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화정역 동문 디 이스트’ 신축 공사장서 하청 노동자 추락사
고용부, 중대재해 위반 등 조사..회사 측 “난간 등 안전장치 설치”
故 경재용 회장 별세 후 장녀 경주선 부회장 회사 경영 진두지휘
오빠 경우선씨와 지분차 ‘미미’ 지배력 불안정..경영권 변수 되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동문건설 경주선호(號)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 동문건설 창업주 고(故) 경재용 회장이 별세한 후 사실상 후계자로 꼽히는 경 회장의 딸 경주선 동문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에 키를 쥐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경 부회장은 오빠인 경우선씨와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일각에서 승계구도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도 나온 와중에 이번 사망사고 돌발 악재는 상당히 뼈아픈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소유주(오너)가 기소되는 등 경영책임자 범위가 오너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 중대재해에 따른 오너 처벌이 가시화되는 상황 속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경 부회장이 예고된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주선 동문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지난 11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고양 화정역 동문 디 이스트’ 조감도. <사진제공=동문건설>
경주선 동문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지난 11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고양 화정역 동문 디 이스트’ 조감도. <사진제공=동문건설>

◆하청 노동자 사망..경영책임자 안전 의무 다 했나?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전날(11일) 오전 9시4분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소속 노동자 A씨(1969년생)가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지하 4층 기둥 형틀 작업 중 14m 높이의 개구부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동문건설이 시공하는 ‘고양 화정역 동문 디 이스트’ 신축공사장이다. 

동문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76위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1년 전보다 약 800억원 가량 늘어난 3928억원, 순위는 11계단 뛰어올라 70위권에 안착한 중견건설사다. 

동문건설은 지난달 안전보건 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취득, 이를 통해 안전보건경영 우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당시 동문건설 측은 “지속적인 품질, 환경,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관리를 통해 고객만족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여 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색하게 된 형국이다. 

특히 해당 사업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경영책임자가 노동자 안전을 위한 조치와 의무를 충실히 실행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와 관련, 동문건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사고 현장에 난간 등이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119 신고 등 조치도 바로 이뤄졌다”며 “정확한 조사는 관계당국에서 진행 중으로 따로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동문건설 CI. <사진제공=동문건설>
동문건설 CI. <사진제공=동문건설>

◆불안정 지배력 속 경주선 부회장 ‘책임론’ 대두

한편, 창업주인 고 경재용 회장은 40여년간 주택건설 외길을 걸어온 건설업계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또 1세대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 중견 건설사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주역 등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고인은 2005년 한국주택협회 이사를 비롯해 협회 회원 부회장과 회장 직무대행도 맡았다. 주택 건설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에는 주택건설의 날 ‘동탑산업훈장’을 받았고, 2008년에는 납세자의 날 유공자 포상에서 ‘은탑산업훈장’도 수훈했다. 

경주선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숙환으로 타계한 부친을 대신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여성 오너 경영인이다. 1985년생, 올해 38세로 나이도 젊다. 2012년 동문건설에 입사했으며, 2019년 동문건설 관계사인 동문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경 회장의 장남인 경우선씨는 여동생인 경 부회장과 전혀 다른 행보다. 경우선씨는 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경영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는 만큼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는 것이 동문건설 내부 분위기라는 전언. 경 회장 별세 이후에도 경영 공백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셈이다. 

다만, 경씨 남매의 지분 차이가 단 2%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배력은 불안정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동문건설 최대주주는 52.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문이다. 동문은 경 부회장이 지분율 51.00%를, 경 변호사가 49.00%를 각각 보유 중으로 경씨 남매가 100%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이밖에 계열사 동문산업개발의 지분율 현황은 경 부회장 25.93%, 경 변호사 25.07%, 동문건설 49.00% 등이다.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남매 간 경영권 다툼 없이 경 부회장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공적 분양 실적 등으로 경영 능력도 어느정도 검증됐다는 평가. 하지만 미미한 지분 격차는 언제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망사고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 부회장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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