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00대 기업 “공급망 여건 지난해 유사”
미·중 갈등에 분절화 부담 커지는 것도 숙제
기업별 대응 전략 분분..정부 지원 필요 요청도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을 겪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하강에서 침체로까지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공급망 분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와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에 이미 자국 이기주의, 공급망 이슈로 시달린 경험이 있는데 이번 공급망 분절 역시 무역전쟁 힘겨루기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 작업 중인 부산 감만부두. <사진=뉴시스>
컨테이너 작업 중인 부산 감만부두. <사진=뉴시스>

◆중국 리오프닝에도 우리에겐 암울한 전망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1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돼 중국의 공급차질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꼭 긍정적 효과만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공급차질 완화는 글로벌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중국 펜트업(이연)으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등 다양한 요소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대한상공회의소-한국은행 공동세미나에서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요인과 원자재 수요가 확대 등에 따른 상방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펜트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등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

아울러 중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김 국장은 “분절화는 교역과 기술전파 제약 및 노동력·자본 이동 제한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품목 수출이 주로 미·중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기 때문에 (분절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주요 기업 원자재·공급망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급망 여건이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고 응답(62.7%)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업도 19.3%이었으며 호전 전망을 가진 기업은 18.0%에 그쳤다.

기업들은 공급망에서 가장 우려되는 위험 요소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변동(29.2%)’과 ‘금리 인상, 환율 변동성 등 금융·외환의 불안정성(17.2%)’을 꼽았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최근 2차전지·바이오·반도체 산업군(이하 BBC)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BC 제조기업의 공급망 체감도 조사’에서도 기업 10곳 중 7곳은 새해 공급망 상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조사에서 ‘실제로 지난해 공급망 위기 및 애로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곳 중 6곳이 ‘그렇다’(62.3%)고 답했다.

공급망 여건과 우려 요소 전망 조사자료.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공급망 여건과 우려 요소 전망 조사자료.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공급망 문제, 물류 애로부터 금융 지원까지 대응 아이디어 다양

이런 가운데 공급망 분절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서 기업들은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대책으로 ‘공급처 다양화를 통한 재료·부품 조달(37.7%)’, ‘공급망 전담 조직 및 인력 강화(15.4%)’에 나서고 있었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다. 

젼경련에 따르면 공급망 문제 등에 대응해 가장 필요한 정책 지원으로 기업들은 ‘물류 애로 완화 및 운임 안정화 지원(28.2%)’을 꼽았다.

이어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 제공 및 지원(22.0%)’,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14.6%)’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BBC 기업들은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과제로 ‘거래처 발굴 지원’(35.3%), ‘대-중소기업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16.3%),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14.7%)를 원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새해 공급망 분절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분야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투자분이 생길 텐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은 물론 외교적 접근도 기대를 모은다. 결국 지금 부각되는 공급망 분절 가능성은 팬데믹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G2간의 무역전쟁 여파에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는 자유와 연대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인류의 공동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세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협력과 연대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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