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스텔란티스 북미 전기차 배터리공장 2곳 추가 건설
IRA 후 쏟아지는 美 전기차 투자..K배터리 수혜 몫 놓고 각축전
기술력 뛰어난 양극재 업체 협력 따라 힘의 추 기울 가능성도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다국적기업 스텔란티스의 북미 전기차 배터리공장 2곳의 추가 건설 계획이 나오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비단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같은 거대 대기업 계열사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합작 추진 건으로 양극재 공급사가 판세를 흔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 코스모신소재가 서 있다. 최근 ‘북미 진출 시나리오’ 즉 합작협력을 두고 삼성SDI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돌연 LG엔솔 쪽으로 협력 라인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작용이 스텔란티스 이슈의 무게추로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줄타기의 꽃놀이패를 쥐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SDI와 LG엔솔은 K-배터리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LG는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핵심 경영진을 전방에 배치, 배터리 수장인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의 책임감은 더욱 막중한 모습이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인 LG엔솔과 3위 삼성SDI 중 코스모신소재가 LG엔솔과 협력체제를 구축할 경우 ‘역시는 역시’라는 평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범삼성인 새한에 뿌리를 둔 코스모신소재가 삼성SDI를 외면한 것은 최 사장으로선 더욱 굴욕적인 패배가 아닐 수 없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각사>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사진=각사>

스텔란티스 덕에 선 큰 시장, 몸이 단 쪽은 코스모가 아니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계 합작으로 출발했지만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다. 지프와 마세라티, 크라이슬러, 시트로엥 등 브랜드를 보유하고 전기차 트렌드에 발맞추고자 적극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앞서 LG엔솔, 삼성SDI와 각각 캐나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북미에서 모두 4곳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가동하겠다는 새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결정된 두 곳을 포함한 것이므로, 결국 2곳 신설 구상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LG엔솔과 삼성SDI가 2곳의 신공장 건설 기회를 또 차지할 가능성은 물론 SK온,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다른 업체가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CATL의 배터리는 화재와 기술력 문제로 몇 차례 잡음이 있긴 했다. CATL의 NCM 배터리가 장착된 푸조 전기차가 지난해 9월 충전 중 화재를 겪는 등 사건이 있었던 것. 하지만 최근 한국 완성차 업체인 기아차의 신형 ‘니로 EV’ 모델에 처음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경쟁력을 쌓아 나가고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삼성SDI와 LG엔솔이 상황을 완전히 장담할 국면은 아니라는 것. 

이 과정에서 한국 양극재 업체의 합작 진출이 ‘몸통을 흔드는 꼬리’가 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앞서 삼성SDI가 현지투자를 결정하면서 미국에 양극재 생산기지를 건립하는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즉, 삼성SDI가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와 연간 23GWh의 베터리 셀·모듈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문제에서 삼성SDI를 거드는 협지 협력업체 추진을 한다는 것.

문제는, 이런 논의 중에 두 가지 새 소식이 터졌다는 것이다. 하나가 바로 2곳의 공장을 더 짓겠다는 추가 증설안이고, 또다른 하나는 삼성SDI와 협력해 진출하는 대신 방향을 LG엔솔쪽으로 돌릴 수 있다는 문제다.

원래 같으면 삼성SDI의 손을 잡는 문제를 매듭짓고, 추가 증설이 논의되는 새 공장 2개소 중 하나라도 삼성SDI에 떨어지길 기원하는 방안이 가장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협상력에서 대기업과 동등하기 어렵고, 기왕 추진되는 안을 하나 확실히 챙기고 그 다음 떡고물 여부를 고려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삼성SDI와의 협상설도 놀라운 상황에서, 아예 그 협상을 틀어버리고 LG엔솔과 협력해 북미로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변형된 논의는 더욱 흥미를 돋우고 있다.

먼저 협상을 타진해 본 삼성SDI와의 대화가 불편했을 수도 있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LG엔솔로 뱃머리를 튼 것일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통상적으로 거대 기업과 협상을 고려할 때의 범주에선 벗어나는 행보다.

코스모신소재 홈페이지 갈무리
코스모신소재 홈페이지 갈무리

◆MCM, NCA, NCMA..포트폴리오 다변화 급한 와중 ‘진짜 을’ 누구?

일반적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구성된다. 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중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전지 생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 등 다른 부분들은 배터리 생산원가의 차지 비중이 작아 양극재 업체의 몫이 크다.

