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송년 기자간담회 발언들 눈길
도전적 송중기 효과..하이닉스 인수 이력서 발휘
위기 국면 속 미래 세대에 메시지 전달 큰 의미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도전 정신을 강조하면서 각종 현안을 돌파하자는 화두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송중기 주연의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이해를 돕는 예시로 적절한 기능을 발휘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제 전쟁을 다루며 ‘각국이 서로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언급했듯 늘 과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성에만 매몰되기 쉬운 2세대 경영인이 아니라 창조와 도전을 고심해 온 점이 부각되며 대한민국 대표 경제인으로서는 물론 그의 인간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1일 오후 대한상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1일 오후 대한상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헤어질 결심, 법인세 일괄 인하 불필요 등 ‘도발적 발언’

최 회장은 전날(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송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각종 현안들을 언급하며 도전적인 스탠스를 부각시켰다. 

우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서는 “유치 경쟁 중이기 때문에 솔직히 다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몸소 각국 관계자들에게 부산엑스포 유치 당위성을 홍보하는 등 활동을 펼쳐 왔다.

이런 자신감은 경제 위기가 다가온다는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 대해 논의를 펼쳐가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울러 최 회장은 최근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해 “이미 거의 모든 나라는 누구하고는 헤어진다고 생각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면서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정부가 위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경기침체로 새롭게 취약계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지금 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최 회장은 기업이 체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치, 사회 등과 한 몸처럼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규제개혁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천편일률적 지원보다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언급하며 “그때 거의 다 죽는다고 했지만 결국 나중에 보면 체질 개선도 꽤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도 이런 위기가 기회로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기획을 잘 해주시고 기업도 발맞춰 나가면 체질 강화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위험 속에서도 길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시각은 뜨거운 감자인 법인세 인하 문제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무차별적인 법인세 인하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법인세를 그냥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게 과연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옛날처럼 획일적 정책이 아니라 산업별로 특화해야 한다. 법인세를 내려도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부문이 있는데 굳이 해줄(내려줄)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이 어떤 산업을 키울 건지, 이것(전체적 구상 혹은 비전)에 따라 맞춤형 형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직원에게 나비 모양 SK 배지를 달아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습. <사진제공=SK하이닉스>

◆30년 전 돌아가면 창업하고 싶은 최 회장의 도전정신

한편, 최 회장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3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만약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창업이라는 도전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최 회장은 “저도 있던 걸 받은 형태가 되다 보니 여기서 갖고 있던 문제점이나 이런 게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고 있는 걸 어떻게든 더 잘 키워야 하는 얘기로 계속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해보려고 하는 것들이 잘 안 되는 것도 꽤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젊어지면 아예 ‘됐다, 그러고 나는 내 것 그냥 한다’는 식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최 회장은 수성만이 아니라 기회가 닿으면 도전을 마다않았던 이력이 있다.

최 회장은 2세대 경영인이지만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투자를 가속화했다. 특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추진, 성공시킨 기록도 갖고 있다.

대한상의 수장으로서 내놓은 최 회장의 이번 발언들은 경제인들의 위기의식을 대변한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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