피고인이 벌금형(56.9%), 벌금형 집행유예(3.2%)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처벌 수위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정해진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판결을 살펴보면 최대 벌금액은 1800만원(2021년), 최소 20만원(2017년)으로 비교적 가벼운 선고에 그쳤다. 

송 의원은 “동물권과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처벌은 변화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양형기준 마련과 엄중한 처벌을 통해 동물 학대 범죄가 중대한 범죄임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관련 동물권행동 카라가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인의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카라>
포항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관련 동물권행동 카라가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인의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제공=카라>

◆‘동물권 존중’ 유의미한 결실

한편, 재판부의 A씨에 대한 2년6개월 실형 선고 판결에 직후 동물보호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학대 심각성에 입각해 내려진 매우 합당하고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이제 대한민국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동물학대 범죄의 위험성과 사회적 해악을 고려해 강력한 실형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카라는 “처벌 규정이 있어도 그 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동물학대 범죄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면서 “엄격한 법 집행이 있을 때 동물학대 범죄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국민 정서를 헤치고 생명 경시를 조장하는 동물학대 범죄 예방을 위해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카라 동물범죄 전문위원회 위원장인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선고 내용이)일반인들이 걱정하는 부분과 감정까지 공감해 준 판결”이라며 “이제는 범죄자가 형을 마친 이후 잠재적 위험성에 따른 사육금지 처분이나 재범 예방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안이한 인식을 단번에 변화시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 희망의 불씨는 점점 커지는 모습. 

불과 얼마 전까지 동물학대 범죄가 벌금형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재판부의 실형 판결은 과거에 비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동물 생명 존중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도 분명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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