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3조→90조 폭풍성장 비결은 ‘혁신’
100돌 메리츠화재 “2025년 1등 목표” 세워
메리츠증권, 수익 다변화 동시에 리스크 관리
회장님 끌고 전문경영인 밀고..동반성장 구축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메리츠화재가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한진그룹에서의 계열 분리 이후 큰 폭으로 성장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그룹 양대 주력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통합 자산은 90조원(6월 말 기준)에 육박한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당시 메리츠화재(당시 동양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통합 자산이 3조3000억원 수준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간 27배가 넘는 ‘폭풍성장’을 이뤄낸 셈.

지난 2005년 당시 메리츠화재의 자산은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지금 메리츠화재 자산은 28조원에 이른다. 그새 시가총액은 17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21배, 당기순익은 264억원에서 6631억원(2021년 연말)으로 25배 늘었다. 2005년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산은 6315억원이었으나, 현재는 60조원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15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당기순익은 39억원 적자(-39억원)에서 시작해 7829억원(2021년 연말)으로 뛰어올랐다.

금융 계열을 앞세워 이제 ‘100년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눈부신 발전, 그 중심에는 혁신의 성공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계열사들의 성과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보여준 전문경영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꾸준한 신뢰가 열쇠가 됐다는 평가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메리츠금융>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메리츠금융>

메리츠화재, 분권화와 집권화 균형 새 모델 혁신

메리츠화재는 오는 2025년 당기순이익·시가총액·장기인보험 등 핵심 경영 지표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3관왕’ 달성에 도전한다고 4일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1922년 민족자본이 세운 조선화재해상보험에서 출발한 이후, 1967년 한진그룹 편입과 2005년 계열분리 등을 겪었다.  

김용범 부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이제 새로운 100년을 여는 10월을 맞아 그동안 지속해왔던 가치경영을 더욱 가속화해 최고의 보험사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메리츠화재는 2015년 김용범 체제 출범 후 자동차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날 길을 모색했다. 다른 회사들도 모두 가는 길을 탈피, 수익성이 높은 영역인 장기인보험 시장 개척에 뜻을 세운 것. 장기인보험은 계약 기간 1년 이상의 건강 관련 보험 상품을 뜻한다.

김 부회장의 CEO로서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아메바 경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를 통해 만년 5위 메리츠화재를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성장시켰다. 아메바 경영은 회사 전체를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독립 사업체를 이끌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위 영업 조직에 자율성과 의사 결정 권한을 넘기면서도 본사와 연결 강도는 오히려 높였다. 메리츠화재는 ‘본부-지역단-점포’로 이어지는 기존 3단계 조직에서 본부와 지역단을 모두 없애고 본사 밑에 바로 영업 점포를 뒀다.

이에 따라 절감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입되고, 한편으로는 설계사 지원 용도로 활용됐다. 설계사가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받으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 성장 모델도 이렇게 구축됐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왼쪽)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제공=각사>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왼쪽)과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제공=각사>

메리츠증권, 리스크 관리와 구조화 금융 두 마리 토끼 잡아

메리츠증권은 현재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의 명실상부한 대형 증권사로 성장, 메리츠화재와 함께 메리츠금융을 떠받치고 있다.

대형 증권사처럼 브로커리지나 자산 관리 등에 주력하기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서 차별화를 노리되, 리스크 관리에도 공을 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부동산 PF 외에도 선박·항공기·인수금융 등 틈새시장을 찾아내 수익화하는 혁신형 모델을 추구했다.

이는 최희문 부회장이 구조화 금융에 조예가 깊어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성장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틈새 시장을 장악해 왔기 때문에 2019년 당국의 부동산 금융 규제에도 타격을 입는 대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효과를 보며 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기업금융에 다소 치중된 사업 구조를 분산해 타영역에도 강세를 두는 것. 리테일과 자산 관리 부문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작업이다.

이런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수평적 토론 문화를 통해 혁신 마인드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도록 한다. 메리츠증권에서는 주 1~2회 각 사업 부서에서 올라온 사업 현황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딜 리뷰 회의를 진행한다. 자유로운 토론에서 답을 찾아내 빠른 실행력을 갖춘다.  

메리츠금융그룹이 2011년 봄 당시 지주출범식을 치렀다. 사진 중앙이 축하 떡을 자르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메리츠금융그룹이 2011년 봄 당시 지주출범식을 치렀다. 사진 중앙이 축하 떡을 자르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사진=-뉴시스>

조정호 회장, 전문경영인 힘 실어 혁신 토대 닦아 

이 같은 계열사들의 성과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꾸준히 보여준 전문경영인 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신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적만 따라준다면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장기 성장을 구상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바탕을 다져줬다는 것. 임기 만료가 다가올수록 전문경영인은 신선하고 모험적인 시도나 장기적 포석이 필요한 구상은 지양하고, 단기 재무성과에 매달리는 게 통례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조 회장의 철학에 따라 혁신에 성공한 전문경영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임해 혁신 정신의 물꼬가 유지되도록 해 왔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 3월 3연임에 성공해 추가로 2024년까지 사령탑에 선다. 최희문 부회장도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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