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외부 공급 요인 외 인상 흐름 나타내
개인서비스물가에 공업제품 중심 오름세 겹쳐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을 인상받는 경우, 이것이 다시 물가를 밀어올린다는 속설이 입증됐다.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현실화된 셈인데,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근원물가의 높은 수준 유지라는 복병 또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내년 물가 상승률의 고공행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 중심가의 빌딩숲 전경. 기업들이 임금 상승으로 부담을 더 크게 느끼게 돼, 이를 다시 상품 가격에 전가시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서울 중심가의 빌딩숲 전경. 기업들이 임금 상승으로 부담을 더 크게 느끼게 돼, 이를 다시 상품 가격에 전가시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임금의 가격전가율 상승..중간재 불안과 겹쳐 기업 부담

임금이 10% 상승시 생산자물가가 2% 오르는 등 가격 전가율이 과거 보다 최대 20배 가량 높아졌다. 

5일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제조업·서비스업 모두에서 한계비용(임금, 중간재 비용)의 가격 전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은 중간재 수입비용이 동반해 큰 폭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과거(2013~2020년)에는 0.1% 상승한 반면 최근(2021년 이후)에는 2.0% 상승하는 등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간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과거 생산자물가는 5.3% 올랐지만 최근에는 8.2%로 가격 전가율이 높아졌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임금 10% 상승시 과거에는 생산자물가가 1.6%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3.0%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도 0.5%에서 0.7%로 상승했으나 임금에 비해서는 가격전가 상승폭이 낮았다.

임금의 가격 전가율이 높아진 것은 임금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 데 따른 현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인당 명목임금 상승세는 상용직 정액급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용직 정액급여는 빈일자리율, 기대인플레이션과 정(+)의 관계를 대체로 보인다. 이는 최근 상용직 정액급여의 상승세가 임금 여건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임을 의미한다.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대인플레 떨어지면 임금 안정될까..복합요인 남아

임금의 인상 흐름이 안정될 가능성이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으며, 임금 상승과 중간재 수입비용이 맞물려 생산자물가를 밀어올리는 만큼, 중간재 수입비용이 낮아지면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 강도도 낮아질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일반인들의 물가 기대를 반영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 4.2%를 기록해 10월의 4.3%보단 낮아졌으나 여전히 4%대를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환율 급락 상황은 중간재 등 수입물가를 다시 하락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부분은 환율 영향 외에도 세계 경기와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대목이 남아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9월 4.1%에서 10월 4.2%, 지난달 4.3%로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물가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석유류를 제외한 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하고 “내년 초까지 물가 상승률이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여전히 우리 경제를 괴롭힌다. 원재료 상승압력이 높아지면서 의류 물가가 지난달 1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은 2012년 6월(5.6%) 이후 10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5.5%를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1월 의류·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3(2020년=100)으로, 전년동기대비 5.5%나 뛰었다.

문제는 의류·신발 등 공산품 출고가가 크게 오르면, 물가 추세적 흐름을 보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데 있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여러 불확실성이 함께 맞물려 근원물가 고공행진이 좀처럼 해결이 어려운 만큼 단순히 킹달러 현상 해결로 중간재 하락을 낙관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금과 중간재가 함께 기업을 압박, 비용 전가 리스크를 키우는 문제도 빠른 시일 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존에 제시한 5%대 물가 상승률 유지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더욱 키우는 이유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