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중견기업 300곳 조사..77% 中企보다 지원 줄고 규제 늘어
조세부담 급증..“성장사다리 원활한 작동 위해 인센티브 구조 점검”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현상을 아이로 남고 싶어하는 것에 빗대 ‘피터팬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지원은 줄고 조세부담과 규제는 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증후군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전환·ESG·공급망재편 등의 산업트렌드 변화는 중견기업들에게 여전히 기회보다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이 오히려 성장을 부담스러워 하는 퇴행적 기류가 경제 전반을 좀먹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평균 15년이 걸려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막중하지만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중견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평균 15년이 걸려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막중하지만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중견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2022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평균 15년 걸려 중소기업 졸업해도..‘중견’ 장점 갸웃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 졸업 후 미래투자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탄소중립 대응을 늘리는 등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내심 이러한 산업트렌드 변화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기업도 과반(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졸업 후 R&D·시설투자 등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질문에 가장 많은 기업들은 ‘비슷하다’(67%)고 응답했지만 ‘증가했다’는 응답도 29.7%를 차지했다. 기업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투자 효과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ESG·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변화’의 경우도 ‘비슷하다’(74.3%), ‘증가했다’(25.7%) 순으로 나타나 대응 노력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증대 및 해외진출 노력의 변화’에 대한 답변도 ‘비슷하다’(79.3%), ‘증가했다’(19.3%), ‘감소했다’(1.4%) 등으로 중견으로서의 의무감이 경영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나 디지털전환·ESG·공급망재편 등의 산업트렌드 변화는 중견기업들에게 여전히 기회보다는 부담으로 느껴지고 있다. 

산업트렌드 변화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과반(56%)으로 나타났다. ‘부담이라고 생각하며 적극 대응 중’이 21%, ‘부담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응 않음’은 35%였다. 

‘기회’로 생각하는 기업의 응답률이 44%인 것과 대조하면 부담을 느끼며 대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내심에 더 가까운 셈이다.

법인설립부터 중소기업 졸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년이나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장기간을 들여 규모가 커진다 해도 장점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 졸업 후 더 좋아진 점’을 묻는 질문에 ‘기업위상 제고’(57.3%), ‘외부자금 조달 용이’(11.7%), ‘우수인력 채용 용이’(7.7%), ‘거래 협상력 제고’(2%)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좋아진 점이 없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중소기업 졸업 후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큰지’를 묻는 질문에는 ‘차이 없다’(48.7%)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단점이 크다’는 응답이 38.7%로 ‘장점이 크다’(12.6%)는 답변보다 많은 점도 눈길을 끈다.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면서 조세부담 증가와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 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은행의 기업고객 전용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면서 조세부담 증가와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 등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은행의 기업고객 전용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 절실..누진세 구조 영향

중소기업 졸업 후 체감하는 정책 변화 중 가장 부담스러운 변화로는 ‘조세부담 증가(51.5%)’로 나타났다.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16%) 등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느끼는 혜택의 우산 효과가 사라지는데 이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다양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까지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30.7%가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바꾸어 말하면 중소기업이 누리는 혜택의 우산을 뺏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중견기업에도 일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뜻도 된다.

조세부담 등은 제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의 추가적인 성장 지원을 위해서도 큰 틀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피터팬증후군 극복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묻는 질문에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가 각각 47%, 38.7%로 1위를 차지한 점은 시사점이 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 법인세 체계는 4단계 누진세 구조인데다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조세제도가 많아 중견기업이 되면 조세부담이 급격히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게끔 인센티브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터팬증후군 극복과 성장사다리 작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기업들이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47%)를 들었지만 ▲중소기업 정책의 합리적 개편(23.4%) ▲기업규모별 차별규제 개선(21.3%) ▲중소기업 졸업유예기간 확대(8.3%) 등을 호소한 기업도 많았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로는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가 38.7%로 가장 많이 지목됐고 ▲인력 확보 지원 확대(30%) ▲연구개발(R&D) 지원 확대(22.7%) ▲해외진출 지원 확대(6.3%) 요청도 상당수 있었다.

정부가 최근 중견기업 성장촉진 전략 발표를 통해 부각한 중견기업의 수출, 신사업 투자 지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필요가 크다는 점이 실제로 확인된 셈이다. 성장사다리 작동에 큰 도움이 될 중견기업 맞춤형 지원 기획과 실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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