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공장서 20대 노동자 끼임사고 숨져..잇단 사망 ‘죽음의 공장’ 오명
뿔난 지역 시민단체, 철저한 진상조사 및 사업주 등 책임자 처벌 촉구
이도균 사장, 2020년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 진두지휘..경영 승계 마무리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오너 확대..‘경영 4년차’ 내실 다지기 몰두 속 곤혹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제지업계 양대산맥 중 하나인 무림그룹 중심에 서 있는 오너 3세 기업인 이도균 사장을 둘러싸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부터 그룹 핵심 계열사인 무림페이퍼, 무림SP, 무림P&P 등의 대표이사에 올라 올해로 경영 4년차를 맞은 가운데 어김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해 이 사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 들어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법 위반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 이 와중에 터진 노동자 사망사고는 무림그룹 장손이자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사장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는 모습이다.

지역 시민단체 역시 무림페이퍼를 향해 “사람 죽이는 기업”이라고 규탄하며 경영 책임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무림그룹이 이 사장 경영 체제를 점점 더 공고히 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구속 우려, 경영 공백 등이 현실화될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도균 무림페이퍼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무림그룹>
이도균 무림페이퍼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무림그룹>

◆진주공장서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죽음의 공장’ 오명

최근 경남 진주시 상평동 무림페이퍼 종이 가공 공장에서 끼임사고를 당한 20대 노동자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0일 끝내 숨졌다. 

12일 무림페이퍼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8분께 무림페이퍼 종이 가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한 A씨는 당시 동료 3명과 함께 4인 1조로 일했으며, 가동 중인 종이코팅 설비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던 작업 도중 종이 이송 장치와 실린더 사이에 머리가 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A씨는 경상국립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사고 발생 나흘 만인 10일 오후 2시30분께 숨을 거뒀다. 

A씨는 2021년 1월께부터 본사 정규직원으로 일하며 종이 제작 공정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림페이퍼 공장은 상시 직원 50명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현장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무림페이퍼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법 시행 이전에도 무림페이퍼 진주공장은 이미 몇 차례 사망사고가 터진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모양새다.

실제 2021년 8월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 B씨가 전기에 감전돼 사망한 바 있다. B씨는 펄프장 잔여물을 없애기 위해 물청소를 한 뒤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시 동료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보다 앞선 2018년 4월에도 당시 20대 직원 C씨가 대형롤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이처럼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망사고에 회사 측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 기업들이 앞다퉈 사업장 안전문화 확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기조 속 무림페이퍼의 안전강화 노력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전문센터도 발족하는 등 현장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었다”면서 “당사도 황망한 마음이며, 현재로서는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당국이 사건 경위 등을 조사 중에 있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무림페이퍼 사망사고에 대한 지역 시민단체인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의 논평. <사진=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페이스북 캡쳐>
무림페이퍼 사망사고에 대한 지역 시민단체인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의 논평. <사진=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페이스북 캡쳐>

◆뿔난 지역 시민단체 “사람 죽이는 기업, 책임자 처벌하라”

이런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인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이하 진주같이)는 무림페이퍼를 향해 “사람 죽이는 기업”이라고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진주같이는 이날 논평을 통해 “무림페이퍼는 상시 고용근로자 500여명에 매출 5461억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기업”이라며 “많은 우여곡절 끝 중대재해법이 통과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법이 적용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최근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최초 판결에서 경영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법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숨진 A씨가 작업 도중 안전모를 착용해 개인안전수칙을 지켰다는 점을 언급하며 “작업자가 실수로 기계에 머리를 넣을 경우, 즉각 작동을 멈추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그 책임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진주같이는 “고용노동부와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최종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또다시 벌어질 노동자의 인명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무림페이퍼 홈페이지 영상 캡쳐>
<사진=무림페이퍼 홈페이지 영상 캡쳐>

◆그룹 경영 중심 오너 3세, 중대재해 책임론 비켜갈까

한편 사측은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 그리고 그 책임의 화살은 무림페이퍼를 이끄는 경영진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이 회사 대표인 이도균 사장이 오너 3세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그를 향한 비판의 눈초리가 더욱 날카로운 분위기다. 

무림그룹은 사실상 경영 승계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 현재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이무일 선대회장의 손자이자 이동욱 회장의 외아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이 사장은 무림SP 지분 21.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무림SP는 무림페이퍼 최대주주로 지분 19.65%를 가지고 있다. 무림페이퍼 지분은 이 회장이 18.93%, 이 사장이 12.31% 각각 보유 중이다. 

무림그룹은 ‘오너일가→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사장은 2007년 무림페이퍼 영업본부로 입사해 경영수업에 첫 발을 들였다. 원만한 성품과 소통능력으로 그룹 내에서 호평을 얻었으며 이후 제지사업본부장, 관리부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20년 3월 무림페이퍼·무림SP·무림P&P 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올해 3월 진주시 무림페이퍼 본사에서 열린 제50기 주주총회에서 “무림만이 가진 천연 펄프를 활용해 미래지향적 제품을 지속 개발해 친환경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친환경 신소재사업을 강화해 내실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그룹 경영을 이끌며 갈 길 바쁜 와중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잠재적 리스크다.

중대재해 책임론을 빗겨가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나 CSO를 선임했음에도, 최근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규정에 기업 오너가 포함된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망사고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이 사장이 오너 기업인이기 때문에 그동안 누구보다 안전에 더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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