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공포:튀르키예 사망자 3만명 육박→韓 경각심 제고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기분입니다. 두 나라 모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지만, 영상을 통해 생존자들의 슬픔과 절망이 생생히 전달됩니다. 인명피해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현지에 급파된 한국 구조대도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담요 등의 구호물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요. 이번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몇 년 전에 발생한 경주·포항 지진도 떠오릅니다. 그때 가족들과 함께 혹시 모를 여진을 대비해 피난가방을 싸야겠다며 건빵과 손전등, 구급약 등을 찾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도 완벽한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하던데 혹시 모를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 (서울·30대 후반 직장인 이OO씨)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와 튀르키예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 60대 생존자를 구조해 앰뷸런스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와 튀르키예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 60대 생존자를 구조해 앰뷸런스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최악의 강진이 덮친 가운데 사망자 수가 3만3000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의 안타까움 속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를 비롯한 수색팀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밤낮없는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규모는 실시간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지진은 2011년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세기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튀르키에 7.8 강진 ‘세기의 자연재해’

13일 미국 내무성 산하 연구기관인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새벽 4시15분경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후 11분 뒤 규모 6.7의 여진이 덮쳤고, 9시간 뒤에는 본진 진앙에서 북쪽으로 95㎞ 떨어진 지역에서 7.5의 지진이 재차 일어났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이 전부 튀르키예 남부를 지나는 동아나톨리아 단층대에서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첫 지진 이후 1891건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2011년 발생해 1만8500명의 사망자를 냈던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세기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AFAD가 집계한 사망자 수는 2만9605명을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또 시리아에서는 최소 3574명이 숨지고 527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두 국가를 합친 총 사망자는 3만명을 넘어선 3만3179명으로 조사됐다. 

구조대원들의 수색이 계속됨에 따라 지진 사망자 수는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블룸버그통신은 튀르키예 재난 관리 당국의 말을 빌려 “국내 부상자만 8만명이 넘었으며, 수만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현재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엔은 지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서 87만4000명에게 식량 등 긴급지원이 필요하고, 시리아에서만 530만명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사망자 전망치는 상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24%로 추정했다. 이는 이틀 전 추정치인 14%에 비해 10%p 오른 수치다. 

아울러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긴급구호대(KDRT)가 9일(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고등학교 등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방청 제공>
한국 긴급구호대(KDRT)가 9일(현지시각)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고등학교 등지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방청 제공>

# 국내외서 이어지는 구호 손길 

이처럼 지진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피해 지역에 쉼터와 식량, 의약품 등 8500만 달러(약 1079억원) 가량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의료진과 구급대원, 수색 전문인력 등이 포함된 재해지원대응팀(DART)을 배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같은 날 치료제를 포함해 응급 외과 치료에 필요한 도구 72미터톤을 전세기에 실어 양국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계속되는 여진과 식수·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시리아 북서부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의 여성들에게 위생·건강을 위한 6만여 개의 키트를 보급했다.  

한국 역시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에 따라 총 118명 규모의 긴급구호대(KDRT)를 현지 파견했다. 이는 정부 파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외교부, 소방청,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및 군인력 등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17일까지 현지 수색·구조 활동을 진행한다. 

한국 경제계도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전자는 총 300만 달러 규모의 현금·현물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호 성금 150만 달러 기부와 함께 ▲재난 현장에 필요한 포터블 초음파 진단기기 ▲이재민 임시숙소용 가전제품 등 150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 

LG그룹은 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대한적십자에게 100만 달러의 성금을 전달한다. SK그룹도 피해 복구를 위해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총 200만달러 규모의 구호 성금을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 튀르키예 현지 법인(HAOS)은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긴급 지원 활동에 나선 바 있다.

전국 각지에서도 튀르키예를 돕기 위한 특별모금 및 구호물품 후원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 조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 조기가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韓 안전지대 아냐..철저 대비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상청의 지진발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총 70회 발생했다. 이 중 실내의 일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지진인 규모 3.0 이상은 5회에 달한다. 

기상청이 지진 통보 업무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관측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경주에서 발생했다.  

2016년 9월12일 경주시 남남서쪽 8.2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고, 48분 후 경주시 남남서쪽 8.7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것. 이후 여진도 총 600여회 이상 있었다. 

해당 지진으로 인해 경주, 부산, 포항, 대구 지역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의 흔들림이 감지됐으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진동을 느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같은 달 25일 기준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총 9319건 났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큰 규모의 지진은 2017년 11월 포항에서 일어났다. 당시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8km 지역에서 5.4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이재민 1900여명, 재산 피해만 800억원을 넘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달 9일에는 인천 강화군 서쪽 25km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위기 의식이 커지며 철저한 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다면 이는 곧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가 될 것이다. AI(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보다 정교한 재해 예측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예측할 수 없어 자연재해이고, 그 예측 불가능성을 가능으로 돌리는 것이 기술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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