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순위 및 수익성도 뒷걸음질..삼성전자 ‘1위→3위’ 하락
칩4 중 매출액 순이익률 유일한 내림세..법인세 부담률 1위
전경련 “경쟁국 비해 큰 세부담, 반도체 우위 유지 정책 필요”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칩4(Chip4)에 포함되지만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기업은 3곳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시총 순위와 수익성도 최근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월~9월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 비교를 실시한 결과, 100대 기업 중 칩4에 속한 기업은 총 48개사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 중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3개사에 불과해 미국(28개사), 대만(10개사), 일본(7개사)에 크게 뒤처졌다.  

올 1월~9월 기준 반도체 시총 100대 기업 중 중국기업은 42개사로 칩4 기업을 다 합친 48개사의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중국기업들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국기업의 2018년 대비 2021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4년 이동평균 매출액 기준, 이하 기준 동일)은 26.7%로 중국 외 기업(8.2%)에 비해 성장성이 약 3.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기업의 지난해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 역시 124.7%로 중국 외 기업(47.7%)의 2.6배를 기록해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시총 상위권에 SMIC(28위, 파운드리 세계 5위), TCL중환신능원(31위, 태양광·반도체 소재), 칭광궈신(32위, IC칩 설계·개발), 웨이얼반도체(38위, 팹리스 세계 9위)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해 있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2018년~2022년 글로벌 시총순위는 전부 떨어졌다. 시총은 기업 성장성, 경쟁력의 종합지표인데, 2018년 이후 삼성전자 2계단, SK하이닉스 4계단씩 하락했다.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TSMC(대만), 팹리스 엔비디아(미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렸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위였지만 19위였던 팹리스 AMD(미국) 등에 추월당해 14위를 기록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수익성이 1.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18년∼2021년 경쟁국들의 수익성은 미국 3.9%포인트, 일본 2.0%포인트, 대만 1.1%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5분의 1(2021년 19.9%)을 차지하는 대표산업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에서 시총 순위에서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는 2021년 63.1%로 칩4 중 최고로 나타났다.

한국과 대만처럼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부문은 매년 대규모, 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48조원을 설비투자에 썼으며, 설비투자 비율을 2018년∼2021년 3.3%포인트 늘렸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 25.5%로 4개국 중 이미 최고였는데 3년 새 1.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18년부터 이어진 법인세 증세 기조의 영향으로 보인다는 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투자촉진책 등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법인세 부담률이 2018년∼2021년 3.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로 조세환경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시총 순위 하락과 수익성 약화에도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매년 대규모 설비투자와 R&D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효과가 누적되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 본부장은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투자유치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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