그런데, 그렇다고 양극재 업체들이 두드러지게 목소리를 키우기도 어려운 것이 배터리 타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아직 기준 획일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거래하려는 양극재 기업은 NCM 배터리 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에 최적화된 양극재를 생산할 필요가 있지만, 이에 비해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거래하려는 기업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최적화된 양극재를 생산해야 한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모두 사용해 전기차를 제작하고 있는 등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경우는 그래서 LG엔솔과 삼성SDI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만큼 발언권도 작아지는 문제를 겪고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비책, 좋게 말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포스코케미칼은 그동안 NCM 양극재를 주력으로 삼았다. 2020년에 LG엔솔이 채택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개발했고 올해부터 생산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삼성SDI를 고려, 과거 관심이 덜 했던 NCA 양극재 개발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중국 고객사 등 확보 차원으로 LFP 양극재 사업화 검토도 한 바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전형적인 양극재 업체와 배터리 업체의 역학 관계다. 

더욱이 대기업 산하 배터리 업체는 계열사나 공동투자형식 등을 통해 장악력을 더 키우고자 노력한다.

LG엔솔은 LG화학과의 협력 관계를 갖고 있고, 삼성SDI는 양극재기업 에코프로비엠과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인 에코프로EM을 통해, 단일 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준공했다고 21일 밝히는 등 투자를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에코프로EM의 포항 공장은 시운전 과정을 거쳐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 생산된 양극재는 모두 삼성SDI에 납품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양극재 업체들이 다양한 회사들의 각축전 구도로 쪼개져 있고, 배터리 업체에 비해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코스모신소재의 경우 왜 합작을 통한 현지 협상기지 추진에서 상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듯 보일까.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제공=삼성SDI>

코스모신소재, 니켈 고함량과 하이망간 기술력 부각

여기서 양극재에 쓰이는 NCM, NCA, NCMA의 각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코스모신소재는 LG엔솔과 손잡고 니켈 94% 함량 NCM 양극재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내놓은 바 있다. 니켈을 94%까지 올린 NCM 양극재를 개발한다는 것.

니켈 함량을 94%로 올리면서,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낮추면 획기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니켈은 차량 주행거리를 올리고 코발트는 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코발트를 많이 넣으면 단가가 크게 올라간다. 이에 니켈, 망간 함량을 높여 주행거리와 출력을 높이게 된다.

또다른 문제는 니켈 함량을 높게 투입하면 양극의 특성이 불안정해져 이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그러므로, 니켈 함량을 고도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쥐고 있는 코스모신소재로서는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코스모신소재가 2023년 코발트 프리 양극재를 양산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하이망간(OLO) 양극재도 개발하기로 했다.

정혁 코스모신소재 연구소장은 지난달 20일 테크코리아 2022 주제 발표에서 “코발트 프리(Co-Free) 양극재 개발을 올해 안으로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와 내년 양산을 목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서 사들인 생산라인서 성장, 엔솔 힘실어주나? 얄궂은 운명 

사정이 이렇고 보면, 북미에 배터리 공장 신설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가 양극재 업체 대비 주도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굴종적인 을의 구도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반대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즉, 전체적으로 4개의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상황에서 이미 2개는 각각 LG엔솔과 삼성SDI에 배정된 상황이고 나머지 새로 뜬 2개를 또 삼성이나 LG가 차지할지 혹은 제3의 업체가 가져갈지 열린 결말인 셈이다.

이런 때 코스모신소재가 삼성이 아닌 LG엔솔의 손을 잡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코스모신소재가 LG엔솔과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면 삼성SDI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과 SK온·포드·에코프로비엠에 이은 세 번째 ‘양극제·배터리셀 공동체’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일개 양극재 업체가 삼성과 LG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저울질을 하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고, 심지어 협력공동체의 새 등장이라는 모습으로 LG엔솔 쪽으로 새 공장 2개 배정의 와중에 무게추를 확실히 실어주는 간접적 작용도 불가능하지만은 안않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코스모신소재는 과거 범삼성인 새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2019년 연말 코스모신소재가 삼성SDI 자회사인 에스티엠의 전구체 생산라인을 인수하며 양극소재 생산을 위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했다는 인연도 있다. 이때 NCM 생산에 본격 나서는 길을 연 것이 오늘날 삼성SDI를 흔들 수도 있는 위상으로까지 떠오른 바탕이 된 셈이다. 

악연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어도,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개념이 부각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배터리 전쟁은 단순히 이익과 힘의 크기 따지기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이렇게 기업의 합종연횡과 공생 구도에서도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한국 기업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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