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봉사:한파 대비 소외이웃 챙기기→선한 영향력 전파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벌써 11월이네요. 2023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아요. 몇 년 전까지 이맘때쯤이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요즘은 적은 금액이나마 후원만 하고 있어요. 연탄 봉사는 대학 때 처음 접하고 30대 중반까지 계속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활동도 하고 놀 수 있어서 시작했는데, 힘들긴 해도 뿌듯하고 보람도 있어서 시간이 날 때면 계속 참여하게 됐죠. 생각보다 연탄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고요. 한 장에 천원도 하지 않는 연탄마저도 아껴서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니 천원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죠.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나중에 조금 더 크면 함께 김장 봉사나 연탄 봉사를 해볼 생각이에요.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으면서 아이도 저처럼 뜻 깊은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남·41·서울 동작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본격적인 겨울 추위를 앞두고 곳곳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추운 날씨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연탄을 후원하거나 배달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 식문화 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김장 김치를 나눠주는 활동 등은 쌀쌀한 찬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만 되면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됐다.

겨울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힘든 계절이다. 그러나 주변 이웃들의 지속된 관심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이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 겨울 앞두고 소외 이웃 챙기기

6일 호반그룹에 따르면, 임직원 봉사단 ‘호반사랑나눔이’는 지난 4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혜명보육원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봉사활동을 펼쳤다. 양측은 2010년 인연을 맺고 해마다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봉사단은 절인 배추를 옮겨 양념을 버무리며 김치를 만들었다. 이날 1400㎏의 김치를 담갔는데, 김장 재료는 호반그룹 계열 대아청과에서 조달했다. 봉사단은 또 기부금으로 마련한 성금 2000만원도 함께 전달했다.

박혜정 혜명보육원 원장은 “올해 물가가 많이 올라 김장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마음 편히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됐다”며 “14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임직원들과 호반그룹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양영아 부장은 “겨울이 오면 보육원에서 저희 김치를 기다릴 것 같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예년보다 일찍 김장 김치를 만들어서 또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호반사랑나눔이는 매월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겨울철이 되면 김장, 연탄 나눔 등 지역사회의 겨울나기를 돕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소외 이웃을 위해 연탄 나눔 활동을 전개했다. 4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과 함께 진행된 봉사활동에는 30여명의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참여했다.

연탄 배달 봉사활동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단된 후 3년 만에 재개된 것.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총 1200장의 연탄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기후·에너지 취약 계층에 전달됐다.

특히 BGF리테일은 지난달 연탄은행과 협업한 핫팩을 출시하고, 이번 겨울 연탄 배달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인 총 6000개의 핫팩을 기부했다.

양재석 BGF리테일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우리 사회 관심이 필요한 곳곳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공적 인프라로서 사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앞으로도 BGF리테일은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지역사회 공공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도 사랑의 연탄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달했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지난달 30일 그룹사 임직원과 함께 사랑의 연탄 나누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이번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우리금융미래재단은 다가오는 겨울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에너지 취약계층 600가구를 대상으로 총 12만장의 연탄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 16개 그룹사 사회공헌 담당직원 30여 명은 서울 성북구 정릉3동을 방문해 각 가정집 창고에 연탄을 쌓으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온기를 전했다.

임 회장은 “그룹사 직원들과 땀 흘려 봉사하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각 그룹사에 돌아가서도 오늘 같은 진심으로 고객과 우리 사회의 작은 이웃들을 위해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호반사랑나눔이 사랑의 김장 봉사활동 모습(왼쪽), BGF리테일 임직원 가족들의 연탄 나눔 활동 모습. <사진제공=각사>
호반사랑나눔이 사랑의 김장 봉사활동 모습(왼쪽), BGF리테일 임직원 가족들의 연탄 나눔 활동 모습. <사진제공=각사>

# 엔데믹 활기..사랑의 연탄 행렬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서울연탄은행은 지난달 7일 ‘2023 연탄 나눔 재개식’을 진행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기 전달을 시작했다. 연탄 나눔은 올해까지 20회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재개식에는 홍보대사인 배우 정애리씨와 김용균 전 서울행정법원장 등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150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104마을(백사마을) 30가구에 연탄 6000장을 전달했다. 

연탄은행은 전국 에너지 취약 가구에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300만장 지원을 목표로 잡고, 내년 3월까지 나눔 캠페인을 전개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주춤했던 전국 연탄 나눔 운동 활동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의 최근 3년간 총 지원가구 수를 살펴보면 2020년(6994가구)에는 전년 대비 3485가구 줄어들었던 반면, 이듬해에는 376가구가 늘어난 7370가구, 지난해에는 이보다 735가구가 더 늘어난 8105가구를 지원했다.

이 기간 총 지원연탄 수도 2020년 171만8233장에서 2022년 205만4516장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 도시가스와 기름, 전기 난방시설 등의 공급이 확대되면서 연탄을 찾는 사람들도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철만 되면 연탄 봉사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연탄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 

특히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대부분 흔히 달동네로 불리는 곳이나 산간벽지다. 이 곳 거주자들은 대부분 경제 취약계층으로,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없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이들이 매서운 한파에 맞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연탄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 그러나 한 장에 850원 하는 연탄을 사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힘겨운 상황이다. 

연탄은 보통 한 장당 6시간 정도 온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정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연탄은 4장 정도로, 한 달이면 120장에 달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 날씨가 풀리는 4월까지 어림잡아도 600장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달동네나 산간벽지까지 배달을 오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그 많던 연탄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멀리까지 연탄을 구하러 가야하는 소매점들은 비싼 유류비와 인건비 때문에 연탄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연탄을 공급하는 사람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더욱 간절하고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작은 실천이 큰 온기로

116년 만에 가장 더운 11월로 기록되는 등 올해 유난히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다가올 겨울 날씨를 두고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겨울 강한 북극한파가 내려와 역대급 강추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반대로 평년 기온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고 해도 주거 환경이나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이웃들이 추위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의 겨울에는 매년 온기가 흐르고 있다.

일례로 최근 폐업을 결정한 이후 4개월여 만에 연탄 생산을 재개한 광주 남구 송하동의 한 연탄공장. 195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적자 경영을 이어오다 햇수로 개업 70년 만인 올 6월 문을 닫았지만, 최근 다시 공장 가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광주·전남지역 취약계층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것. 제 살을 깎는 결단으로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사례다.  

연말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그동안 지나온 1년이라는 시간을 되새겨본다. 그러면서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도 한다. 

물론 ‘반드시’, ‘꼭’ 모르는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와주는 일을 억지로 강요할 수 없으며, 남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소외 이웃들에게 힘이 돼주고자 노력에 동참하고 경험해보는 것 자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때문에 스스로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미약한 작은 빛들이 모이면 밝고 큰 빛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은 소외받는 이들이 한 사람도 없도록 온 구석구석 세상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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